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많은 감귤밭 농부들, "밀감 먹엉 갑 써!"
인정 많은 감귤밭 농부들, "밀감 먹엉 갑 써!"
  • 김강임 (-)
  • 승인 2009.11.21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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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4코스 ④] 영천사-삼석교 -태흥포구 감귤밭 올레 3.5km

▲ 토산감굴농가 농부들 지나가는 올레꾼들에 인정 베풀어 ⓒ 김강임

'샘이 바닷가로 흐르지 않고 한라산을 향해 거슬러 올라간다'는 거슨새미를 지나 100m, 숲길에 접어들었다. 오랜만에 밟아보는 흙길이다. 그 흙길은 다시 영천사 앞으로 통했다. 공사가 진행 중인 영천사 앞에 스님 한분이 서 계셨다. 스님께 두 손을 모으자 스님께서도 답례를 하셨다.

▲ 올레 3.5km에 달하는 감귤밭 올레 ⓒ 김강임
▲ 돌담위 감귤이 주렁주렁 ⓒ 김강임
 
중산간 밭담과 감귤밭 올레 속에는

영천사부터 이어지는 올레는 중산간 토산마을 올레였다. 제주의 중산간 마을은 대부분 감귤 밭으로 조성돼 있다. 더욱이 11월 중산간올레는 흙룡장성이라 일컫는 제주밭담과 누렇게 익어가는 감귤밭이 환상이다. 더욱이 토산 마을 절반이 감귤농가이다. 중산간 올레 주변으로 누런 황금 열매가 출렁였다.

이 올레를 걷다보면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제주의 가장 큰 농번기는 감귤수확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는 감귤 대량생산으로 인해 감귤값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태니 감귤농가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감귤따기 작업이 한창인 계절에 길을 걷는다는 자체가 농부들에게 누를 끼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감귤따는 농가들 ⓒ 김강임
 
토산리 감귤밭 농부들의 훈훈한 인정

하지만 한적한 토산 중산간마을 사람들은 외지인의 방문을 훈훈한 인심으로 맞이해 주었다. 감귤밭으로 이어지는 올레마다 감귤수확에 여념이 었었다. 그러나 올레꾼들에게 던지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것뿐인가. 주렁주렁 매달린 감귤 열매를 올레꾼들에게 쥐어주는 인심은 시골마을 사람들의 인심이었다. 싱싱한 감귤맛은 입안에서 새콤함이 감도는 감귤주스나 다름이 없었다.

"어디서 옵데까? 밀감 먹엉 갑써 게!"

지나가는 나그네들에게 감귤을 따서주는 농장지기 아주머니는 바쁜 일손을 멈추고 도리어 나그네들을 격려했다. 길을 걷으며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는 감귤, 그 농장지기의 마음에 길손의 마음은 행복과 미안함이 교차했다.

겨울로 접어드는 토산 감귤밭 올레 3.5Km의 여백은 농가들의 훈훈한 인심과 경운기 소리,그리고 감귤나무 꼭대기에서 감귤을 쪼아대는 새소리로 가득했다.

▲ 하늘래기 ⓒ 김강임
▲ 꽃길로 조성한 올레 ⓒ 김강임
 
감귤원 바람막이 삼나무 사이에서 긴 햇빛이 내려앉았다. 꼬불꼬불 이어진 밭담 아래 '하늘래기'가 늘어져 있다. 자투리땅에는 흙 진주 같은 가을열매가 탐스럽다.

감귤처럼 노란 꿈이 올레꾼들 마음 물들였으면...

드디어 송천삼석교에 이르렀다. 다리 난간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봤다. 출발할 때 희푸옇던 하늘이 파랗다. 발바닥이 아파왔다.

▲ 감귤밭 올레 ⓒ 김강임
 
"감귤밭 올레... 지겹게 걸어 보았네요!"

서울에서 혼자 올레길을 걷겠다고 제주에 내려온 그 낯선 동무에게 길고 긴 감귤밭 올레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서귀포시 남원 태흥 포구에 접어들어서야 낯선 동무는 감귤밭 올래에 대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녀의 가슴속에도 노란 감귤열매처럼 풍요로운 꿈이 주렁주렁 달렸으면 좋겠다. 그녀의 가슴속에도 토산 감귤밭 농부의 훈훈한 인정이 곱게 물들었으면 좋겠다.

▲ 흥포구 ⓒ 김강임

오후 2시, 11월 하오의 햇빛이 태흥리 포구에 드러누웠다. 우리의 발걸음은 시간이 갈수록 간세다리가 되었다.

▲ 제주올레4코스 감귤밭 올레  ⓒ 김강임

<제주의소리>

<김강임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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