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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하러 제주 온 게 아니,4.3을 느끼러 왔다"

4.3을 노래하고 싶다는 평화메신저 재일동포 2세 '박보밴드'
공항 도착순간 4.3영령에 합장..."왜 죽었는지 생각해야"

이미리 기자 miriism@nate.com 2009년 09월 23일 수요일 07:25   0면

‘관광’으로는 싫다며 미뤄왔던 제주행이다. 지난 20일 평화와 자유의 메시지를 노래하는 ‘박보밴드’ 리더 박보(朴保)가 4.3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제주를 찾았다.

박보는 비행기 바퀴가 굉음을 내며 제주공항에 착륙하는 순간, 그 밑에 묻혀있는 많은 4.3영령을 위해 두 손 모아 합장했다.

“일본에 존경하는 제주출신 소설가 선생님이 많다. 특히 김시종, 양석일 선생님은 술자리를 비롯해서 4.3에 대한 얘기를 자주 들려주셨다. 그 분들과 사귈수록 제주가 어떤 곳일까, 이 분들은 어떻게 오사카에서 살게 됐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항상 제주에 오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 박보밴드의 리더 박보(오른쪽)와 드러머 히로시(왼쪽).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이번 박보밴드의 제주 방문은 지난 18일 서울 홍대에서 신촌블루스의 엄인호 씨와 한 차례 공연을 치른 뒤였다.

일본 내에서 일본인과 한국인 따로 두지 않고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박보밴드는 올해로 30주년을 맞아 기념음반을 만들기 위한 ‘박보 100인 위원회’가 결성돼 있을 정도로 국내에서도 많은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다.

지역을 넘나드는 많은 팬을 확보한 데는 그의 폭발적인 가창력도 한 몫 하지만 그의 노래에 나타난 '평화'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의 감동 때문이기도 하다.

두 평 남짓한 다다미방에 뿌려놓은 너의 새빨간 장미는
지금도 가슴 속에 활짝 자랑스럽게 피어 있다
피로써 피를 씻는 전쟁

후지산에서 태어난 나는 매일 창 밖으로 후지산을 바라보았지
그리고 마의 국도 1호선 건너 매일 학교에 다녔어
횡단보도도 신호등도 없었던 그곳
오로지 있는 것은 교통사고 교통전쟁 경제전쟁 뿐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투하
천황도 사죄 못한 대동아전쟁
도대체 이 나라에 해는 떠오르려는 건가
태양 같은 꽃은 활짝 피어나려는 건가

-작사/작곡 박보, 'Bob Marley Calling-영혼에 바치는 노래' 중

   
▲ 박보.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21일 오전 소원하던 데로 제주4.3평화기념관 방문이 이뤄졌다. 그들의 4.3에 대한 관심은 진지했다. 2시간이 넘게 이뤄진 답사 내내 질문이 끊이지 않았고 하나하나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베트남, 중국, 아메리카 등지의 제노사이드 현장을 공연 때마다 관심있게 방문했다. 사실 제주도 이제야 찾았듯이 안 가본 곳이 더 많다. 하지만 가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게 많다. 그들이 누구한테 죽임을 당하고 누가 죽였는지, 우리 모두는 알 수 있지 않나. 죽은 사람이 왜 죽었는지 우리 자신,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실 그의 평화와 ‘4.3’에 대한 관심은 일본인과 한국인의 경계를 살아가는 그에겐 운명같은 것이었다.

일본 야마나시현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박보는 일본 내의 차별적인 분위기 때문에 일본 이름 ‘히로세 유고’로 노래 불렀다. 그러다 1980년 아버지의 땅 한국을 방문 뒤 자신의 뿌리를 깨달아 ‘박보’로 개명해 활동해 오고 있다. 

물론 개명 이후 활동에는 많은 제약이 따랐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박보는 더욱 솔직해졌고 때문에 더욱 자유로워졌다.

“젊은이들 모두 자기가 자유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차별이 남아있다. 교육, 결혼 등에서. 일본인이 결혼한다고 하면 ‘조선인은 아니겠지?’라고 제일 먼저 묻는다. 그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다. 자유와 민주주의 의미에 대해 잘 모른다. 세상을 그냥 살고 있는 것 뿐.”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같은 날 저녁 제주일보 맞은편 카페 ‘판’에서 제주 공연이 이어졌다. 일본어와 서툰 한국어가 섞여 있어 가사 전달은 정확치 않았다. 하지만 ‘울림’으로 내용이 전달됐다.

박보는 그의 노래를 통해 하나의 메시지를 간절히 전하고 있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밥 딜런’으로 불리는 박보는 이번 4.3기념관 답사에 대한 느낌을 묻자 곧 운율을 담아 답한다.

"너는 인생을 즐기고 있는가
4.3사건을 기억하고 있는가
너는 자유인인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있는지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화이트 비치 타면서 노래하고 있는지
막걸리 맛은 어떤지"

이날 공연장에서 박보는 일본으로 돌아가 ‘제주4.3’을 주제로 한 노래를 만들겠다고 팬들과 약속했다. 그의 '4.3노래'가 발표되면 일본 내에서 4.3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http://www.jejusori.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profile photo
정말 죄송합니다 2009-09-26 12:07:49    
이미리 님, 박보밴드, 당일 와주신 모든 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라이브를 보러 와주신 관객 여러분들께 절대 방해가 되지 않겠다고 나름 각오를 다지고 무릎으로 기어다니는 등 딴에는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저렇게 무대 가깝게까지 다가가고, 이미리 님의 앵글을 제 너른 등짝으로 가려가면서까지 촬영했다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정말 깊이 깊이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119.***.***.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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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죄송합니다2 2009-09-26 12:19:30    
최대한 배려하고, 좋은 기사 써주신 이미리 님께도 일본 현지의 정보를 더 많이 나눠드리기 위해 애썼다고 생각했건만, 제 객관적 모습이, 저렇게 무대 앞에 바짝 다가서 작은 카메라를 무의식적으로라도 막아섰다니, 여태껏 폭력적 카메라들과 싸워왔다 자부한 저로선 큰 충격입니다. 이날을 계기로 더욱 겸허한 카메라, 관객을 배려하고 다른 카메라를 배려하는 카메라가 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십시오.
119.***.***.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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