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집에서 와인 마셔도 좋겠네...
중국집에서 와인 마셔도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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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충민의 제주맛집] 중국식선술집 제주시 연동 칭따오객잔

▲ 자장면.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서귀포 매일시장 버들집에서 먹었던 첫 ‘짜장면’의 추억

제가 자장면을 처음 먹었던 건 초등학교 4학년때였습니다.

어머니와 서귀포 매일시장을 갔다 오는 길, 조르고 졸라 기어이 자장면 한 그릇을 먹었더랬습니다. 돼지머리와 순대가 잔뜩 쌓인 골목 귀퉁이 유리창에 “버들집”이라고 빨간 페인트로 쓰여 있었던 집, 늘어뜨린 발을 걷고 들어가 자리에 앉았을 땐 ‘드디어 자장면을 맛보는 구나’ 라고 두근두근 거렸습니다. 거짓말 안 보태고요.

어머니와 마주 앉고, 이윽고 자장면이 내 앞에 놓여 졌습니다. 아 그때 정말 저는 어머니에게 단 한 번도 먹어보란 말 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저와 마주 앉았지만 의자를 비스듬하게 해서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렸습니다. 천장 낮은 식당에 매달려 그네를 타는 파리끈끈이를 보고 있었을 지도요. 어머니도 먹고 싶었겠지요. 참 두고 두고 철없던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그 때 먹었던 ‘짜장면’의 맛.

눈물 나게 맛있었습니다.

제주에서 만나는 작은 중국

▲ '중국집'이라기보다 '중국레스토랑'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칭따오객잔.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신제주 연동에 있는 칭따오객잔은 제 유년의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중국식 주점입니다. (중국에서는 주점(酒店)은 호텔이고, 객잔(客棧)이 우리가 말하는 주점, 즉 술집입니다.)

하지만 이집에 들어서면  제 유년의 기억은 거기에서 딱 멈추고 맙니다.

중국집이 아니라 중국레스토랑이란 말이 어울리게 내부치장이 중국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곳입니다. 그렇다고 그런 내부치장이 조잡하거나 천박하지 않습니다. 실내에 은은히 들리는 중국노래도 오히려 편안한 느낌이 들고요. 은은한 쟈스민차 향도 참 좋습니다. 장식물 몇 개 진열해서 중국음식점임을 나타내는 것 하고는 차원이 다른 감이 듭니다. 탁자나 의자, 장식물도 세심히 신경 쓴 흔적이 엿보입니다. 뭐랄까 제주에서 만나는 작은 중국이라면  어울리는 말일까요.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팔을 턱하고 걸터앉으니 홍등이 바알갛게 밝히고 있습니다. 순간 제가 예전에 무척이나 좋아했던, 그리고 잊고 있었던 장예모 감독의 영화들이 떠오릅니다.

그러네요. 특히나 화면전체를 붉게 물들였던「붉은 수수밭」의 여운이 되새겨지네요.

이 집은 자장면 후다닥 먹을 요량이면 도시락 싸서 말리고 싶습니다. 우선 저녁 6시에 영업을 시작합니다. 퇴근 후 가족이나 좋은 사람과 속삭이듯 조곤조곤 얘기를 나누는 그런 곳입니다. 물론 술 한 잔도 곁들이면서요.

중국집에서 와인 마셔도 좋겠네...

▲ 와인과 함께 먹어도 좋을듯한 '칠리중새우'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칠리중새우.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칠리소스를 곁들인 새우가 참 맛있습니다.

일단 새우의 크기가 흔히들 칵테일 새우라고 하는 감질맛 나는 것이 아니라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게 나옵니다. 거기에다 눈가림하지 않고 얇게 입힌 튀김옷이 보여지는 그 크기임을 그대로 알려줍니다. 감자전분과 고구마전분을 사용했다는  튀김옷을 입혀 튀긴 새우에 달콤하고 매콤한 칠리소스가 같이 곁들여졌습니다. 이 맛이 느끼하지 않고 참 기분 좋습니다.

▲ 탕수육.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보통의 중국집보다는 양이 작은 듯한 탕수육은 소스가 참 상큼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케찹을 섞은 탕수육소스를 싫어하는데 이 집의 소스는 우선 그렇지 않아 좋습니다. 간혹 어떤 곳에서는 녹말물을 많이 넣어서인지 소스의 농도가 너무 질거나, 달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끝 맛이 참 상쾌합니다. 소스를 만들 때 사과쨈을 같이 넣어서 만들었다는데 저도 집에서 만들면 이런 맛이 날지 조금 자신이 없어집니다.

중국요리하면 떠오르는 느끼할 것 같은 선입견, 그리고 고량주 한 잔 해 줘야 될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이 집에서는 왠지 와인을 한 잔 곁들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소동파가 좋아했다는 '동파육'.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동파육.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게다가 이 집 주인장 이상희씨가 소동파가 좋아했다는 동파육을 맛보라며 내왔습니다.

▲ '칭타오 객잔'의 안주인 이상희 씨.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삼겹살을 삶고, 자장을 발라서 튀기고 다시 찌는 과정을 반복해야 완성된다는데 모든 요리 에 정성을 다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고추기름, 파기름도 다 일일이 직접 내서 한다는 말도 잊지 않습니다. 이상희씨는 제주가 좋아 정착한지 7년이 넘었답니다. 이 집을 시작한지는 2년반이 넘었답니다.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먹지 않으면 섭섭할 터 한 그릇 시켰습니다. 아  옛날 서귀포 매일시장에서 먹었던 유년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맛입니다. 참 고소합니다.

이 집에서 친구 만날 약속을 하고 조곤조곤 오래 얘기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이 나라 이 제주에서 살 맛 떨어지지만 "그래도 살아야 한다, 버텨야 한다." 전의를 불태우면서요. 술 한 잔  같이 곁들이면 더욱 좋고요.

(혹시 이곳에서 술 한 잔 할 생각이면 저에게 전화주세요. 사실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이 가깝거든요. 물론 퇴근시간 전에요. 조곤조곤 세상 얘기 같이 하면서요.)

▲ 사진속 건물 2층 홍등이 은은한 '칭따오객잔'.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칭따오 객잔 안내

전화번호:064-749-4070
영업시간: 18:00- 익일 06:00
위치: 신제주 국민은행 동쪽 70미터(구 신제주 종합시장 맞은편 건물 2층)
주차장:건물 지하주차장 또는 맞은편 구 신제주 종합시장 주차장

<제주의소리>

<강충민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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