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가 어디우꽈] 이마트 영업제한과 제주도민 DNA

얼마 전 부산 해운대에 사는 친구가 놀러왔는데 밤늦게 살 물건이 있다고 하며 근처 이마트로 데려다 줄 수 없냐고 하였다. 시계를 보니 이미 밤 11시가 다 되었기에 “곧 영업시간이 끝나니 내일 가자”고 하였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해운대 이마트는 24시간 영업을 하는데 제주 이마트는 왜 밤 11시에 문을 닫느냐”고 툴툴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국제자유도시라면서 왜 그래?”

 제주 이마트가 영업종료시간을 밤 11시로 유지하는 이유는 이렇다. 작년 7월 중순경 제주 이마트는 영업종료시간을 밤 12시로 연장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이마트가 심야시간까지 영업을 함으로써 재래상권이 고사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는 비난여론이 일었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제주 이마트를 항의방문 하였고 제주도 당국은 제주 이마트에게 영업신간 단축을 요구하였다. 제주 이마트가 이를 거절하자 도 당국은 특별법을 개정해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하며 강하게 압박하였다. 결국 제주 이마트는 지역여론과 도 당국의 요구에 굴복하여 영업종료시간을 다시 밤 11시로 바꿨다.

 나는 재래시장 상인들과 도 당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문제는 영업시간 단축 요구가 제주의 비전인 국제자유도시의 취지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특별법은 제2조에서 국제자유도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이 법에서 "국제자유도시"라 함은 사람·상품·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의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이 적용되는 지역적 단위를 말한다.

특별법에 의하면 국제자유도시는 다음의 두 가지를 추구한다.

ⓛ 국경도 초월하는 사람ㆍ상품ㆍ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② 기업 활동의 편의 최대한 보장
또한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이를 실현하고자 한다.
ⓛ 행정규제의 완화
② 자유공정경쟁 등 글로벌 스탠다드 적용

 한마디로 이상적인 자유 시장 경제 모델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업시간 단축 요구는 자유 시장 경제 모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유 시장 경제 모델에서는 오직 상품과 서비스의 질로 경쟁해야 한다. 그 외의 이유로 경쟁을 제한해서는 안된다. 또한 행정규제는 최대한 완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ㆍ상품ㆍ자본이 보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기업 활동의 편의가 보다 보장되는 것이다. 따라서 제주 이마트가 24시간 영업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도록 놔둬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제주도민들은 영업시간 단축 요구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국제자유도시 실현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도 당국까지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영업시간 단축 요구를 관철시켰다.

 

▲ 신용인 변호사 ⓒ제주의소리
왜 그럴까? 화려하게 보이는 국제자유도시의 이면에는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이라는 냉혹함이 도사리고 있다. 국제자유도시를 실현하겠다는 것은 경제적인 풍요를 위해 그런 냉혹함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천 년 동안 평등하고 협동적인 삶의 구조를 일구어 오며 형성된 제주도민의 정서는 이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도민은 물론 도 당국마저 나서서 반(反)국제자유도시적인 행태를 거리낌 없이 하는 것이다. 이처럼 영업시간 단축요구는 호불호를 떠나서 국제자유도시가 제주도민의 문화 DNA와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 하겠다.

 아무리 화려하고 멋있다 하더라도 자기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면 그 옷을 입어 보았자 불편하고 어색할 뿐이다. 제주에게는 국제자유도시가 바로 그런 옷이 아닐까? / 신용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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