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일본인 기행문 사실 확인…관덕정 보수공사 전문가 회의서 제기

▲ 1902년 일제에 의해 복원되기 전 관덕정 사진. 처마가 상당히 길었음을 알 수 있다.
보물 322호인 관덕정 복원공사 중 50㎝ 이상 잘린 처마가 발견돼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문화재청 문영빈 전문위원은 "잘려진 처마는 일제가 1924년 복원공사를 하며 의도적으로 잘라버렸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9일 오전 관덕정에서 '관덕정 보수공사 현지 기술지도회의'가 중앙문화재위원과 문화재청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문영빈 전문위원은 자신의 주장을 1920년대 일본인이 쓴 기행문을 근거로 들었다.

▲ 1924년 일제가 복원한 관덕정 모습.
관여종이란 일본인이 쓴 기행문에는 "근자(1924)에 복원공사를 하면서 관덕정 처마가 두척(1척 30㎝) 가까이 잘려나갔다"며 "이는 관덕정의 옛모습을 잃어버린 졸속 공사가 이뤄졌다"고 나와 있다.

일제에 의해 복원공사가 이뤄지기 전에 찍은 사진(1902년)에는 처마가 길었었지만 공사 후에는 훨씬 처마가 짧아져 있다.

복원공사 지붕에서 발견된 잘려진 처마들도 크기가 52㎝에서 69㎝ 사이의 것들이어서 이같은 주장은 상당한 근거를 얻고 있는 실정이다.

관덕정은 세종 30년인 1448년 건립돼 1969년까지 무려 12차례 큰 해체 중수 작업이 있었기 때문에 그 원형을 찾기가 어렵다.

▲ 잘린 처마를 설명하고 있는 관덕정 보수공사 관계자
또한 지금까지 관덕정 해체.중수 작업을 했던 설계도나 도면이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번 관덕정 복원공사는 조선시대 마지막 복원이었던 고종 19년인 1882년에 했던 모습을 원형으로 설계를 했다.

이날 회의는 문화재 전문가들로부터 처마 길이 실측 결과를 확인하고, 복원여부를 논의하는 첫 자리였다.

제주시 문화체육과 강승부 과장은 "잘린 처마 길이는 일본인이 쓴 기행문 내용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며 "1902년에 찍은 사진과 처마 길이에 따라 관덕정 복원 실시설계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관덕정 원형복원을 위해 문화재 전문가의 고증과 의견을 수렴을 거치는 과정"이라며 "앞으로 몇차례 회의를 더 갖은 후 관덕정 복원이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잘린 처마만큼 더 늘릴 것이라고 설명하는 강승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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