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5년 이상 산부인과 17곳 중 ‘분만’ 병원은 6곳 불과
민주당 전현희 의원, 국감서 ‘無분만’ 산부인과 실태 지적

"애를 낳고 싶어도 애를 낳을 산부인과가 없다?"  개업한지 5년 이상 된 제주지역 산부인과 세 곳 중 두 곳은 단 한 번도 분만시술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부인과의 본업인 ‘분만’을 포기하는 것으로 응급상황 발생시 임산부 혹은 태아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6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전현희 의원(민주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개업 5년 이상된 제주지역 산부인과의 64%가 단 한 번도 분만시술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는 대구(86%), 부산(80%)에 이어 울산(64%)과 함께 전국 세 번째로 무(無)분만율이 높았다. 제주는 개업 5년 이상된 17곳 산부인과 중 분만시술을 해본 산부인과는 단 6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11곳은 전혀 분만시술을 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개업 5년 이상된 전국 산부인과 중 지난 5년간 분만수가 청구않은 기관 현황

지역명

총기관수

5년간

비율

대구

67

58

86.57%

부산

85

68

80.00%

울산

17

11

64.71%

제주도

17

11

64.71%

서울

325

204

62.77%

경상북도

43

26

60.47%

전라남도

27

13

48.15%

광주

32

14

43.75%

경기도

210

84

40.00%

경상남도

55

21

38.18%

인천

54

18

33.33%

대전

51

13

25.49%

전라북도

37

8

21.62%

충청남도

34

6

17.65%

충청북도

33

2

6.06%

강원도

24

1

4.17%

전체

1,111

558

50.23%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서도 개업 5년 이상 된 전국 1111곳 산부인과 중 분만수가를 청구하지 않은 산부인과 의원은 무려 558곳으로 나타났다.

개업 및 폐업한 산부인과 분만현황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는데,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개업한 산부인과 중 분만수가를 당해 연도에 단 한 번도 청구하지 않은 의원이 매년 전체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업초기부터 분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타과 진료 등의 목적으로 산부인과를 개원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지난달 열린 전현희 의원실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심각한 저출산 현상 △비현실적 수가 및 지원대책 부재 등을 꼽은 바 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워낙 고가인 분만장비를 갖추고 의원을 개원할 경우 연중 일정 수 이상의 환자가 분만해야 경영상 유지가 가능하지만 저출산과 낮은 수가 등으로 분만만으로 수익을 내기엔 힘든 구조”라며 “특히 분만사고라도 있을 경우 엄청난 부담 때문에 아예 분만을 포기하는 의원이 속출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전현의 의원은 “산부인과가 본업인 분만을 포기하게 되면 일본의 경우처럼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임산부나 태아의 생명을 심각히 위협할 수 있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같은 부정적 현실이 머지않아 부메랑처럼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전 의원은 또 “산부인과 의사의 희생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수가의 현실화와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적 배상대책 마련 등 산부인과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며 “지난 3월 흉부외과 등에 정부의 파격적 수가인상 사례처럼 산부인과 등 어려움에 처한 과목과 전공의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과목에 대한 지속적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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