[강정마을은 지금 21] 소나기 내리는 가운데 첫번째 집중유세

▲ 유세 시작하기 직전 현장에 유세차량이 배치되고 주민들이 모여들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 장태욱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10일은 김태환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공고되고 도지사 직무가 정지된 지 4일째 되는 날이다. 소환운동본부와 강정마을 주민들은 26일 주민소환투표가 시작되기 전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도민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들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그리 많지 않다. 길거리 유세, 언론을 통한 의견표명, 공개토론회 등이 전부인데, 반대 측이 토론에 불응하면 공개토론회마저도 불가능해진다. 결국 거리에서 주민들을 만나 호소하고, 투표를 독려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할 수밖에 없다.

▲ 유세차량 총 4대의 유세차 중 제주도 전역을 돌아다닐 수 있는 본부용 차가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배치되었다. ⓒ 장태욱

법률에 따르면 주민소환운동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은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각 1대씩과 본부 차량 한 대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제주지사 소환운동에 사용할 수 있는 유세차량은 세 개 선거구(제주시 갑·을, 서귀포시)에 각 한 대씩과 본부에 한 대가 더해져 총 4대다.

따라서 주민소환운동본부은 최대 사용대수인 4대의 유세차량을 소환투표운동에 투입했다.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각 한 대씩 투입한 세대의 차량은 소환운동본부에서, 나머지 제주도 전역을 대상으로 운행할 수 있는 본부용 유세차량은 강정마을회에서 운행하기로 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 유세차량을 이용해 지난 토요일에는 서귀포시 외각 읍면지역에서, 일요일에는 서귀포시 오일장에서 주민들을 만나 소환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소환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주민소환운동에 평일과 주말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 서귀포시 연락사무소 강정마을 주민들은 주민소환에 관한 모든 사무를 연락사무소에서 보기로 했다. ⓒ 장태욱
 

강정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해군기지 반대투쟁과 주민소환운동을 펼치는 과정에서 마을회관과 마을의례회관을 근거지로 활용했었다. 하지만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민소환투표운동 사무소는 선관위에 등록한 장소만을 사용할 수 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법이 정한 바에 따라, 주민소환운동에 필요한 모든 사무 업무를 서귀포시 연락사무소에서 행하기로 했다. 그 때문에 강동균 회장, 양홍찬 위원장, 윤호경 사무국장 등을 비롯하여 해군기지반대 투쟁을 이끌어온 사람들은 이른 아침  중앙로터리 동쪽에 위치한 연락사무소로 출근한다.

월요일인 10일에도 아침 일찍 연락사무소에 도착한 주민들은 유세차량을 몰고 나갔다. 이날 오전에 이들은 강정·월평·하원·도순 등 강정마을 인근에 있는 대천동과 중문동 일원을 돌았다. 강정마을주민들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을 만나 소환운동은 물론이고, 저녁에 있을 일정에 함께해 줄 것을 부탁하기 위함이었다.

월요일 저녁 7시에는 소환운동본부 차원에서 서귀포시 중앙로터리(일호광장)에서 집중유세를 열기로 계획되었다. 서귀포시 활동가들은 물론이고, 제주시 연락사무소에서 일하는 활동가들도 이 집중유세에 참여하기 위해 서귀포시에 모이기로 했다.

오후 4시 부터 강정마을 주민들이 서귀포시 연락사무소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서귀포시에서 치르는 첫 번째 집중유세인지라 걱정이 앞섰던 주민들은 사무실에 모여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면서 세 시간 동안 유세가 시작되기만 기다렸다.

▲ 고유기 처장 집중유세장에서 사회를 맡았다. 고유기 처장은 선관위에 주민소환청구인 대표자로 등록했다. ⓒ 장태욱
 

저녁 6시 40분을 넘기자 중앙로터리 농협 앞에 유세차가 배치되고 시민들이 모여들면서 현장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주민소환청구인 대표자로 등록한 제주참여환경연대 고유기 처장이 마이크를 잡고 주민들의 시선을 모았다.

"김태환 지사는 지금도 공직자들을 동원해서 투표불참을 유도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요즘 공직자들은 공식석상에서 술을 마실 때, 잔을 부딪치며 '가지~'라고 외치면 '말자~'라고 답한다고 합니다. 이는 소환투표 현장에 '가지 말자'고 하는 것임을 삼척동자도 아는 것입니다.

그리고 도민을 섬기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앞장서야 할 도지사는 공공연하게 투표장에 가지 않는 것도 참여라며 도민들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당당하게 심판받기를 거부하는 김태환씨는 더 이상 도지사로서의 자격이 없으니 주민들 손으로 그를 소환시켜야합니다."

최근 김태환 지사가 참석한 행사에서 한 공직자가 건배를 제안하면서 '가지'로 선창하면 '말자'라고 답하라고 유도한 사실이 알려져 선관위가 조사 중에 있다. 고유기 처장의 발언은 주민소환 정국에서 중립을 지켜야할 공직자들이 부절한 처신들을 보이는 것과 소환투표에 떳떳하게 임해야할 김태환 지사가 투표율을 낮춰 소환투표를 무력화 시키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을 비난하는 것이다.

▲ 집중 유세장 첫 번 째 집중유세가 서귀포시 중앙로터리에서 열렸다. 소나기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주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 장태욱
 

고유기 처장의 모두발언으로 집중유세가 시작되었다. 맨 처음 유세차에 오른 연사는 강동균 마을회장. 강동균 회장이 유세차에 오르려 하자 주민들이 "강동균, 강동균"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강회장이 유세를 시작할 때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참여한 시민들은 준비한 우산과 우비를 착용하며 자리를 지켰다.

"김태환 지사는 틈만 나면 주민과 소통을 하겠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고 공언하였습니다. 하지만 화순에서 5년, 위미에서 2년, 강정에서 2년 동안 국방부만 바라보면서 주민들을 갈기갈기 분열시켰습니다. 더 이상 김태환 지사의 행보를 보면서 인내할 수 없어서 우리 주민들이 일어섰습니다. 많은 주민들이 투표에 참여해서 자격 없는 김태환 지사를 우리 손으로 끌어내려야 합니다."

▲ 현애자 전 국회의원 자칭 '서귀포의 딸'이다. 시민들에게 승리의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 장태욱
 

소나기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자리를 뜨는 시민들은 보이지 않았다. 강동균 회장에 이어 민주노동당 소속 현애자 전 국회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현애자 전 의원은 자신을 '서귀포의 딸'이라고 소개했다.

"소환투표에 임하면서 투표율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성급하게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40여 일 동안 세간의 비관적인 예상에도 불구하고 주민소환청구인 서명을 통해 주민발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습니다. 우리에겐 두 가지 무기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단결'이고 다른 하나는 '말'입니다. 우리가 주민소환투표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끝까지 똘똘 뭉쳐 투쟁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까운 기회 있을 때마다 이웃들에게 말로 투표참여를 설득한다면 우리는 이번 소환투표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 송영섭 목사 송영섭 목사가 '내가 찾는 아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다. 송영섭 목사는 지난 2007년 5월에 해군기지에 반대하며 22일 간 단식을 펼치기도 했다. ⓒ 장태욱
 

현애자 전 의원이 유세를 마치자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연사는 송용섭 목사(서림교회 담임)였다. 송영섭 목사는 '평화를 위한 제주 그리스도인 모임'에서 활동하면서, 지난 2007년 5월에는 해군기지 철회를 주장하며 22일간 단식을 이어가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유세차에 오른 송영섭 목사는 연설에 앞서 '내가 찾는 아이'라는 노래를 불러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내가 찾는 아인, 흔히 볼 수 없지.

빈주머니 걱정돼도, 사랑으로  채워주는 ...

흔히 없지...볼 수 없지..."

송목사는 노래 끝에 '우리 김태환씨가 노래의 가사에 나오는 아이와 같은 지사였다면 우리 도민들이 이렇게 불행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 양홍찬 위원장 소나기가 내리는 와중에도 자리를 뜨는 시민들이 보이지 않았다. 집중 유세가 끝날 무렵 양홍찬 위원장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장태욱
 

"김태환씨는 더 이상 도지가가 아니기에 저는 그냥 김태환씨라고 부릅니다. 김태환씨는 지난 선거에서 공무원들을 동원해서 부정선거를 자행한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습니다. 재판과정에서 김지사의 부정선거 혐의가 법원에 인정되었지만, 법원은 '증거수집과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김태환씨를 처벌할 수 없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내렸습니다. 죄는 지었지만 처벌을 할 수 없다는 이해할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우리 초등학생들에게 설명하면, 아이들이 납득할 수 있겠습니까? 어린 아이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그를 도지사라고 부르겠습니까?"

주민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송목사의 연설을 끝으로 집중유세는 마무리되었고, 삼삼오오 모여 마을로 돌아가는 주민들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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