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아시스를 찾아서(2)] 고어텍스 트렌스 알파인 런 2009

▲ ⓒ안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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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텍스 트렌스 알파인 런’은 독일 남동쪽 루폴딩(Ruhpolding)에서 출발해서 오스트리아를 지나 이탈리아의 젝스틴(Sextin) 까지 3개국 300km를 달리는 코스와 독일 남서쪽 오베르스트도르프(Oberstdorf)에서 출발해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를 지나 이탈리아의 라치 임 빈슈가우(Latsch im Vinschgau)까지 4개국 240km 달리는 2개의 코스가 있다. 매년 장소가 바뀌면서 대회가 진행된다.

'고어텍스 트렌스 알파인 런‘은  프랑스의 몽블랑에서 진행되는 노스페이스 대회와 함께 알프스의 대표적인 트레일 런닝 대회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몽블랑 울트라 트레일 런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회가 진행되는 데 2인 1조 팀으로만 참가가 가능하며 하루에 25km-40km 정도를 달리는 ’스테이지 런‘ 방식으로 진행되고 매일 2,000m-3,000m 정도의 알프스 산을 오르게 된다. 지난해 대회보다 거리는 짧지만 그만큼 험난한 코스와 합계15,000m 높이의 알프스 산맥들을 올라야 하는 쉽지 않은 코스이다. 이번 대회는 세계 20여 개국에서 500여명이 참가했다.

Stage 1  Oberstdorf(GER) - Lech am Arlberg(AUT) 35.03km, 2210m 
Stage 2  Lech am Arlberg(AUT) - St. Anton am Arlberg(AUT) 24.63km, 2750m
Stage 3  St.Anton am Arlberg - Galtur im Paznauntal(AUT) 32.97km, 2730m       
Stage 4  Galtur im Paznauntal - Scuol im Unterengadin(SUI) 39.92km, 2793m,      
Stage 5  Scuol im Unterengadin(SUI) 6.19km, 2130m
Stage 6  Scuol im Unterengadin - Mals im Vinschgau(ITA) 37.02km, 2315m
Stage 7  Mals im Vinschgau - Schlanders im Vinschgau(ITA) 35.50km, 3012m
Stage 8  Schlanders im Vinschgau - Latsch im Vinschgau(ITA) 28.62km, 2396m

▲ ⓒ안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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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오베르스트도르프(Oberstdorf) 는 알프스의 산기슭에 위치한 독일 남쪽 지방의 작은 마을이다. 알프스 산맥에는 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을 만큼 많은 눈이 내리는 곳이기 때문에 스키와 눈썰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시내를 구경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지만 그보다는 스페인의 까미노 산티아고와 프랑스에서 열린 몽블랑 트레일 런 대회에 참가하고 난 후 며칠 쉬지도 못하고 참석하는 대회라 대회 관계자들을 만나 선수등록을 마치고 숙소인 체육관으로 와서 오후 내내 휴식을 취했다.

저녁이 되면서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선수등록을 마쳤고 지난해에 참가했던 낯익은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특히 이번에는 일본에서도 3명이나 참가해서 유일한 아시안들인 우린 대회 내내 같이 저녁을 먹으며 함께했다. 조금은 낯선 땅의 유럽인들보다는 이웃나라인 일본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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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회가 시작되기 전인 8월 중순까지도 팀 파트너를 찾지 못해 대회 측에 파트너를 찾아달라고 부탁했었는데 대회 측에서는 독일 사람인 필립이라는 친구를 파트너로 소개시켜줬다. 나이는 60이 넘은 이번 대회 최고령자였지만 이 대회에만 5번이나 완주한 베테랑 참가자였다. 그 친구는 나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팀 이름을 'I WOIS AHNIX'-‘나는 ‘안’을 안다‘ 라고 정해줬는 데 아마도 지난해에 참석하면서 나를 기억했던 모양이다. 어쨌든 새로운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며 내일 시작될 레이스 준비를 끝낸 후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10시가 돼서 오베르스트도르프 시내를 지나 알프스 산맥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대회는 시작됐고 2,000을 넘어서면서 부터는 어제 밤에 내린 듯 한 눈들이 하얗게 쌓여 있었으며 날씨도 많이 쌀쌀했다. 눈이 녹은 곳에서는 진흙 때문에 많이 미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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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회의 특징은 산, 계곡, 돌, 바위, 강, 등 다양한 지형을 달리기 때문에 ‘트레일 런닝‘의 묘미를 맘 것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2천 미터가 조금 넘는 산을 넘고 난 후 오스트리아의 레히 암 알베르그 에 도착했다. 지형도 그리 힘들지 않았고 팀 파트너의 페이스에 맞추면서 달리다보니 힘들지 않게 첫 날의 레이스를 마칠 수 있었다.

대회 측에서는 피니쉬 라인에서 음식과 음료 그리고 맥주를 준비해주는데 하루의 레이스를 마치고 마시는 맥주한 잔의 여유로움은 그날의 피로를 잊게 할 만큼 몸속으로 스며드는 그 느낌이 정말 좋다. 대회 이틀째
25km의 짧은 코스였지만 2,700m를 넘게 오르고 바위산을 오르는 위험한 코스도 많았다. 대회 중간에는 헬기을 이용한 사진과 비디오 촬영도 이루어 지는데 선수들 가까이 근접한 요란한 헬기소리는 대회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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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내려온 후 호수를 지나서 오스트리아의 세이트 안톤에 도착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고 있었다. 저녁때 파스타 파티 때에는 사과가 함께 나왔는데 사과에는 이 대회의 메인타이틀 인 ‘Keep on running’이라는 글자가 명확히 새겨져 있었다. 그만큼 마을에서도 이 대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마을 사람들의 노력은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대회에 참가하면서 느끼는 것은 모든 것을 대회 참가자들의 관점에서 생각해주고 배려 해주는 대회 측의 노력을 느낄 수 있고 그런 노력들은 선수들을 다시 이 대회에 찾게 하는 힘이 되는 것 같다. 대회가 진행 될수록 코스도 어려워지고 바위산을 오르는 위험한 구간들도 많아 지난 대회와는 조금은 다른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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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3일째에는 2730m와 2636m의 2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하는 험난한 코스였다. 큰 바위 언덕을 따라 줄을 잡고 오를 때는 위험한 코스여서 줄을 잡고 기어오르듯이 지나간 구간들도 있었다. 대회가 진행 될수록 코스가 어렵고 힘들다보니 부상자들도 많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상처들은 대회에 참가하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이고 대회를 포기하는 상태까지만 가지 않는다면 영광의 상처일지도 모른다.

저녁때 파스타 파티에서는 이 대회의 메인 음악인 ‘keep on running'을 부른 가수 마틴이 나와서 모두를 열광의 도가니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동안 이 노래를 부른 가수의 얼굴이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나와서 나를 흥분시켜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이렇게 매일 매일의 파스타 파티와 공연들, 시상식과 함께 보여주는 그날의 사진과 비디오를 보며 대회가 진행될 수록 이 대회만이 주는 매력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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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에 이어 오늘도 2768m와 2793m의 2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하는 쉽지 않은 코스였는데 협곡지대를 지난 다음 알프스의 푸른 초원지대가 나타났고 소들이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들이 한가로워 보였다. 목장을 지나 다시 산을 넘어 스위스의 스쿠올 임 운테렌가딘에 도착했다.

스코올 마을 입구에는 마을 주민들이 빨간 스위스 깃발을 걸어 놓아서 참가자들을 환영하고 있었다. 날씨도 더웠고 대회가 진행 될수록 피로도 쌓여가면서 조금은 피곤한 하루였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박수가 있기에 대회 참가자들에게는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대회 5일째에는 6km만 달리는 이벤트성 행사로 대회가 진행되어 피니쉬 라인인 2130m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그동안 지쳐있던 선수들에게는 오후 내내 휴식을 취 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잠은 보통 마을 체육관에서 자게 되는 데 가끔씩 큰 마을에는 수영장도 함께 있는데 수영을 하고 난 후 스쿠올 시내 구경을 하면서 오후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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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 7에서는 이번 대회 중 가장 높은 산인 3,000m가 넘는 산을 넘어야 하는 코스와 급경사를 내려오는 힘든 코스였고 대회 마지막 날은 탐스럽게 열린 사과 밭 사이를 지나는 코스를 달려 8일 동안 진행된 레이스의 마지막 마을인 이탈리아의 라치에 도착했다.

이번 레이스에서는 유난히 험한 코스가 많아 위험한 곳도 많았지만 도로를 달리는 ‘로드’ 마라톤과는 달리 이처럼 다양한 지형을 달리면서 경험하는 그런 모험과 도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트레일 런닝의 매력인 것 같다. ‘고어텍스 트렌스 알파인 런’은 다른 대회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여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그 특별한 만남과 시간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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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회 협찬: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주특별자치도 스포츠 산업과, 노스페이스
           제주 삼다수, 제주대학교, 제주도 생활체육 협의회, 제주도 트라이애슬런 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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