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힘 (7) 부규환 애경그룹 부회장
해외 1백개국·5백개 도시를 보면서 느낀점은 "문을 열어라!"

애경그룹은 제주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표면적으론 제주항공 대주주로 2대 주주인 제주도와 파트너이지만, 창업주인 고 채몽인 사장 고향이 제주다. 여기에 굳이 창업주나 제주항공과 인연이 아니더라도 애경그룹을 눈여겨 봐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애경그룹 핵심사업인 화학부문을 이끌며 세계 시장 석권에 나서고 있는 최고 CEO가 제주출신 부규환(55.구좌읍 상도리) 부회장이다. 애경유화사장도 겸하고 있다. 외부에 나서기 꺼려 하는 성격, 그가 맡고 있는 화학사업 특성상 일반인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가소제나 폴리올, 바이오디젤 분야에선 세계에서 가장 크고 독보적이다. 세계시장이 그의 무대다. 애경그룹 매출 40%가 부 부회장이 맡고 있는 화학분야에서 이뤄진다. 현재 재계순위 50위를 2010년까지 자산 10조원 규모, 재계 20위권으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비전도 이끌고 있다.

녹색에너지가 한창 기세를 떨치는 지금, 그의 이야기는 제주 그린에너지(바이오디젤)정책에 대해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해 준다. 지금까지 그가 해외출장으로 가본 곳 만도 나라로 치자면 100여곳, 도시로 따져도 500곳은 넘는다고 한다. 비록 고향을 떠난지 37년이 돼 제주 속사정을 속속들이 안다고 할 순 없지만, 제주출신으로 밖에서 보는 그의 경험은 제주발전의 '멘토'로서 충분했다. <제주의소리>가 부규환 애경그룹 부회장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 부규환 애경그룹 부회장은 그룹내 화학부분을 총괄하는 CEO다. 애경유화 사장도 겸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 고향에 자주오나. 친구들과는 자주 만나는 편인지.

“자주 못가는 편이다. 아버지가 4대 독자여서 고향에 친척이 거의 없다. 사적보다는 공적인 일로 1년에 한 두 번은 간다. 애경이 구좌읍 상도리와 1사 1촌을 맺어 고향분들을 회사로 초대하기도 하고, 일년에 한 번은 내려가서 마을 분들과 하룻밤을 같이 지낸다. 고향에서 중학교(세화중)를 나와 제주시에서 고등학교(제일고등학교)를 보낸 후 서울에 올라왔다. 1972년, 19살에 올라왔으니 만 37년을 서울에 산 셈이다.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도 있지만 솔직히 바쁘다는 핑계인지 몰라도 자주 못만나다. 중학교 동창인 김우남 의원과 가끔 만나 친구들 이야기나 고향 소식을 듣고 있다.”

- 80년에 입사해서 이제 애경그룹내에서 화학부문을 맡는 부회장, 그룹내 최고 CEO 자리에 올랐다. 세상에서 말하는 대로 하자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개인적으론 내가 이 자리까지 올라오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내 스스로 이야기하는 게 쑥스럽긴 하지만 다가오는 순간순간마다 최선을 다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자리에 오지 않았나 싶다.”

- 애경그룹이라고 하면, 흔히 세제분야가 있고, 또 최근엔 제주항공은 알지만 다른 분야는 잘 모른다. 좀 생소하다.

“애경하면 주방용세제 ‘트리오’가 대명사다. 아직도 가장 많이 팔린다. 그렇지만 애경은 1954년 화학분야에서 출발했다. 주방용세제를 제외하곤 우리가 생산하는 대부분 제품이 중간원료다. PA(무수프탈산)나 가소제(PVC, 인조피혁, 전선, 합성윤활유, 접착제를 만드는 원료), 그리고 요즘 이야기하는 바이오디젤을 생산한다. 이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의 70%는 수출하고, 내수가 30% 정도다.”

▲ 부규환 부회장은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디젤 정책에 대해서도 산업으로서 '경쟁력'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을 조언했다. ⓒ제주의소리
- 애경에서도 새롭게 집중하는 사업이 바이오디젤이다. 녹색성장 이야기 하면서 바이오디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성장동력으로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있나.

“전망이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 문제는 농산물에서 얻어지기 때문에 원료가 제한적이다. 대두유 팜유 전부 농산물이란 게 한계다.대량생산 하고 싶어도 못하고, 원료가 계속 생산될지도 관건이다. 땅이 적기 때문에 우리나라 전체 면적을 심어도 1년 수요 대두유가 나오질 않는다. 브라질이나 미국 텍사스, 팜류는 말레이시아에서 수입된다. 원료는 거짓말 약간 보태서 국내생산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원료가 관건이다.”

- 제주에서도 청정지역의 특장점을 살려 바이오 2.0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단위 마을공동목장 등에 유채꽃을 대규모로 심어 관광상품도 만들지만 바이오디젤 생산기지를 만들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지식경제부에선 제주에 경유와 바이오디젤이 혼합된 BD20 주유소 설립도 허가했다. 제주의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녹색성장을 말하지만 그만큼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제주 섬 전체를 유채로 깔아도 제주에서 쓸 바이오디젤을 충족 못할 것이다. 자체적으로 생산해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것은 장기적은 물론 단기적으로도 경쟁력이 없다. 제주입장에선 육지에서 대단위로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경쟁력 있는 공장과 공급계약을 맺어 가능한한 싼 가격에 공급받는 게 단기적,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다.”

- 제주에서 유채를 심어 바이오디젤 원료를 추출하거나, 또 바이오디젤 공장을 제주에서 짓는다는 자체가 경쟁력이 약하다는 말인가.

“농지에 어떤 작물을 심었을 때 부가가치가 가장 큰 지 생각해야 한다. 유채를 심어 바이오디젤은 생산하는데 경유는 리더당 예를 들어 1000원한다면 바이오디젤은 비싸봐야 1100~1200원 해야 경쟁력이 있게 된다. 1200원을 역산하면 유채 생산비도 안나오는데 차액을 어떻게 할 거냐. 정책적 보조도 하루 이틀이다. 5년 후 쯤에 경쟁력이 생긴다면 정책적 보조도 가능하지만, 경유와 바이오디젤 관계에선 영원히 보조해야 한다. 차액보조가 다 세금이다. 산업화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구조여야 하는데, 이건 까먹는 구조다.”

- 애경그룹은 지난해 말 현재 자산 3조원 재계순위 50위권 중견그룹에서 2010년까지 자산 10조원 규모, 재계 20위권으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단기 중기 장기계획을 분명히 수립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올해들어서도 그룹 전체가 상당히 활발하다. 그러다 보니 조직 내부적으로도 자신감도 생기고 있다 그굽 전체로 보면 화학분야는 1954년부터 시작해서 50년 넘었으니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항공과 유통, 부동산개발은 신규사업군이다. 그룹차원에서 이 분야를 미래성장동력으로 삼아 진출하고 있다. 화학분야에서도 국내시장만으로 안된다. 애경휴와도 이미 중국과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해외고 치중하는 계획을 계속 진행 중이다.”

- 애경그룹 중에서도 부 부회장이 맡고 있는 화학분야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유화분야는 종합에너지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다.

“작년에 그룹전체 매출이 3조원을 좀 넘었다. 그 중에 화학부문이 해외 나가 있는 부문까지 포함하면 1조 3천억원 정도 올렸으다. 40% 조금 넘었다. 올해는 해외까지 합쳐 1조5천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아마 달성될 것으로 본다. 유화는 화학분야의 신성장동력을 찾아서 종합에너지로 가려고 집중하고 있다. 해외로도 사업영역을 계속 확장 중이다.”

▲ 부규환 부회장은 하와이나 발리, 푸켓보다 뛰어난 제주가 이들보다 못한 이유가 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제주의소리
- 고향 이야기를 나눴으면 한다. 1년에 한두번 정도 온다고 했는데, 고향을 떠난지 이제 37년이 됐다. 지금 보는 고향 제주는 어떤가.

“사업을 하다보니 해외로 자주 나가고, 지금도 1년에 열 번 이상은 해외로 간다. 개인적으로 본다면 제주가 좀 더 개방하고, 좀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놓고 세계인들, 특히 돈 많은 관광객들이 와서 ‘괜찮다’고 할 정도로 놀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부족하다. 하와이를 보면 와이키키 해변이라고 해 봐야 제주도 중문이나, 함덕 해수욕장이 훨씬 좋다. 우도산호해수욕장(서빈백사)은 세계 어느 곳을 가봐도 그만한 곳이 없다. 그런데 하와이엔 놀거리가 너무 다양하다. 한라산 케이블카도 그런 차원이다. 서울에 살면서 매일 저녁 뒷산을 등산한다. 사람 발길이 얼마나 무서운지 많이 밟은 곳은 풀도 안난다. 한라산이 그렇게 될까 걱정이다. 등반객을 줄여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케이블카를 타서 올라가게 만들고 정상부근 일정 구역을 정해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면 된다.”

- 한라산케이블카 설치문제는 일단락됐다가 다시 재론되고 있다. 제주도에서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논의에 들어갔다. 역시 논의의 초점은 케이블카가 한라산 훼손을 가중시킬 것인지, 아니면 보호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라산 등반객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인천에서 밤에 배를 타서 다음날 아침 제주에 내려 등산하고 그날 저녁에 다시 저녁배 타고 인천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국립공원 입장료도 없어져 제주에 돈 한 푼 안쓴다. 잘해 봐야 컵라면이나 해장국 한 그릇이다. 한라산에 많이 가면 뭐하나, 제주에 떨어 뜨리는 게 있어야 한다. 문화를 즐기고, 행복하게 살려면 개발은 필연적이다. 잘 살고 싶은데 개발은 못하게 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다만 어느 선에서 밸런스를 잡을 것인지다. 얼마든지 더 개발하더라도 환경을 지키는 방안도 분명히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태산이니 뭐니 유명한 산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있어 넥타이메고 양복입고 갈 수 있을 정도다. 문은 아주 활짝 열어야 한다. 눈을 세계로 돌려 어떻게 변하는지 보고, 이를 바탕으로 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격렬하게 토론해야 한다.”

- 제주를 보는 시각이 제주내부는 물론이고, 외부에서도 다르다. 또 내부와 외부는 많은 차이도 있다. 외부에서 보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제주특별자치도 틀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제대로 가는 것인지 조언해 달라.

“제주해군기지 논란이 상당한데, 국가적사업인데 제주도 전체적으로 도움이 되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사업이나 인생살이가 한 방향으로만 나가진 않는다. 여러 가지 선택중 100% 완벽한 방안은 하나도 없다. 완벽하게 가려면 아무것도 안하는 수 밖에 없다. 단 ‘이렇게 갔을 때 가장 효율적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다. 어떻게 최소화 할 것이냐’, 아니면 ‘부작용이 가장 적은 게 뭐냐’는 따질 수 있다. 제주해군기지가 좋은지 나쁜지 확실한 근거가 나에겐 없다. 다만 지금보다 발전하고, 잘살고, 더 좋은 섬으로 만들려면 지금보다 더 개방하고 전향적으로 가야 한다. 현재 수준으로 만족한다면 그대로 둬도 된다.”

▲ 부규환 부회장은 일단 제주도민들에게 '문'을 활짝 열 것을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 장사에서 최고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게 기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의 최고 경쟁력은 어떤 분야라고 보는가.

“자연환경이다. 어쩔 수 없는 날씨만을 제외하곤...주어진 환경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제주처럼 아름다운 곳이 없다. 지금까지 해외 100여 국가, 도시로 친다면 500여곳을 다녀봤다. 어떤 기준을 놓고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순 있지만 제주가 단연 최고다.”

- 부규환 부회장께서 제주출신이기 때문에 그런 후한 점수를 주는 게 아닌가. 과도한 칭찬이 오히려 제주에 독이 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제주엔 산과 바다가 있고, 폭포와 동굴, 오름, 계곡에다 올레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곳이 없다. 발리나 푸켓에 뭐가 있나, 하루보면 끝이다. 제주도보다 못하다. 그런데 발리는 관광객이 머무는 곳을 딜럭스 하고 일류로 만들었다. 그 안에서 일주일 살아도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제주는 일급호텔 가봐야 하룻밤 자면 그 뿐이다. 그러나 호텔 밖으로 나와 섬 한 바퀴를 돌아보면 제주의 경쟁력은 무한하다. 사계절도 있다. 경험적으로 일등은 못되도 상위클래스엔 분명히 들어간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활용해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유인책을 만들것인가다. 자연환경만으로 안된다. 인공적인 뭔가 있어야 한다. 라스베가스도 사막에서 계획도시를 만들었다. 그런 창의적인 개념이 자연환경과 결합되면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관광지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 올레가 그런 새로운 소프트웨어의 하나는 아닌가. 슬로우관광이라고 하는 새로운 패턴이 제주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는 어떻게 보나.

“올레 아이디어는 상당히 좋다. 아쉬운 것은 그럴 수 밖에 없긴 하지만, 온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제주에서 돈을 쓰게 만드느냐다. 미안하지만 지금처럼 5년, 10년 계속 가면 그 길은 환경에서 멀어질 수 있다. 올레꾼들은 환경파괴 안한다고 한다. 물론 나무도 안 꺽는다. 하지만 발자국 내딛는 게 파괴다. 입장료도 없다. 공짜로 즐긴다. 이용한 만큼 제주에 쓰고 가게끔 만들어 줘야 한다. 아이디어는 상당히 좋은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냐 없느냐에 따라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같은 1000명이 와도 올레꾼 1000명과 호텔에서 자는 관광객과는 어느게 나은지, 질이란 것은 결국 제주도 돈을 많이 쓰고 가게끔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소프트웨어가 개발돼야 한다. 한라산 케이블카를 해야 한다는 확신도 없다. 다만 전문가들이 냉정하게 따져보면 어느 정도 자연을 덜 파괴하면서 제주를 위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걸 찾아야 한다.”

- 고향을 떠난지 37년이다. 서울에서 제주인으로 산다는 게 어려울 때도 있을 것이다. 다른 지역은 동문이나 선후배들이 끌어주기도 하는데.

“솔직히 외로율 여유가 없었다. 내가 살아온 인생은 항상 치열했다. 물론 앞으로 은퇴하면 외로울 것이다.”

- ‘나만의 방법을 창출하자’는 게 부 부회장의 경영철학으로 알고 있다.

“성장하면서 뒤돌아보면, 신입사원 때부터 내 성격이 천성적으로 기존 방식에 대해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항상 의문을 가져왔다. 초등학교 때도 선생님에게 이상한 질문을 해서 맞기도 했지만, 선배사원이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해도 내 스스로 납득이 안되면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이렇게 해야 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 부규환 부회장은 후배들에게 자신과의 싸움에서 먼저 이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리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인생을 살 것도 주문했다.  ⓒ제주의소리
- 직장 생활에서 엄청 많이 싸웠겠다. 눈총도 많이 받았고....

“엄청 났다. 그것 때문에 싸움도 많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이제야 후배들에게 말하지만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서 잠이들면 ‘내일이란 날은 영원히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 힘들었지만 나만의 방법이 결국 지금의 부규환 부회장을 만들었지 않았나.

“쑥쓰럽긴 하지만, 감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 좌우명이 ‘파사현정(破邪顯正)’이다.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인데, 부 부 회장의 성격이 좌우명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

“어렸을 적부터 시골집 현판에 걸려 있었다. 할아버지께서 훈장이셨고, 아버지는 나중엔 농사를 지었지만 공무원 생활을 하셨다. 상당히 고지식 하신 분이셨는데, 정당해야 되고, 올바라야 되고. 이게 옳다고 하면 양보하지 말아야하고, 나쁜 것은 해선 안된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 타협을 잘 못하는 성격을 물려 받았다.”

- 인생의 선배로서, 성공한 CEO로서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한다.

“내삶을 위해서 내가 조금 더 발전하고, 행복하려면 자기자신의 고통을 극복해야 한다. 자기가 힘들지 않고는 결코 이뤄낼 수 없다. 자신에 대한 투자를 먼저 하고, 그 과정에서 힘도 들지만 극복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또 하나는 좀 당당하고 정당했으면 좋겠다. 트릭으로 지금 당장은 빨리갈 수 있을진 몰라도,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없다는 게 만고의 진리다.”

- 오는 11월 제주에선 글로벌 제주상공인대회가 열린다. 마지막으로 제상대회에 당부할 게 있다면.

“상당히 의미있고 대단한 일이다. 처음 있는 일로 이왕 하기로 결정한 만큼 좋은 프로그램으로 제주의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일회성이 아닌 다음을 기약할 수 있어야 한다. 주최 주관측에서 당연히 그 정도 효과를 보자면 작정하고 준비해야 한다. 종합적으로 제주도가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밑그림을 그린다는 그런 기본이 깔려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면 상공인만 하는 모임을 할 이유가 없다. 저 역시 제주와 관련이 없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제주도 전체를 좀 더 좋게 할 수 있는 기반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 부규환 애경그룹 부회장은 구좌읍 상도리 출신이다. 세화중, 제일고, 고려대학교(축산학)를 졸업했다.
1980년 애경그룹에 입사해 애경산업 마케팅부장, 애영유화 상무이사, 구매담당전무이사를 거쳐 2005년 애경유화 대표이상 사장에 오른 후 1년 후인 2006년에는 그룹 화학부분장 부회장으로 승승장구 했다.
167cm 작은 키지만 전형적인 제주인 처럼 첫 인상을 보면 '요망지다'란 말이 그대로 나올 정도다. 가족으로 부인과 1남 1녀를 두고 있다. 두 자녀 모두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현재 미국에서 공부 중에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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