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 도로천국 제주(3)] 5.16도로 확장 어떻게 볼 것인가

 제주의 도로개발. 환경운동가뿐만 아니라 많은 도민들, 심지어 관광객들도 너무 심하다고 이야기한다. 객관적으로도 제주의 인구대비 도로면적은 전국 최고이며 북제주군은 전국 최고의 도로포장율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왜 지금도 제주의 도로개발은 쉬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것일까? 그리고 무분별한 도로개발로 인해서 어떤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가? 특히, 그동안 도로개발과정에서 행정기관과 주민, 환경단체의 갈등사례를 통해서 향후 도로개발정책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물음을 가지고 총 5회에 걸친 기획기사를 준비하였다. 지난 2회는 제주의 도로개발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해서 실었다. 이번 3회와 다음 4회는 제주도내도로개발과정에서 있었던 주민과 행정, 행정과 환경단체와의 갈등의 원인과 배경을 알아본다. 이번 3회는 몇년전 있었던 5.16도로 확장과정에서 행정당국과 환경단체와의 갈등을 다룬다. [필자:제주환경운동연합 교육팀장]


▲ 5.16도로 중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숲 터널. 제주도는 한 때 이 곳을 확장해 훼손하려 했다.
1999년, 건설교통부는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꼽히는 제1횡단도로(일명 5.16도로)를 확장하고 직선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남북간의 이동시간 단축과 원활한 물류수송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서귀포시 토평동에서 시작하여 숲 터널의 바로 코앞까지 약 10.08km에 이르는 대규모 공사였다.

5.16도로는 일제시대 때 국유림 조림과 산림순찰 등의 명목으로 개설된 도로이다. 하지만 이때까지 도로는 포장되지않은 상태였다. 5.16쿠데타 이후 박정희 정권은 5.16도로에 대한 전면 포장공사를 시작한다.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한 인프라로서 5.16도로 확장을 시도한 것이다. 5.16도로 확장이후 제주시와 서귀포시까지 이동시간이 단축됨으로서 관광의 활성화에 기여한 측면도 있었지만 천연보호구역인 한라산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도로라는 점에서 한라산의 생태계를 단절해버렸다는 오명은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한라산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만큼 도로주변의 숲이 울창하고 곡선구간이 많아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라는 찬사를 받고 있고 관광자원으로서도 한몫을 하고 있다. 특히 5.16도로구간 중 숲터널은 장관을 연출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점에서 건설교통부에서 5.16도로를 확장하겠다는 발표를 한 것이다.

제주도내 사회단체에서는 반대운동을 시작한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을 중심으로하여 도내 환경관련 단체들이 이때부터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단체들이 도로확장을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요약된다.

▲ 한라산국립공원을 관통하는 5.16도로는 자연생태계가 가장 잘 보전된 지역이기도 하다.
# 한라산 국립공원의 파괴
5.16도로 확장계획이 세워진 곳은 한라산 국립공원의 천연보호구역 접경부이며 녹지자연도 8등급 이상이 전체의 50% 이상이고 제주도개발특별법에 의한 절대보전지역과 상대보전지역이 대부분인 지역이다.

특히 돈네코 계곡, 효돈천, 수악계곡, 논고교 일대는 활엽수림인 서어나무, 동백나무, 구실잣밤나무 등의 식물상이 극상상태인 곳이며 노루, 오소리, 족제비, 양서파충류들의 서식공간이다. 확장공사를 벌일 경우 계곡생태계는 파괴될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더욱이 10km에 이르는 공사구간의 양쪽에 있는 수만 그루의 나무들이 잘려나간다는 것이었다.

# 관광서비스 및 사고위험성 감소를 위한 목적에 맞지 않는다.
5.16도로의 장점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곡선도로이기 때문에 속력도 낮고 운전자들이 조심운행을 하게되어 타도로에 비해 사고건수도 낮고 사망사고도 아주 적다. 굴곡을 펴고 넓히면 결과적으로 사고위험이 더욱 높아져 관광도로로서의 매력 또한 사라질 수밖에 없다.
또한 운전자가 위험하거나 추월욕구를 느끼는 곳 대부분이 이미 3차선 도로화 또는 갓길 등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는 점에서 확장의 필요성은 줄어드는 것이다.

# 물류이동시간의 단축 및 물류이동량 확대라는 목적에 맞지 않는다.
이 지역에 대한 도로교통량 조사결과(1998년 기준) 1993년 이후 전체 교통량이 안정화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증가율은 둔화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 더욱이 교통량의 20%만이 트럭이라는 점은 5.16도로가 물류이동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16도로를 확장하면 물류이동 시간을 줄이고 물류이동량을 확대하여 경제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주장은 맞지않는다.

▲ 곡선의 도로에는 자연스러움과 함께 아름다움의 미학을 엿볼 수 있다.
#. 직선의 천박함과 곡선의 아름다움
이 계획에서는 도로를 확장할 뿐만 아니라 곡선구간은 모두 직선화한다고 나와있다. 박정희 정권 때부터 시작한 고속도로 개설사업의 유산이 아닐 수 없다. 도로는 쭉쭉 뻗어야한다는 고정관념이 이 계획에서도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5.16도로가 아름다운 이유는 도로주변의 숲이 울창할뿐만 아니라 구불구불한 곡선도로가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럽에서는 곡선도로를 관광자원화하고 있고 일부러 곡선도로를 만들고 있기도하다.

한 잡지사에서 세계의 유토피아 국가를 아이슬랜드로 지목한 적이 있었는데 선정 이유 중에 하나가 도로의 포장률이 가장 낮고 곧고 넓은 길이 없다는 것이었다. 5.16도로 또한 곡선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면 생명력을 잃게 된다.

# 이 계획이 이뤄지면 5.16도로 전체구간이 확장될 수밖에 없다
그 당시 계획은 토평동에서 숲터널의 바로 코앞까지 약 10km를 확장하는 사업으로서 숲 터널은 공사구간에서 제외되었다. 이것은 숲 터널이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구간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전체도로구간 중 일부 구간만 확장해버리면 이동시간 단축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차량병목현상을 일으켜 오히려 교통불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렇게되면 교통민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건설교통부도 이를 명분으로 삼아 숲터널을 비롯하여 5.16도로 전체를 확장하는 계획을 밀어부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건설교통부의 비대한 조직을 유지하기위해서는 도로개설이나 확장공사는 끊임없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 일직선으로 곧게 뻗는 5.16도로. 삭막함을 넘어 천박함이 엿보인다.
위와 같이 크게 5가지의 이유에서 환경단체에서는 반대운동을 가열차게 벌이게 된다. 시민단체 공동기자회견, 현장 집회, 토론회 개최, 문화재변경허가 승인에 대한 문화재청 항의서 발송, 국정감사시 제안서 제출, 전국환경운동연합 연대 서명 발표 등이 활발히 벌어지면서 5.16도로 확장문제는 제주도의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게 되었다. 각종 방송사에서 토론회의 주제로 다루어 찬반간의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당시에도 제주도민간에 찬반 비율은 50:50 정도로 비슷했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도로공사가 시작된 이후 2003년 황경수 교수팀의 설문조사결과 5.16도로의 확장보다는 보전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70%를 넘어선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도로개발에 우호적인 도민 정서상으로도 5.16도로 확장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서부산업도로가 대규모로 확장되면서 5.16도로의 물류이동기능은 매우 떨어진 상태여서 앞으로도 5.16도로 확장은 명분이 매우 약해졌다.

이렇게 도민사이에서도 5.16도로확장문제로 찬반이 갈리게 되자 당황한 것은 제주도 당국이었다. 결국, 우근민 도지사는 여론에 밀려 총 10km구간 중에서 주변삼림이 울창한 수악교에서부터 논고교까지의 2.6km공사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발표 후 환경단체에서는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였지만 결국 묵살되고 공사는 시작되고 말았고 현재 완공되기에 이른다.

▲ 양수남 환경운동연합 교육팀장
결국 개발주의가 생태주의의 강력한 반발을 받자 한발 뒤로 물러서는 술수를 발휘하면서 승리를 한 것이다.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5.16도로 확장사업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5.16도로확장과정에서의 갈등은 개발논리와 생태논리간의 갈등이었고, 곡선과 직선의 갈등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현재도 이러한 갈등은 제주도내 곳곳에서 재연되고 있고 개발주의가 제주도에 만연하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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