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14)

나리꽃은 백합과의 꽃입니다. 백합은 향기가 좋은 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나리꽃은 향기가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제주의 꽃, 제가 후각이 발달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바람이 많아서인지 꽃향기가 확 다가오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치자나 수선화, 귤처럼 향기가 진동하는 꽃들은 아무리 무감각하한 후각이라도 자극하고도 남습니다.

나리꽃에도 종류가 많은데 제가 제주에서 만난 나리꽃은 오늘 소개해 드리는 참나리꽃과 다음번에 소개해 드릴 땅나리입니다.

나리는 '나으리'에서 온 말입니다.
'나으리'는 상대방을 높이는 말이기도 하고, 옛날에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대하는 말이요, 양반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나리'꽃은 꽃 중에서도 으뜸이 되는 꽃이요, 그것을 다시한번 '참'이라고 확인을 해주는 것이죠.

'참'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식용할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참외나 참깨, 참꽃 모두 먹을 수 있거든요. 그러니 참나리의 어떤 부분인가는 식용가능한 곳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나리꽃은 향기가 별로 좋지 않다고 했죠? 그런데 꽃은 참 예쁘잖아요. 왜 그렇게 되었을까 궁금하시죠. 나리꽃에 관한 이런 전설이 들려옵니다.

옛날 어느 마을 원님에게는 망나니 아들이 살고 있었다네요.
그런데 이 망나니 아들이 어여쁜 아가씨를 보고 첫 눈에 반해 버렸는데 그 아가씨는 이미 다른 총각에게 마음을 준 상태였습니다. 아버지의 빽을 믿고 처녀를 겁탈하려다 뜻대로 안되자 그만 그 망나니는 어여쁜 처녀를 죽였습니다. 그래도 잘못을 알았는지 그 처녀를 뭍어주었는데 그 무덤에서 핀 꽃이 나리꽃이라고 합니다. 처녀처럼 예쁜 꽃, 그 꽃이라도 취하고 싶어 가까이 다가갔지만 역한 냄새가 났습니다. 죽어서도, 꽃으로 다시 피어나서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이가 꺽으려 하면 꺽이지 않으려는 마음을 향기로 담고 있는 것이죠.

'참'과 '거짓'이 갈등하는 세상에서 살아갑니다.
사이비가 '참'이라는 가면을 쓰고 우리 곁에서 판을 칩니다. 그래서 오히려 '참된 것'이 매도되는 현실도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참나리'는 어쩌면 '참된 나으리'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서로들 지도자가 되겠다고 합니다.
이번 교육감선거에서도 금권선거가 있었다니 거짓으로 참을 사려고 한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이제 4월에도 큰 선거가 있는데 이 때에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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