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메시지] 송두율 교수, 진실의 힘으로 공명정대한 언론

'제주의 소리'  창간 1주년을 맞아 제주출신 재독사회학자 송두율 교수께서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셨습니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제주의소리]

창간 1 주년을 맞아 멀리 독일에서 축하의 인사를 보냅니다.

처음으로 제주에서 인터넷신문의 창간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뉴욕에서 전해들은 때가 2003년 8월 말경이었습니다. 

강연 때문에 뉴욕과 토론토를 찾았을 때 처음으로 만난 이도영 박사님으로부터 들었습니다. 뉴욕과 토론토 방문을 마친 꼭 한 달 후에 저는 가족과 함께 37년만에 서울을 찾았습니다. 그간에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것입니다. 한 달 동안의 ‘국정원’과 ‘검찰’의 조사기간 이어진 꼭 아홉 달 동안의 서울구치소 생활을 뒤로하고 저는 작년 8월 초 독일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제주의 소리’가 이미 창간되었다는 소식은 저의 석방과 구명운동을 활발하게 벌리셨던 고향 분들 중 몇 분으로부터 직접 들었습니다. 그분들은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서울구치소에 갇혀 있었던 저를 면회 오시기까지 했었습니다.

제가 구치소의 문을 뒤로하면서 곧 토로했던 첫 소감을 여러분들은 기억하실 줄 믿습니다, ‘썩은 냄새 나는 신문’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한국사회의 압축된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구치소에서 매일 매일을 보내면서 사회적 본분을 망각한 언론의 엄청난 폐해를 여러 가지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남남갈등’ 과 ‘남북갈등’을 해소하는 길을 그러한 언론과 함께 수 없다는 나름대로의 확신이 있었기에 외교적 언사가 아닌 줄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제주출신 재독사회학자 송두율 교수는 지난해 8월 고향인 제주를 찾아 4.3평화공원에서 세계평화와 한반도, 제주의 평화를 기원했다.
‘정보화’ 시대에 매체의 역할은 과거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엄청난 양의 정보를 그 것도 신속하게 전달하는 매체가 지니는 힘 때문입니다.  바로 이렇기 때문에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언론매체의 책임은 더욱 더 막중해졌습니다. 언론의 창달(暢達)을 위한 새로운 기술의 결실인 인터넷신문이라고 해서 그러한 책임으로부터 자유스러운 것은 결코 아닙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새로운 매체의 폐해도 기존 매체 못지않게 자못 심각합니다. 아니 보기에 따라서는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속성을 무기로 하면서도 진실의 힘으로 공명정대한, 그러면서도 모두에게 열려있는 언로(言路)를 트여주는 ‘제주의 소리’에 대한 저의 기대는 따라서 각별합니다. 20세기의 인류비극의 하나였던 ‘4. 3’의 역사를 간직한 체 21세기의 ‘평화의 섬’으로 거듭나려는 제주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출신의 사회학자 마뉴엘 카스텔스(Manuel Castells)는 ‘장소로서의 공간’과 ‘흐름 속의 공간’을 구별하면서 이둘 사이를 연결하는 앞으로의 과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흔히 이야기하는 우리들이 우리의 삶을 꾸려가 는 구체적인 공간을, 후자는 하나인 ‘지구촌’ 안에서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상호 교류할 수 있는 그러한 공간을 의미합니다.

제주의 흙, 바람, 바다 그리고 이들의 역사가 ‘장소로서의 공간’이라면, 한반도, 동북아 나아가 세계평화실현의 과제를 연결하는 그물망 속의 ‘평화의 섬’ 제주는 ‘흐름 속의 공간’인 셈입니다. 이 두 공간을 연결하는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제주의 소리’의 특별한 기여를 기대하면서 짧은 축하의 인사를 마치겠습니다.
‘제주의 소리’의 여러분들의 건투를 빕니다.

2005년 2월 베를린에서 

송두율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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