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가 어디꽈] 꿈의 생태도시와 자연치유의 메카

  태초에 천지는 혼돈뿐이었다. 하늘과 땅이 서로 맞붙어 있고 흑암으로 휩싸여 있었다. 그러다가 세상이 열릴 기운이 돌기 시작해 하늘과 땅의 경계가 생기고 만물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성경의 창세기에 쓰여 있는 천지창조 이야기가 아니다. 제주에서 큰굿을 할 때 처음 불려지는 ‘천지왕 본풀이’에 나오는 천지개벽신화의 앞부분이다. 우리나라 본토에는 천지개벽신화가 없다. 기껏해야 단군신화 등 개국신화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제주에는 탐라국 개국신화인 삼을나신화는 물론 위와 같이 천지개벽을 말하는 우주창조신화도 있다. 우리의 조상들은 광대무변한 우주를 넉넉히 담을 만큼 큰마음을 가지고 살았던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우주를 품을 정도로 크게 살았다면 그 후손인 우리 역시 그 정도 스케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전 지구적 생태위기 하에서 인류 멸종의 가능성이 점차 높아져 가는 오늘날 제주를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을 가능케 하는 생태적 대안문명의 모델로 만드는 것을 꿈꿔 보면 어떨까? 너무 황당한 꿈인가? 그러나 필자는 결코 황당하다고 보지 않는다.

  우선 제주에는 생태적 대안문명의 정신적 토양이 풍부하다. 생태적 대안문명의 사상적 기조로는 주로 심층생태주의, 사회생태주의, 생태여성주의를 든다. 그런데 1만 8천 신들과 당(堂) 신앙 속에 들어 있는 만유생명사상은 심층생태주의와, ‘궨당’으로 불리는 수평적인 공동체를 형성하여 서로 돕고 살아가는 삶의 전통은 사회생태주의와, 본토에 비해 여성의 독자성과 사회적 지위가 높은 점은 생태여성주의와 각각 그 맥을 같이한다. 이처럼 제주의 전통문화에는 생태적인 토양이 비옥하다. 이러한 전통문화를 현대사회에 맞게 창조적으로 계승ㆍ발전시켜 나간다면 분명 제주는 생태적 대안문명을 이끌어나갈 정신적 지주로 우뚝 설 것이다.
 
  또한 제주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지구, 람사르 습지 등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환경 분야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곳이다. 조만간 세계지질공원 인증도 받을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제주는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환경보호지역을 모두 석권하여 생태보물섬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밖에도 제주에는 오름, 포구 등 천혜의 아름다운 경관이 도처에 널려있다. 풍부하고 다양한 생물종이 있어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제주의 천연암반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질을 자랑하고 있다. 따라서 제주의 자연환경은 생태적 대안문명을 창조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 신용인 변호사
  이처럼 제주는 생태적 대안문명의 모델이 될 수 있는 정신적ㆍ물질적인 재료들이 충분하게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있듯이 제주가 아무리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경제적 토대가 약하면 모래성 쌓기에 불과하다. 따라서 천혜의 자연을 건강 또는 웰빙과 연결시켜 경제적 토대를 튼튼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제주를 한의학과 대체의학의 중심지가 되는 자연치유의 메카로 거듭나게 함으로써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제주의 양대 산업인 농업과 관광에도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다. 농업의 경우 제주산 농산물은 약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고부가가치 친환경 농업으로 도약할 것이다. 관광은 볼거리 위주의 관광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치유ㆍ휴양 중심의 관광으로 발 돋음 할 것이다. 생태적 대안문명의 모델이 될 경제적 토대가 굳건해지는 것이다. 그 바탕 위에서 생태적 세계관을 확실하게 정립하고 체계적인 계획 하에 제주를 꿈의 생태도시로 만들어 나간다면 제주는 분명 인류를 지속가능하게 할 생태적 대안문명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용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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