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스토랑 제주시 이도2동 러빙헛

▲ 쌈과 함께 나와 더더욱(!) 소고기처럼 보이는 '콩불구이'. 맛에서도 속는다(?). ⓒ이미리 기자

정말 오랜만에 기사를 올립니다.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일어난 일이란 제가 생각하기엔 슬프고, 분노하고, 좋은 일들은 아니었나봅니다. 비단 제 밖에서 벌어진 일들 말고도 제 자신에게도 큰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기사를 올리지 못하는 사정이 있는 일이었습니다. 허나 궁금증 하나로 그동안 올리지 못한 미안함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오늘 기사는 경어체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용기가 생기면 저에게 일어난 일도 기사화하겠습니다.)

▲ 채식전문점 러빙헛. 시청 먹자골목 야구장 맞은편에 있다. ⓒ이미리 기자

▲ 채식전문점 러빙헛 메뉴 ⓒ이미리 기자

야채 먹으러 가자?

외식 장소를 정할 때 다들 특정한 식당 보다는 음식 위주로 정하게 됩니다. 그 음식이란 대개가 고기 아니면 생선회가 되며, 자연스럽게 장소는 고깃집과 횟집이 되겠지요. 그래서 “고기 먹으러 가자.” “회 먹으러 가자.” 라고들 하게 되는 것이고요.

이렇듯 고기와 회는 중심 음식으로 자리를 잡고, 야채는 그냥 곁들여 먹는 것으로만 생각을 합니다. 제 주변에서도 “우리 오늘 야채 먹으러 가자.” 라고 하는 사람은 지금껏 본적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오늘 소개하는 집은 순수하게 야채로만 음식을 만들어 내는 곳입니다. 채식레스토랑인 시청후문 먹자골목에 위치한 러빙헛입니다. 그렇습니다. 야채 먹으러 갑니다.

전화로 위치를 물어보니 바로 “시청후문 실내야구장 아세요?” 합니다. 대학시절 술 마신 객기에 죽어라 방망이를 휘둘렀던 기억이 그 물음에 알싸하게 떠오릅니다. 응어리진 분노를 담아 날려버리리라 했건만, 헛헛한 절망만 밀려왔던 20년 전이, 바로 2009년 지금 같습니다. 아닌가요? 저만 그런가요? ...

▲ 콩불구이. ⓒ이미리 기자

모양도 맛도 소고기, 실은 콩불구이입니다.

이 집은 부담 없이 채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듭니다. 채식전문점이라고 하니 풀만 잔뜩 쌓아 놓고 먹는 뷔페를 상상했는데 야채들이 하나하나 훌륭한 음식으로 차려져 나옵니다. 자신의 의지이든, 피치 못할 사정이든 채식을 해야 하는 경우에 참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채식이라고 하면 생야채만을 먹는 생식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면류도 있고, 탕수도 있어 아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말이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가격이 저렴합니다. 오천 원을 넘지 않습니다. 괜히 채식전문점이라고 하면 비쌀 것 같은데 말이죠. 그리고 중요한 것, 이 집은 선불이고 셀프서비스입니다.

▲ 소고기 쌈처럼 보이지만 실은 콩을 재료로 한 '콩불구이'다 ⓒ이미리 기자

콩불구이는 모양도 맛도 소고기입니다.

▲ 채식전문점 '러빙헛' 주인이자 채식주의자인 오매자 씨. ⓒ이미리 기자
상추와 깻잎에 밥 한 술 올리고, 콩불구이 한 점과 쌈장을 올리고 보니 영락없는 소불고기입니다. 한 입 가득 입에 넣으니 쫄깃쫄깃 씹히는 것이 맛까지 소불고기입니다. 처음부터 이건 ‘소고기가 아니다.’ 라고 생각을 하지 않고 별 생각 없이 먹었다면 그냥 깜빡 속아 넘어갈 그런 맛입니다. 이번 기사부터 같이 취재하는 이미리 기자가 콩불구이로 계속 쌈을 싸면서 한 마디 합니다. “왠지 속고 있는 느낌이야.”

상추와 깻잎, 그리고 고추까지 쌈장에 곁들이니 훌륭한 콩불구이입니다. 게다가 모양도 맛도 소고기이니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겠습니다. 게다가 그 재료가 콩단백이니 몸에는 좋겠지요.

사실 채식레스토랑 제주점이라는 설명처럼 러빙헛은 체인점입니다. 그래서 각 체인점마다 조리법을 공유하여 비슷한 음식맛을 내지만 이 콩불구이 쌈밥은 이곳 제주점장인 오매자씨가 개발한 것입니다. 양파즙을 넣은 쌈장맛도 참 좋습니다.

이곳 주인장인 오매자씨가 바로 채식주의자이기도 합니다. 채식전문점을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고요. 편하게, 저렴하게 채식을 접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지구 온난화에 대처할 수 있는 실천의 방법으로 채식을 생각했답니다.

▲ 돈가스의 채식 버전, '콩가스'. ⓒ이미리 기자

▲ 콩가스 ⓒ이미리 기자

콩가스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돈가스를 따라한 음식입니다.

갈은 고기에 양념을 하고 밀가루, 계란물, 빵가루를 입혀 튀겨낸 그런 맛이 납니다. 위에 뿌려진 소스도 돈가스소스 딱 그 맛입니다. 물론 돈가스소스에서 처럼 우유나 버터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답니다. 

▲ 매실탕수. 버섯이 돼지고기를 대신한다. ⓒ이미리 기자

▲ 매실탕수 ⓒ이미리 기자

매실탕수는 제일 마음에 들면서도 조금 아쉽습니다.

매실원액으로 만든 탕수 특유의 달달한 소스가 입맛에 착착 감기긴 했는데 무언가 아쉽다 생각은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탕수육에서의 고기역할을 하는 버섯의 양이 작아 씹히는 맛이 덜합니다. 큼직한 표고버섯을 네 등분으로만 잘라 튀겨내면 푸짐하고 씹히는 맛도 있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재료인 버섯보다 그것을 감싼 옷이 너무 두터워 버섯이 조금 기가 죽었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주제 넘게 그걸 말해주려다 이제사 생각이 납니다. 제가 무슨 딴 생각을 했던 것일까요. 대학로라고 하는 시청후문에 와서 20년전과 지금을 잠시 생각하다 깜빡 이야기를 벗어났던 것일까요. 

▲ 한 상 가득 차려진 야채로만 만들어진 요리들. 기분 좋게 배가 불러온다. ⓒ이미리 기자

▲ 깔끔한 실내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이미리 기자

기분좋은 배부름...

채식전문점에 맞게 이 집의 음식을 먹으면 건강해 지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지구온난화를 막는데 조금이나마 뜻을 같이한 뿌듯함도 듭니다. 더군다나 인간의 탐욕 때문에 스러져간 동물들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일도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육식을 했을 때의 배부름에 비해서 기분 좋은 포만감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채식이라고 하니까 토끼풀만 있을 거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입니다.

<러빙헛 제주점 안내>

위치: 시청후문 야구연습장 맞은편
전화번호: 064-751-3335
영업시간: 11:30- 22:00
주차장: 없음

   

강충민기자는 아들 원재와 딸 지운이를 둔 평범한 아빠입니다.

사소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글을 쓰고 있으며 차별 없는 사회,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현재 제주몰여행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제주참여환경연대 출판미디어사업단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위에 소개하고 싶은 음식점이 있다면 '댓글'에 달아주시거나 제주의소리 편집국에 제보 바랍니다.  (취재계획이 확정되더라도 평가시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지면 기사화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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