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2코스 ③] 오조리마을 올레

제주올레 2코스 오조리 마을올레
 제주도 동쪽 끝 바닷가에 웅크리고 내려앉은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제주 10경중 하나인 일출봉에서 서쪽으로 800m 거리에 위치한 오조리 마을이다. 오조리 마을은 자연부락으로 형성돼 주민 1000여 명 정도가 살아가고 있다.

  오조리 양어장을 끼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오조리마을 올레는 그냥 길이 아니다. 특히 10월, 이 길은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올망졸망 올레길이다. 제주올레 2코스는 광치기해안부터 오조리 저수지-오조리방조제-식산봉-오조리성터입구-고성위마을-대수산봉-혼인지-정한수터-온평포구로 17.2km. 5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제주올레 2코스에서 오조리 올레를 걸어 보았다.


▲ 오조리 100번길 오조리 100번길 ⓒ 김강임

  구비구비 흙길, 백만장자 정원

  사람들은 이 마을을 '차와 시인의 마을'이라 불렀다. 또 어떤 이는 이 마을을 '해 뜨는 마을'라 부르기도 했다. 아마 그 이유는 마을 동남쪽 건너편에 바다로 뻗어나간 성산포와 일출봉이 마주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마을이 바로 서귀포시 성산읍에 소재한 오조리 마을.

   한때 '바다만 보고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일까? 지금도 바다만 보면 가슴 두근거림은 여전하다. 때문에 제주올레 2코스 광치기 해안에서 식산봉 맞은편의 언덕 쌍월을 지나 오조리로 마을로 접어드는 제주올레 2코스 길은 한때 내가 동경했던 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 해안에서 출발한 지 1시간 20분 후, 식산봉에서 내려와 오조리 마을로 접어들었다.  오조리 양어장을 끼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흙길이었다. 가을하늘과 맛 닿은 갈대가 너울너울 춤을 추다 오조리 양어장까지 이어져 갈대숲을 이뤘다. 바위틈에 자라는 쑥부쟁이 무리들은 참으로 강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씨를 뿌려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어느 백만장자 정원 같았다.

▲ 빨랫대 지붕에 달라니 빨랫대 ⓒ 김강임

▲ 돌담 나팔꽃 돌담 나팔꽃 ⓒ 김강임
  
▲ 밭담과 콩 수확 제주의 밭담 ⓒ 김강임

 사람 사는 냄새 풀-풀-나는 오조리 100번 길

  반농반어로 살아가는 오조리 사람들의 재산은 바다와 밭,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오밀조밀 경계선을 이은 밭담이다. 아마 이 밭담은 바닷바람을 막을 수도 있겠고, 밭과 밭 사이의 경계선이기도 하다. 또한 마소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밭담 안에는 수확을 앞둔 콩과 월동채소, 당근 이파리가 마을길을 열었다.

  오조리 마을 올레는 높은 돌담 옆으로 이어졌다. 오조로 100번 길이다. 양쪽 돌담으로 이어지는 오조리 100번 길은 폭이 2-3m 정도. 시골마을 치고는 꽤 넓은 올레길이다. 돌담너머로 보이는 풍경들이 바로 사람 사는 맛을 느끼게 했다. 빨래 줄에 달린 집게도, 돌담을 옆에 끼고 늘어선 전봇대도, 그리고 지붕을 묶어놓은 벽돌까지.

  '아침에-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나팔꽃처럼 짧은 사랑은 속절없는 사랑아-'

  돌담 너머로 노울대는 나팔꽃을 바라보고 한 올레꾼이 가던 길을 멈추고 유행가를 흥얼거린다. 오조리 마을 올레길이 노래방인가?

▲ 해녀할망집 표시판 제주올레 추천 숙소 ⓒ 김강임

▲ 올레 숙소 할망집 제주올레 지정 숙소 해녀할망 집 ⓒ 김강임

 할망 민박, 엿보기

  제주올레가 각광을 받으면서 시골마을에는 민박집들이 활성화되었다 그중에서도 할망민박(할머니 민박)은 올레꾼들의 호응도가 높아졌다. 빈집을 지키며 외롭게 사는 제주 할망들은 누구보다 제주의 정서와 문화가 몸에 익었을 테고, 남은 방들을 올레꾼들에게 민박으로 제공한다. 때문에 오조리 마을 올레를 걷다보면 해녀할망 민박과 할망민박을 만날 수 있다.

 할망민박의 특별함은 돌담너머로 일출봉이 보이고 오조리 저수지와 식산봉을 단숨에 달려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당 한켠 우영밭(텃밭)에서 재배한 무공해 채소로 아침밥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최고의 프리미엄은 고향, 또는 외갓집의 푸근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 마을올레 삼거리 마을올레 ⓒ 김강임

 마을길 올레 고목, 작은 구멍가게는 쉼터

  제주올레는 대문에서 마을길까지, 마을길에서 한길까지, 또 한길에서 대도로변까지로 이어진다. 이 올레를 그물처럼 엮어 놓은 것이 바로 제주올레다. 마을 한길올레를 걷다보면 수령을 알 수 없을 만큼 세월이 느껴지는 팽나무가 마을을 지킨다. 오조리 마을 올레 한가운데에도 2그루의 고목이 쉼터를 제공했다.

  오조리 100번 길에는 작은 구멍가게도 눈에 띄었다. 여느 대형마트나 백화점 같지는 않지만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목을 축일 수 있는 과자류와 아이스크림, 생수 정도는 갖추어 놓았다. 물론 구멍가게 앞에서 서너 개의 의자도 마련돼 있어 다리를 쉬게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 불치막 거름을 넣어두는 작은 집 ⓒ 김강임

  "저건 불치막이우다!"

  "저건 통시 아냐?"

  함께 길을 걸었던 제주토박이에게 던진 내 질문은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 저건, 불치막이란 거우다! 불치막은 거름을 넣어두는 작은 집 마시! 예전엔 지붕을 초가로 만들었신디, 초가를 허문 모양인게!"

  역시 제주올레길은 제주토박이들하고 함께 걸어야 재미가 배가된다. 그러고 보니 예전 시골에서는 생활쓰레기를 썩혀서 거름으로 이용했다. 지금에야 유기질 비료가 생산되어 생활쓰레기를 보관할 집이 필요 없겠지만 말이다. 1평 남짓한 불치막 돌담 위로 호박과 감이 익어가니 그 정겨움이 바로 사람 사는 냄새가 아닌가.

▲ 백만장자의 정원 갈대 , 억새, 쑥부쟁이 가을 열매 어우러진 올레길 ⓒ 김강임

 오조리의 전부가 일출봉으로 향한다

  오조리 100번 길 끄트머리로 돌아섰다. 99개의 일출봉 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길은 다시 오조리 양어장 둘레 길로 이어졌다. 여기서부터는 폭이 50cm정도 되는 언덕길. 물론 이 언덕길은 울긋불긋 익어가는 가을열매 길을 20분 정도 걸어야 했다.  가을 열매는 억새와 무리를 이뤄 발길 닿는 곳마다 밋밋한 가을 산을 걷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 사는 냄새 풀-풀-나는 오조리 마을 올레, '차와 시인'의 마을로 통하는 오조리는 정말이지 일출봉을 향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마을의 지붕도, 돌담도, 나팔꽃도, 그리고 풀을 뜯는 말들까지도 일출봉을 향해 바라보고 있다. 오조리 마을의 연인은 바로 일출봉이니까 말이다

▲ 오조리 마을 올레 제주올레 2코스 중 오조리 마을 올레 
ⓒ 김강임  제주올레2 

덧붙이는 글 | 제주올레 2코스는 광치기해안부터 오조리 저수지-오조리방조제-식산봉-오조리성터입구-고성위마을-대수산봉-혼인지-정한수터-온평포구로 17.2km다. 5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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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임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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