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겨울에 난로없이도 거뜬할까요?

지난 3월 5일자로 "제주도 학교에는 난로가 없다?"는 제목으로 '오마이뉴스'와 '제주의 소리'에 기사를 송고한 후 본 기사와 관련되어 올라온 댓글과 도내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한 학부모들과 재학중인 학생들을 만나 알게 사실은 가히 충격이었다.

먼저 기사와 관련된 댓글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의견으로 나뉘어졌는데 아직도 난로가 없는 교실이 있냐는 의견과 제주도가 뭐 그리 춥다고 난로를 놓는가하는 의견이었다.

한 학부모가 올린 의견이다.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입니다.
육지에서 이사를 와서 그런 줄 몰랐는데 아이들이 교실이 많이 춥다고 하더군요.
실제 제주도에 살아보니 따뜻하기도 하지만 몹시 추운 지방이더군요.
우리 애들은 서울에서는 9시까지 등교를 하였는데 여기서는 8시40분까지 꼭 오라고 한다고 아침 일찍 나갑니다.
그렇게 일찍 나가서 뭐하냐고 하니까 추위에 떨고 있다더군요....(중략)
난로, 난방, 그것 기본아닌가요.
갑자기 70-80년대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제주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분은 댓글에 이런 의견을 남겨주시기도 했다.

지금은 서울에 살고있는 30대 입니다.
저는 학교에서 난로가 있다는 것을 대학와서 친구들 얘기 들으면서 알았습니다. 그전에 학교와 관련된 드라마에서 교실에서 난로가 있는 모습을 종종 보아오긴 했지만, 정말 학교에 난로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가끔 했던 것 같고 실제로는 대학에 다닐 때 친구들한테 물어보고 알았으니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주에는 난로 설치가 그렇게 시급한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원래 따뜻한 곳이기도 했고 온난화가 원인인지 어느 때부터인가 제주에는 점점 눈 내리는 날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중략)

단 하루가 눈이 오더라도 난로를 설치해야한다라고 주장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 네. 저도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지금 시급하지 않은 사안이 어딨겠습니까?(하략)

실제로 제주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이들과 재학중인 학생들도 만나보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겨울에는 다는 아니지만 상당수가 동상을 달고 살았으며 난로가 없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지냈다'는 것이다. 재학생의 경우는 '우리 반 교실은 종일 볕이 들어오지 않아 학교에서는 제일 추운 교실인데도 난로는 생각도 못해 보았다, 그냥 옷을 두껍게 입고 다니지만 수업시간에는 외투를 벗어야 하기 때문에 덜덜 떨면서 공부한다'고 했다.
그나마 80년대에 고교를 졸업한 이들 중에는 '학부모를 잘 만나면 선풍기나 난로를 교실에 놔주어서 어떤 교실은 냉난방이 되고 어떤 교실은 냉난방이 안되었다. 그래서 겨울에는 난로있는 반이 부러웠다.'고 하는 이도 있었다.

부제인 '선생님들은 따뜻하신가요? 우린 추워요.'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자극적인 제목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기사의 내용을 검토해 보면 알겠지만 선생님들도 학생들과 똑같은 환경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 대한 무관심에 대한 서운함의 표현인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를 탓하기 전에 학기 중에 학생들과 가장 오랜 시간을 같이 하는 교사들이 그간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제기했다면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서운함이다. 교실에 난로가 없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무슨 문제냐, 더 나아가서는 그것도 교육의 한 방편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주문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제주도내의 중학교만 예로 들어 제주도교육청 '2004년도 제주교육통계연보'에 나와있는 냉난방면적에 대한 통계표를 보자.

▲ 제주도교육청 2004년도 통계연보 중학교 냉난방면적 중에서
표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개별난방의 경우 유류, 일반전기, 가스, 심야전기 순이었으며 비난방의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와있음을 알 수 있다. 개별난방면적(26,625)과 중앙난방(14,235)면적을 제외한 비난방면적은 국립,공립, 사립학교의 총면적 211,459중에서 170,599나 된다.
난방면적 중에서 다시 교장실과 교무실의 면적을 빼고 나면 실재로 교실난방은 거의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제주도는 육지와 비교해서 기온은 높지만 습기가 많고 바람이 많아서 체감온도는 상당히 낮다. 겨울에 활동하기 좋은 적정 실내온도는 18도에서 20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과연 난방시설 없이 그 정도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학교가 제주도에서 얼마나 될까?

교실에 난로가 없으니 교사들이 근무하는 곳에도 난로를 피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종일 교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도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해 달라는 것이다. 제주도는 겨울이 짧고 겨울방학도 있으니 조금만 참으면 되지 무슨 난로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추운 기간이 적으니 오히려 난방비용이 적게드니 육지보다 더 유리한 조건이 있는 것은 아닌가?

사춘기 여학생들의 경우 난방시설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남학생들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은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최소한 우리 자녀들이 절로 '춥다!'는 소리가 나지 않을 수 있는 교육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어른들의 도리요, 교육관계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하여 교사, 학부모, 교육청 모두가 나서서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쾌적하게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2008년까지는 너무 멀다.
제주도내 냉난방 시설에 대한 자료를 구하는 의견에 올라온 전교조 제주지부의 답변이다.

전교조 제주지부에서 각 학교의 냉난방 시설에 대한 실태를 조사한 자료는 없습니다.
실태 조사가 필요없을 만큼 냉난방 시설이 미흡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난방 시설은 소형 가스난로를 교실에서 이용하는 곳이 더러 있고, 냉방 시설은 선풍기 3-5 대가 대부분이고 특별한 경우 에어콘 시설이 되어 있는 교실도 몇 곳 있습니다...(중략)
추위와 더위를 견디는 것은 아이들이나 교사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교사들이 좀 더 나은 편이긴 하지만 별반 차이 없습니다. 쉬는 시간에 교무실에 와서 추위를 녹이고 갈 만큼 한가하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아이들보다는 나은 편이지요.
냉난방과 관련해서는 학생복지 차원에서 전교조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다루고 있고 교육청에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예산(시설비,연료비 등)이 문제이긴 하지만 교육청, 교원단체, 학교, 학부모가 지혜를 모아 시급히 해결해야할 사안입니다.

그렇다.
시급히 해결해야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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