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아시스를 찾아서(1)] 울트라 트레일 몽블랑마라톤②

▲ 다른 대회처럼 스틱을 준비하지 않아 체력 소모가 많았다. ⓒ안병식

그러는 사이 밤은 더욱 깊어갔고 어느새 새벽 컴컴한 밤에 길게 늘어진 렌턴의 불빛과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외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한 밤이 찾아왔다.

그동안 세계 여러 나라의 대회에 참가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정보도 부족했고 다른 대회와는 코스와 진행방식이 조금 달라 미흡했던 부분들도 있었다. 특히 다른 레이스 처럼 생각해서 스틱을 준비하지 않아 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무척 체력소모를 많이 했다. 또 너무 작은 렌턴을 준비한 탓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밤새 거북이 걸음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런러들이 스틱을 사용했는데 사실 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스틱을 사용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맨몸으로 오르막을 달려 오르면서 체력소모도 많아졌고 초반에 오버페이스를 하면서 체력은 점점 더 많이 떨어졌다. 게다가 안개비까지 내려 그렇지 않아도 렌턴 불빛이 약한데 앞이 잘 보이지도 않아 야간 레이스를 너무 어렵게 진행 할 수밖에 없었다.

▲ ⓒ안병식

▲ ⓒ안병식

체력소모를 많이 해서 그런지 50km 지점인 레 사피유(Les Chapieux)에 도착해서는 현기증까지 생기면서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체크포인트에서 음식과 음료를 먹으면서 20분을 넘게 쉬고 나니 몸이 좀 괜찮아지는 것 같아 다시 천천히 걷기 시작했지만 음식을 잘못 먹었는지 설사까지 하면서 가다 멈추고 몇 번을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렇게 걷다 뛰다를 반복하는 동안 ‘악몽’ 같은 밤이 지나고 새벽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날이 밝아오면서 몸도 회복되어 갔고 알프스 산맥 사이로 태양도 밝게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78km 중간 지점인 이탈리아의 꾸르마이어(Courmayeur)에 예상했던 시간보다 4시간이나 늦은 아침 9시가 넘어서 도착하는 바람에 이미 상위권 진입에 대한 계획은 포기하고 다치지 않고 즐기면서 완주할 수 있을 정도로만 천천히 달리기로 했다. 이후에는 욕심을 버리고 나니 시간 여유도 많아 사진도 많이 찍고 레이스를 편하게 할 수 있었다.

▲ ⓒ안병식

▲ ⓒ안병식

꾸르마이어에서 음식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사이 어느새 한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다행이 몸은 괜찮아져서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금새 오르막이 나타나 다시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레이스를 진행했다.

어제 밤에는 몸도 정상이 아니어서 아무 생각도 없었고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컴컴한 밤을 안개비를 맞으며 밤새 걸었지만 오늘 꾸르마이어를 지나면서는 날씨가 맑아 푸른 하늘과 알프스의 멋진 풍경들을 맘 것 감상 할 수 있었다. 몸도 많이 괜찮아져 아르누바(Arnuva)까지는 편하게 레이스를 할 수 있었지만 반복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은 그리 쉽지 많은 않았다.

▲ ⓒ안병식

▲ ⓒ안병식

체크포인트인 에레나(Elena) 산장을 넘어 100km 지점인 그랑 콜 페레(Grean Col Ferret) 정상으로 향했다. 이번 대회 코스 중 가장 높은 곳이고 경사도도 심해서 모든 런러들이 거북이 걸음으로 힘겹게 정상으로 향했다. 해발 2537m의 정상에 오르면 이탈리아와 스위스 모두를 바라 볼 수 있는 국경지점이기도 하고 대회 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스위스의 작은 마을  라 페울에(La peule)를 지나 다음 체크포인트인 라 포울리(La Fouly)에 도착했다. 작은 마을이었지만 마을사람들이 나와서 많은 응원을 해주었고 음료수와 먹을 것을 준비해서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 ⓒ안병식

▲ ⓒ안병식

저녁이 되어서야 123km 체크 포인트인 샴펙스(Champex)에 도착했다. 체크포인트에서는 충분한 음식과 음료를 지급하는데 환경보호를 위해 1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 각자는 모두 개인 컵을 지참해야 체크포인트에서 음료를 지급 받을 수 있다. 선수들에 대한 배려 못지않게 자연한경 보호에 대한 대회 측의 노력을 볼 수 있는 모습들이었다.

저녁을 먹은 후 대회 측에서 마련한 곳에서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무릎 마사지를 받고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레이스를 시작했다. 샴펙스를 지나 마지막 40km를 남겨뒀지만 Bovine(1987m), Catogne(2011m), Flegere (1877m) 3개의 산을 다시 올라야 하기 때문에 걷고 뛰고를 반복하며 힘든 레이스는 밤새 진행됐다. 오늘은 저녁 때 레이스를 끝마칠 걸로 예상해서 긴 옷을 꾸르마이어 체크포인트에 남겨두고 왔는데 새벽이 되면서 산 정상에서는 날씨도 추웠고 렌턴에 건전지도 떨어지면서 희미한 불빛에 앞도 잘 보이지 않아 예상치 못했던 2틀 째 밤의 레이스는 힘든 시간들이었다.

잠을 자지 못해 피로도 많이 쌓여 정신없이 산을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는 사이 어느새 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마지막 산 정상에 오르고 난 후에야 날이 밝아왔고 멀리 몽블랑 산맥이 보이기 시작했다. 햇빛에 비치는 몽블랑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 해가 떠오르기를 30여분을 기다리고 사진 몇 장을 찍고 난 후 피니쉬 라인이 있는 샤모니로 향했다. 피니쉬 라인에서는 아침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격려의 박수를 쳐주고 있었고 이렇게 길고 멀게만 느껴지던 대회를 끝마칠 수 있었다.

▲ ⓒ안병식

▲ ⓒ안병식

이번 대회에는 UTMB 코스 166km 2,300명, CCC 코스 98km 1,800명, TDS 코스 106km 1,200명, PTL 코스 245km 60팀(1개 팀에 3명)=180명 이 참가했고 완주 율은 51%이다. 많은 참가자들과 자원봉사자들 거리에서 격려의 박수를 보내준 수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아름다운 알프스 산맥의 풍경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끝으로 한국에서 라면과 김치를 가져다 주시고 대회 기간 내내 이것 저것 많이 챙겨주신 한국 참가자 분 들게 감사드리고 대회 참가 기회를 마련해준 노스페이스에도 감사드린다. <제주의소리>

<안병식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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