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처리·징계 최대규모 예상…후보 동시수색도 전무후무

'교육감 돈선거' 수사가 종반으로 향하면서 각종 불법선거운동사례가 속출, 결코 자랑거리일 수 없는 '불명예 신기록'이 양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일 사건으로는 웬만한 종전기록을 죄다 갈아치울 기세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경찰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거 다음날 급습…쏟아진 돈다발·비밀장부

우선 선거 다음날 전격적으로 실시된 압수수색부터가 유례가 없는 일. 그것도 당선자뿐 아니라 후보 전원에 대해 이뤄졌다. 아무도 예상못한 일이었다. 경찰은 검찰·법원과 긴밀히 공조해 이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경찰의 급습에 모처럼 맘 편하게(?) 측근들과 선거업무 전반을 정리하던 후보들은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돈다발이 쏟아져 나왔고 정치권에서나 볼수 있었던 사과상자와 007가방도 등장했다. 또 비밀장부와 돈을 주고받은 영수증, 선거운동에 활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인사수첩, 집중공략대상자 명단, 성향분석표, 해외여행일정표, '전화요망서', 예금통장, 회계장부, 농산물상품권 등도 쏟아졌다.

뭉칫돈만 모두 1억4000여만원이 압수됐다. 압수수색에 참여한 한 경찰은 "돈을 세는데만 2시간30분이 걸렸다"며 "돈세다 날 새는줄 알았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급기야 시민단체에선 돈세는데 시간낭비 말라며 경찰에 계수기를 전달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연일 전국 핫뉴스 '망신살'

압수수색을 통해 억대 현금과 불법선거운동 관련 자료들이 쏟아져 나오자 이 소식은 전국적으로 급속히 퍼졌다. 지역사회로선 망신살을 톡톡히 사고있는 셈.

인터넷을 통해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돈선거 파문'은 급기야 중앙방송을 통해 전파를 탔고 주요 신문사들도 연일 핫 뉴스로 비중있게 다뤘다. 그리고 이같은 상황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웬만한 사건은 지역에서 끝났던 과거와는 판이한 상황이 빚어졌다.

이 때문에 일부 도민들 사이에선 전·현직 도지사 선거법 위반과 김태혁교육감의 인사비리 의혹, 김태환시장의 비리의혹까지 곁들여 "제주도가 부끄럽다"는 자성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돈선거 파문'을 다룬 각 언론사 인터넷 게시판에는 금품살포등 불법선거운동을 비난하거나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글이 쏟아지는등 이번 사건이 도내·외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줄잇는 소환행렬…단일사건으로는 벌써 '기록경신'

돈선거 파문은 불법선거운동 연루자들이 줄줄이 소환되면서 확대일로에 있다. 압수수색 직후 소환대상자가 수십명 정도일 것이라는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경찰에선 그 수가 500~6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28일까지 경찰에 소환된 인사만 274명. 단일 사건으로는 벌써 종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중에는 지방의원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적잖게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각 후보의 비밀장부 리스트에 올라있거나 경찰 조사과정에서 금품 등을 받은 것으로 거론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선거 유권자(학운위원)는 모두 1919명. 벌써 10%가 넘는 학운위원이 경찰을 드나든 것. 경찰이 최근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하루 소환자를 갑절로 늘리고 있어 최종 인원은 500~600명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러다보니 나머지 유권자들도 언제 경찰에 불려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고, "밤새 안녕하셨습니까?"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돈선거' 규모 수십억대?

현재로선 출마자들의 불법선거운동 자금 규모는 가늠조차 어렵다. 경찰의 계좌추적이 이뤄진 뒤라야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압수수색에서만 1억4000여만원이 나왔고, 학운위원들 한사람당 30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받은 정황이 포착됐으며, 억대의 돈이 오간 차명계좌가 포착된 점 등으로 미뤄 각 후보측이 제공한 향응이나 각종 선물을 빼더라도 수십억원의 돈이 뿌려지지 않았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경찰이 지금까지 조사에서 확인한 금품살포 규모는 4000여만원에 불과하다.

이와관련 교육계에선 한때 "후보당 최소 5억원은 써야 선거를 치를수 있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다.

불법선거자금 규모 못지않게 돈의 출처도 관심거리. 건설업자들이 교육감 당선후 이권을 챙기기 위해 후보들에게 돈을 건네는등 떳떳치 못한 돈줄이 대거 개입됐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29일 은행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과정에서 후보와 친·인척, 선거조직책 뿐아니라 건설업자의 계좌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무더기 사법처리 불가피

벌써 2명이 구속됐고 2명은 긴급체포됐다. 2명 역시 곧 구속될 처지에 놓여있다. 하지만 이들 4명은 불법선거운동에 깊숙이 관여한데다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경찰이 증거인멸 방지 차원에서 신병처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본격적인 사법처리는 시작도 안했다는게 경찰의 설명. 어떤 형태로든 대규모 사법처리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경찰은 "지금 사법처리 규모는 가늠할수 없다. 내부 방침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소환자를 모두 사법처리하기도 그렇고 고민"이라고 말해 내부에서도 '전과자 양산' 사태를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경찰이 그동안 여러차례 "혐의를 자백하는등 수사에 적극 협조하면 선처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사법처리가 구속이냐 아니냐는 것. 현재 경찰에선 금품을 받은 횟수나 액수, 선거관여 정도, 자백 여부, 후보와의 관계등 경중을 가려 선별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도 구체적 기준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초유의 징계조치도 뒤따를 듯

사법처리되는 공직자들은 뒤이어 자체 징계조치가 뒤따르게 됐다. 불법선거에 연루된 공직자들은 이중의 처벌을 받게 되는 셈.

그중에서도 교육공무원들은 최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교육당국의 '엄정조치' 방침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3월 교원정기인사에서 이들은 인사상 불이익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직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금까지 조사를 받은 교육공무원은 102명.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수사인력만 20명…연일 밤샘조사

수사가 강도를 더하면서 수사 인력도 속속 보강되고 있다. 현재 이 사건에 매달리고 있는 인원만 20명. 일찌기 유례를 찾기힘든 규모다. '기획수사'를 전담해온 수사2계 뿐아니라 강력계, 마약계등 수사과 전 형사가 합류했다.

이 때문에 일반 사건은 처리할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 급기야 제주경찰서로 사건을 이첩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지난 16일 압수수색 이후부터 10여일을 꼬박 밤을 세우다시피 했다. 이 때문에 수사형사들은 최근 무의식중에 "피곤하다"는 말을 부쩍 자주 내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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