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GO!GO!] 첫 하프완주 100일 도전에 나서는 송창윤씨

'아름답다'라는 말을 듣고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다만 어린 꼬마들에게는 아름답다는 말이 어색한 것을 보면 ‘아름답다’는 ‘예쁘다’는 표현의 언니뻘(?)인 듯한 뉘앙스가 있는 것 같다. 이런 것을 보면 ‘아름답다’는 나이가 가져다 주는 특권이라는 생각이다. 연륜과 경험, 인생을 가늠할 수 있는 나이에 도달했을 때의 여유와 삶에 대한 인자함 같은 것들이 ‘아름다운 어른’들에게서 느껴지는 것 같다.

송창윤 씨는 삶을 나누면서 더 큰 여유를 만들어가는 인생법을 선택한 ‘아름다운 어른’ 중에 한 명이었다. ‘삶을 나눈다’는 것은 그의 ‘아름다운 직업’ 때문이다.

그는 쓰지 않는 옷가지나 책과 같은 물품들을 기증받고, 이를 되팔아 얻은 수익금을 다시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는 ‘기부와 나눔’의 ‘아름다운 가게’ 제주지부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일에 대한 보람은 ‘나눔’과 동시에 더 큰 ‘여유’로 돌아왔다.

송 씨는 한 때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증권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 작지 않은 연봉을 쥐었던 송 씨. 그랬던 그가 소위 신자유주의 시대 대안기업의 하나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가게’로 이적(?)한 것은 순전히 ‘아이’ 때문이었다.

“결혼하고 1년 뒤 아내가 임신을 했어요. 그 때 아기한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고민이 있었어요. 증권회사가 나쁘진 않지만 최소한 다른 사람한테 손해를 끼치면 욕 먹을 수 있거든요. 욕 안 먹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선택한 게 ‘아름다운 가게’였죠.”

▲ 송창윤 씨는 제주마라톤클럽의 도움을 받아 마라톤 하프 코스에 도전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다행히 아내도 송 씨의 의견에 적극 동감했다. 가치를 쫓다보면 돈은 그저 부수적인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가게를 꾸리는 것은 좋은, 생산적인 고민이다. 나는 ‘한량’이다. 한량은 예전에는 좋은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부르지 않았나 싶다. 돈 생각하면 참 할 일이 없다. 하지만 가치를 따르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

송 씨가 최근 새롭게 ‘아름다운 도전’에 뛰어들었다. 바로 참가비의 절반은 서남아시아 수재민 아동들과 제주도내 다문화가정에 기부되는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의 ‘100일간의 도전’이다.

‘100일간의 도전’은 아름다운마라톤대회를 100일 앞두고 개인적으로 또는 도내 마라톤클럽과 연계해 도전 목표량를 정해놓고 훈련을 진행,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하는 것이다.

송 씨는 오는 9월 27일 열리는 아름다운마라톤대회 하프코스 완주를 목표로 제주마라톤클럽의 도움을 받아가며 훈련 중이었다. 그는 확실히 훈련을 처음 시작하며 봤던 모습보다 많이 변화한 모습이었다.

▲ 애향운동장에서 만난 송창윤 씨는 내리 10바퀴를 뛰고 나서야 잠시 멈춰서 기자와 얘기를 나눴다. ⓒ제주의소리

무엇보다 이번 마라톤 도전을 통해 자신이 선택한 ‘기부와 나눔’ 인생에 대한 확신을 얻고 있었다. 그는 마라톤은 ‘경쟁을 권하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바가 있다고 역설한다.

“제가 마라톤을 뛰면서 느낀 것은 마라톤이 더불어 사는 인생과 닮았다는 거예요. 마라톤을 하는 사람은 똑같은 출발점에서 출발하지만 결승점에서는 1등이 될 수도 있고 꼴등이 될 수도 있어요. 그것은 개인 성적이죠. 하지만 마라톤은 꼴지에게 더 큰 박수를 쳐주는 운동이예요. 완주 했다는 데 의미가 있으니까요. 이게 인생과 닮아 있어요. 누구나 도착점을 똑같잖아요.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니까. 하지만 요즘 사회는 무조건 빨리 도착해야만, 1등에게만 박수를 쳐주는 사회예요. 멀리 돌아서 오든, 빨리 도달하든 누구에게나 박수를 쳐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아름다운국제마라톤 대회는 마라톤 자체의 의미를 가장 잘 살린 마라톤대회라고 말한다.

“마라톤을 뛰기만 해도 기부를 하는 거예요. 뛰기만 해도 남들보다 약간 뒤쳐져 있는 이웃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거죠. 마라톤 자체의 미덕이 살아있는 대회라고 생각해요.”

그는 오는 9월 27일 과연 하프코스 완주에 성공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건 우문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대회에 뛰자마자 어려운 이웃에 전해진 ‘희망’으로 그는 이미 성공한 것이니까.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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