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국'처럼 강인한 '가마리 해녀' 삶을 따라
'감국'처럼 강인한 '가마리 해녀' 삶을 따라
  • 김강임 (-)
  • 승인 2009.11.17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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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4코스 ①] 당케포구-방애동산-거우개-가라미개-해녀올레

제주올레4코스
 사람들은 그 길을 죽음의 올레라 불렀다. 제주시에서 동쪽 우회도로를 따라 60㎞, 남쪽으로 태평양과 연하여 드넓은 백사장을 가진 서귀포시 표선, 표선 당케포구는 제주올레 4코스의 출발지점이다. 제주올레 4코스는 당케포구에서 남원포구까지로 23km로 제주올레 코스 중 가장 긴 올레이다.

  제주올레 4코스는 표선 당케포구 잔디구장-방애동산-해비치호텔.리조트 앞- 갯늪-거우개-흰동산-가마리개(5.5km)-가마리해녀올레-멀개-가는개-토산 바다산책로(9km)-토산 새동네-망오름(11km)-거슨새미-영천사(노단새미)-송천 삼석교(14km)-태흥2리 해안도로-햇살좋은 쉼터(21.5km)-남원해안길-남원포구로 23km이다. 소요시간은 6-7시간.

▲ 해녀올레 바다로 통하는 올레에는 노란 감국이 길을 연다 ⓒ 김강임

 낯선 올레꾼과 23km 길트기

  백사장 한켠 잔디위에 빨간 배낭을 멘 그녀를 발견한 시간은 11월 15일 아침 9시 20분, 얼굴을 스카프로 가린 그녀는 눈만 빼꼼히 드러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은 겨울바람이 세차게 불어왔으니 말이다. 그녀의 무장은 제주올레 '죽음의 4코스'로 부르는 23km를 걷기 위한 준비였으리라.

▲ 제주올레 4코스 길트기 제주올레 4코스 해안선올레 ⓒ 김강임

 이날 길벗이 되어준 그녀는 인터넷에서 만난 올레꾼, 그녀는 3일 전 제주에 도착하여 1코스를 걸었다고 했다. 그리고 2개월 이상 제주에 머물며 도보기행으로 제주의 구석구석을 걸을 작정이라 했다. 

▲ 노란 감국 길 올레 노란 감국이 올레길 수놓아 ⓒ 김강임

 노란 감국, 해안올레 길 열어

  그녀와 함께 걷는 제주올레 4코스는 시원스레 뚫린 해안도로가 길을 열었다. 해안도로 왼편에는 제주돌담이 바람막이가 되어줬다. 하지만 제주의 날씨는 변덕스럽기도 하지, 10분쯤 걸으니 파란 하늘과 바다가 얼굴을 드러냈다. 추위에 떨던 노란 감국이 갯바위와 담벼락 아래에서 배시시 기지개를 켰다. 그 감국은 제주올레 4코스 해안길을 노랗게 물들였다.

 당케포구에서 20분쯤 걸었을까. 방애동산이다. 바다를 끼고, 바다를 마시고, 바닷바람을 안고 걸을 수 있는 해안길이다.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의 마음을 누가 알까.

  길손들이 쌓아 올린 돌탑은 방애동산의 장식품 같았다. 돌탑길을 걸으며  처음 만난 올레꾼과의 대화는 따끈했다. 같은 세대를 살았고 같은 길을 걷는다는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 태평양을 옆에 끼고 해안선 올레는 태평양을 옆에 끼고 걷는다 ⓒ 김강임

 태평양을 옆에 끼고 거무죽죽한 갯바위 길 걷다

  한때 바다만 보고도 살수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제주올레 4코스 절반이 해안올레니 바다를 실컷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저절로 흥이 났다. 그렇다보니 왠지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아마 내 심장의 고동도 빠르게 뛰었으리라. 

  함께 한 낯선 동무는 겉옷을 벗더니 얼굴에 동여맨 스카프를 풀었다. 그때서야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1시간쯤 걸었을까. 멀리 거무죽죽한 갯바위를 사이에 두고 줄을 바다밭으로 향하는 해녀들을 볼 수 있었다. 그 해녀들의 수는 자그만치 15명 정도였다. 줄을 지어 바다 밭으로 나가는 해녀의 등에는 빨간 태왁이 걸려 있었다. 그 빨간 태왁은 검은 갯바위와 대조를 이뤘다.

▲ 동쪽 바다 동쪽 바다는 겨울 햇빛에 은빛 ⓒ 김강임

 '거우개', 겨울햇살이 눈이 부셔

  바당으로 가는 길, 해녀올레에 겨울햇살이 내려앉았다.  그 길은 감국과 억새, 황근 이파리가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포구 같은 '거우개'는 한때 소금을 생산했던 곳이라 한다. 제주의 동쪽 해안선에 접해 있는 '거우개'에 바닷물이 차 있다. '거우개'의 풍경이 한가로웠다.

  이 마을 주민들의 소득원은  감귤을 중심으로 콩, 참깨, 고구마, 유채 등의 밭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하지만, 바다에서 얻는 어민소득 또한 소득원의 주가 되고 있다. 특히 어민소득 90% 정도가 해녀작업을 하고 있다. 따라서 제주올레 4코스 중 당케포구에서 '거우개'를 지나 가마리 해녀올레까지 연결되는 해안올레는 해녀들의 삶이 묻어나는 올레길이다.

▲ 감태를 말리는 사람들 해안도로에 감태를 말리는 사람들 ⓒ 김강임

 바다냄새 가득한 해안길... 마을 사람들의 삶

  도심지의 담벼락을 칭칭 감고 있는 담쟁이 넝쿨이 해안길을 붉게 물들었다. 거우개 주변은 짭조름한 바다냄새로 가득했다. 해안도로에 어부들이 캐낸 감태가 너저분하게 깔려 있었다. 수북히 쌓아놓은 감태를 겨울햇빛에 말리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인사를 건냈다.

  "어르신들 안녕하세요?"

  빠른 손놀림으로 감태를 말리는 어르신들에게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던 것이다. 행여 작업을 하는데 방해가 될까봐서였다.

  "어디서 왔수꽈?"

  어르신들은 짧은 겨울 해에 감태말리기가 급할 테지만 올레꾼들에게 화답을 해 주셨다. 바닷바람에 그을린 얼굴이 유난히 평온해 보였다. 어느새 거우개 바다는 은빛으로 출렁였다.

▲ 산책로 같은 올레길 바다를 옆에 끼고 걷는 올레길 ⓒ 김강임

▲ 산책로 같은 올레길 바다를 옆에 끼고 걷는 올레길 ⓒ 김강임
  
▲ 해녀 목욕탕에 해녀들의 옷가지가 보관돼 있다. ⓒ 김강임

 해녀들의 방 엿보기, 그 쓸쓸함

  제주 해녀들의 삶의 모습을 한눈에 벌 수 있는 곳이 바로 세화 2리 가마리 해녀올레였다. 동글동글한 돌로 치장한 가마리 작업장 앞에 고무신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우선 노크를 함께 "계세요"라며 대답을 기다렸다. 인기척이 없었다.

  열린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 보았다. 작업장의 살림살이야 켄테이너 서너개와 저울, 그리고 개별 태왁이 전부였다. 주렁주렁 매달린 태왁에서 바다냄새가 났다. 태왁에는 저마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아마 태왁은 해녀들에게 탯줄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태왁을 바다에 띄워놓고 생명을 담보하는 그녀들의 삶, 그곳에서 보는 태왁은 그저 씁쓸할 뿐이었다.

    "해녀들의 방도 있네요!"

  함께한 서울의 낯선 동무는 해녀들의 방을 엿보고 있었다. 해녀의 방, 해녀들이 몸을 추스르는 곳이랄까. 그녀들의 방에는 개별 사물함과 얇은 이불과 베게, 그리고 옷가지들이 있었다.

  화장실을 찾다가 목욕탕을 열어보았다. 작업나간 해녀들의 고무신과 구덕, 바구니들이 소지품 전부였다. 해녀들의 채취가 묻어났다. 목욕탕에도 바다밭을 일구는 그녀들의 삶이 묻어났다.

  가마리 해녀올레에서 보는 제주 동쪽의 바다는 잔잔했다. 당케포구에서 가마리 해녀올레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 우리가 걸어왔던 5.5km 해안선올레는 그 자취를 감췄다. 우리가 걸었던 길은 동쪽 바다를 통했으니까 말이다. 

제주올레4코스 해녀올레 가마리 해녀올레 
ⓒ 김강임  해녀올레 

 덧붙이는 글 | 제주올레 4코스 걸을 때 주의 점: 제주올레 4코스는 제주올레 코스 중 가장 긴 코스입니다. 이 코스중에는 점심 해결이 어려우니 간식이나 개별점심을 준비하는게 좋습니다.

 특히 우천시를 대비해 우비를 준비하는 것도 좋겠고, 겨울철에는 따뜻한 물을 준비하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중산간올레에 접어들 경우 비상시를 대비에 4코스 올레지기 연락처를 알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 제주올레 4코스는 해녀의 삶이 묻어 있는 가마리해녀올레와, 토산리 바다 해병대길. 오름올레 망오름, 물이 거슬러 올라가는 거슨새미와 감귤올레,그리고 태흥2리 해안올레의 억새장관을 연재합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기사입니다.

<제주의소리>

<김강임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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