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경의 일본야구 A to Z] 세이브 라이온스 구도 기미야수

올해 대단한 선수가 나왔다. 새 선수가 나온 것이 아니라 늙은 선수가 하나 새로 나왔다. 구도 기미야스(工藤 公康, くどう きみやす) 투수. 1963년생이며, 왼손투수다.

올해 '요코하마' 에서 전력외 통고를 받았다. '전력외 통고'란 '내년부터 쓰지 않겠다'라는 포고다.

▲ 구도 기미야스 선수. ⓒ베이스타스
지금 그의 나이 46살이다. 프로선수로서 46살이란, 단물 짠물 다 빠져버린 퇴물이다. 벌써 은퇴해서 코치쯤 하고 있을 나이인데도 올해 현역이었다. 올해 시즌이 끝나니 이젠 집에 가라는 '전력외 통고'인 것이다. 그런데 그는 취직활동을 하러 다녔다. 현역으로 자기를 써 달라는 것이다.

쓰겠다는 구단이 나온것. 처음에 소속했던 '세이브 라이온스'에서 오라는 것이다. 연봉 3천만엔. 연봉 3천만엔은 그의 최성기때의 10분1 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래도 그는 머리 숙여 고맙다며 갔다. 그것만도 아니다. 감독이 자기보다 2살 어리다. 같이 '세이브' 에서 플레이 했던 후배이다. 후배 감독 밑에서 선수를 해야 할 신세가 되었다.

구도 선수. 그는 대단한 투수이다. 기록의 사나이다. 1982년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바로 '세이브(西武) 라이온스'에 입단, '세이브'에서 13년, '다이에'에서 5년, 쟈이안트(巨人)에서 7년, '요코하마'에서 3년, 총 28년간 프로선수로 4개의 구단을 돌아 다녔다. 28년간을 선수를 한 것도 기록이며, 선수로서 4개 구단을 돌아다닌 것, 이것 또한 기록이다. 내년부터는 그가 프로 선수가 된 원점, 세이브로 다시 가게 되었다.

현역선수 중에서 최고의 승수, 224승을 올리고 있다. 200승은 투수의 목표이다. 200승을 올리면 '명구회'도 들어갈수 있고, '야구전당'에도 들어갈수 있다. 투수로서 200승은 인생의 목표이기도 하다. 일본 프로야구 역사에서 투수로서 200승 이상을 올린 선수는 17명에 불과하다. 승수로 따지자면 일본 프로야구 역사에서 9번째 위대한 투수다.

200승 정도쯤 되면 연령도 그만 둘 때가 된다. 200승을 올리면 '잘 했다. 투수로서 성공했으니 이제 그만두자'라며 은퇴를 하고, 은퇴 기념 세레모니도 그럴듯하게 하게 해준다. 그리고는 제2의 야구인생, 코치등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 지난 16일 구도 기미야스 선수가 세이부 라이온스 입단회견을 가졌다.ⓒ세이부 라이온스 공식홈페이지.

에이스 투수의 척도 '시즌 10승 이상'도 13시즌, 리그 MVP 2번, 일본 시리즈 MVP 2번, 최우수 방어률 4번, 최우수 투수 1번등, 좋은 성적 및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성공한 투수이다. 세이브, 다이에, 쟈이안트의 3개 구단에서는 리그 우승, 일본시리즈 우승을 다 경험했으며, 1982년부터 94년까지 세이브에서는 8번씩이나 일본 시리즈 우승 맛을 본 투수다.

최근에 있는 구단에서는 코치가 자기보다 후배들이다. 나이뿐만 아니라 선수로서의 성적도 구도 선수가 위. 서로가 어색함에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최근 몇년간은 성적도 별로 이다. 작년은 2승3패의 성적에 불과했다.

그런 50살 가까워진 영감이 퇴물이라고 '모가지'까지 잘렸건만 자기를 선수로서 써달라고 아우성치니, 자기를 키운 처음 구단 세이브에서 데려가는 것이다. 선발은 아니지만 2번째 3번째 투수로, 또 왼손 투수가 빈약해서, 충분히 활용할수 있다는 결론에서 데리고 간단다.

이제 코치도 자기 후배이고, 감독까지 후배이다. 그런 분위기속에서 선수를 하겠다고 고집하는 그를 여기저기에서 박수를 보내고 있다. 야구선수가 아닌 일반사람들도 40대 후반이면 젊은 나이가 아니다. 구도 선수가 저렇게 현역에서 하고 있는 모습에서 큰 힘을 얻고 있다고 중년팬들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 그가 등판을 하는 순간, 나이든 팬들로부터 많은 함성이 나올 것이다. 개구쟁이 같은 얼굴, 언젠가 일본 시리즈에서 마운드에서 벤치로 들어오는 그를 TV카메라가 클로즈 업을 했다. 그것을 안 그는 그 카메라에 얼굴을 더 가까이 데면서 윙크를 하는 모습이 전국에 방영되곤 했다. 얼굴만 개구쟁이인 것이 아니라 하는 짓도 개구쟁이인 것이다.

나도 중년이다. 나보다 8살 아래인 중년 투수가 열심히 잘 하는 모습, 내년에도 꼭 지켜보고 싶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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