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다운 경관’의 보존을 위하여

어제(4일자) ‘제주도정뉴스’ 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실렸다.

“제주경관 ‘서사적 풍경’으로 바뀐다”

‘서사적 풍경’이라고? 궁금했다. 클릭해서...읽어 보았다. 내용은 이랬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전 지역의 경관 보호·형성을 위해 경관자원과 개발의 방향 등을 고려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제주특별자치도 경관 및 관리계획'을 11월 4일 확정 공고했음.

이번 공고된 경관 및 관리계획은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256조의 도시경관의 관리에 관한 특례에서 경관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지난 2007년 7월 연구용역에 착수해 2년 만에 수립된 것임.

이에 따라 앞으로 경관법령에 따른 경관계획 및 경관사업의 승인, 경관협정의 인가 등에 대해서는 이번에 공고된 계획과의 연계여부 등을 경관위원회에서 심의하게 된다고 함.

무려 8억원이 넘는 예산(용역비)를 투입하여 만든 이 보고서는 도의회 의견 청취과정에서 부실논란이 불거지면서 연거푸 '보완요구' '보류'로 제동이 걸렸다가 지난 9월말 조건부로 가까스로 통과됐다는 보도도 접한다.

이 계획이 ‘의무’ 사항이 아니라 ‘권고’하는 수준에 불과해 시행과정에서 혼선이 많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입된 어마어마한 혈세를 생각해서라도, 이러한 우려가 기우에 그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만큼 이 계획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련 계획을 다운로드하여 읽어보려 하니, 총 640쪽이 넘고 용량이 400MB를 넘을 정도로 방대한 계획이다. 세세히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관심있는 분야만 대충 살펴보았는데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제주다운 경관’의 회복을 위하여

계획은 제주의 경관계획을 ‘평화의 섬, 제주’에 초점을 맞추고, 제주경관의 미래상을 ‘제주고유의 서사적 풍경 구축’으로 맞추었다. 쉽게 얘기하면 ‘제주다운 경관’의 회복을 위미하는 것이다. 충분히 수긍할만하고 환영할만한 대목이 아닌가 한다. 그 동안 그렇게도 많은 ‘제주(다운) 경관’을 지켜오지 못해왔다는 회한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주경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3대 지형적 요소, ‘한라산’과 ‘오름’, ‘해안선’을 존중해야 한다고 계획은 강조하고 있다. 즉 제주에 조성되는 모든 인공구조물들은 이들 3요소를 존중하는 디자인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존중’이라는 점잖은 표현을 썼지만 이 요소를 저해하는 시설이나 디자인은 안된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요즘 열렬 팬이 되어 버린 김경수의 <나의 벗, 나의 제주> 시리즈 중 제16화 ‘바보제주’ 중 ⓒ 제주의소리
 
한라산과 오름경관과 관련한 얘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일단 여기서는 ‘해안’과 ‘도서’와 관련한 의견만 잠시 피력하려 한다.

이러한 ‘존중의 원칙’에 따라 보고서에는 ‘해안선’과 관련하여 이렇게 쓰여 있다.

“해안선의 단애, 너덜바위, 모래사장으로 연속한 해안선을 보존하기 위하여 매립, 호안 등 해안선의 변경은 적극적으로 규제하며, 특히 해안선과 해변도로 사이의 공지 등에서의 행위는 적극적으로 제한한다”(187~8쪽) 

이어 연구진은 도 전역을 대상으로 해발기준에 의한 ‘기본경관단위’를 5개단위로 선정하고, 이 중 ‘해안지역’은 ㉱단위, ‘도서지역’은 ㉲단위로 설정했다. 도서 지역의 경관단위㉲에 대한 해설 중 ‘(4)취락-도서’ 부분에는 이렇게 쓰고 있다.

▲도서와 본 섬 사이의 조망 보전 ▲파노라믹 도서자연경관의 보전,관리 ▲도서지형 특성을 존중하는 경관 형성(366쪽)

나아가 ‘비양도’의 경관관리계획(pp370~1)으로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비양봉 정상에서 가능한 한라산과 제주시 서부지역 오름군 조망의 중장기적 보존과 관리방안 수립

▲보행우선의 해안도로 정비, 해안도로변 인공구조물 심의 강화

▲해안도로 및 섬의 모든 부분에서의 비양도의 조망이 가능하도록 인공구조물의 높이, 좌향, 개방지수 등의 경관심의를 강화할 것

또한, 계획에는 제주도의 ‘대표 조망점’ 을 100개 설정하고 있는데 이 중 비양도와 관련된 조망점만 해도 아래처럼 4개소나 된다.(248쪽) 그만큼 비양도와 협재 해안경관이 반드시 보존해야 할 뛰어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 ⓒ 제주의소리
▲ 244쪽. 주요 조망점 12-11 ⓒ 제주의소리

한편, 계획안 84쪽 <1.2.3 조망경관-1)조망경관의 현황>에는, 도서(島嶼)라는 지리적 조건이 제주와 유사한 ‘오끼나와’의 경관형성 계획이 아래 그림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그림처럼 경관조망을 함에 있어, 도시공간 속에서는 도로를 따라 시점이 이동하기도 하고, 때로는 높은 지대로부터 조망하기도 하며, 심지어 선상(船上)으로부터도 원망(遠望)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림의 맨 좌측 라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오끼나와는 해안 경관의 보호를 위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게 된다.

▲ 보고서 84쪽. 조망경관의 현황에서 재인용 ⓒ 제주의소리
  
이상의 내용, 좀 지루하다 생각하면서도 구구절절 소개하는 이유,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시리라 믿는다.

현재 진행 중인 비양도 케이블카계획은 이처럼 제주도의 경관관리 계획과는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계획이다.

문제 제기한 지 1년여의 시간이 흐르도록 메아리가 별로 없어 조용히 지냈다. 올레 서명숙 이사장의 새롭고 씩씩한 일갈이 반갑다. 조정래 선생, 강제윤 시인의 글들도 큰 힘이 된다. 사실 이 사안은 특정인이나 단체가 찬반을 다툴 사안이 아니다. 원칙대로만, 아니 상식선에서 행정과 도의회가 처리하면 된다. 8억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한 본 ‘경관관리계획’의 효용성 여부는 일차적으로 여기에서 판가름 날 듯하다.  

끝으로, 경관관리계획에 나와 있는 도민(546명)과 관광객들(743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126~7쪽)를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친다.

첫째, 도민과 관광객 모두 제주를 가장 잘 드러내는 아름다운 경관으로 한라산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선호도에서는 도민은 오름과 성산일출봉을 관광객은 바다풍경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둘째, 도민과 관광객 모두 인공구조물을 제주도 경관 훼손의 가장 큰 영향요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경제활성화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는 각종 개발사업이 도리어 관광객 불만족 요소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도민과 관광객 모두 한라산과 먼바다의 수평적 경관을 동시에 조망하고 시야를 가리지 않는 탁 트인 풍경을 제주도의 상징적인 경관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하 생략)  / 이지훈 지역희망디자인센터 상임이사<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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