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글로벌제상대회서 ‘발언대’ 연사들 이구동성 ‘변화’ 역설

‘제주인’이라는 이름으로 고향을 찾아온, 혹은 고향에서 성공한 상공인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주상공경제인들은 제주의 발전은 변화에서부터 비롯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바탕은 긍정적 마인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방점을 찍었다.

제주상공회의소(회장 현승탁)가 주최한 제1회 글로벌 제주상공인대회는 ‘글로벌 제주상공인, 당신은 제주의 힘입니다’란 캐치프레이즈로 아래 27일부터 29일까지 롯데호텔제주에서 3일간 진행되고 있다. 

대회 이틀째인 28일, ‘초청인사에게 듣는다’에선 제주출신 4명의 인사들이 각자의 소중한 경험과 제언을 가감 없이 발표, 참석한 상공인들로부터 큰 공감대를 이뤄냈다. 다음은 '초청인사에게 듣는다'의 요약 내용.


▲ 김재만 전 오사카대학 교수 ⓒ제주의소리
생물화학계의 세계적 석학인 김재만 전 오사카대학 교수는 "'세계적 토종 씨앗의 보고'인 제주의 가치에 제주인들이 관심을 갖고 소중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생명공학에 중요하게 필요한 것이 생물자원이다. 특히 ‘원종’이라는 토종 씨앗이 중요하다. 선진국을 비롯해 지구 구석구석에서 새로운 원종 채집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이 ‘종자 전쟁’이다.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 제주는 그 원종이 참 많은 고장이다. 제주는 작은 섬이고 2천미터에 가까운 높은 산이 있다. 가까운 앞 바다는 난류가 끝없이 부딪혀 온다. 이는 생물 종류가 풍부하다는 조건이 된다. 천혜의 생물자원 보고라 한다. 이것이 우리 고장."이라며 제주의 새로운 가치를 역설했다.

생물학자로서 김 교수는 안타까움을 전했다. 세계적 가치를 지닌 제주 토종 씨앗의 가치를 정작 제주인들이 알아보지 못하면서 눈뜨고 코 베이는 판국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생물학자인 제가 볼 때 슬픈 일이 많다"며 "원종의 가치를 아는 일본 사람들이 제주에 와서 이들을 채집해 간다. 현재로서는 방지하는 법이 없다. 선진국에서는 모두 생물자원을 외국으로 반출하지 못하게 한다. 심지어 경제 개발도상국인 동남아 태국, 말레이시아도 최근에 법률로 금지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방치돼 있는 상태다. 사정을 알고 있는 나는 눈 감을 수가 없다."며 제주인의 무지를 꼬집었다.

그는 다시 한번 간절히 "제주의 원종에 대한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 ⓒ제주의소리
전국에서 걷기 열풍을 일으킨 주역인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은 제1회 글로벌 제주상공인대회를 찾아온 제주출신 재외(해외 및 도외)상공인들에게 “힘들고 어려울 때 고향길인 제주 올레길을 걸으면서 몸과 마음에 치유를 얻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서명숙 이사장은 28일 열린 제상대회 ‘초청인사에게 듣는다’ 시간을 통해 해외 및 제주도내외 제주출신 상공경제인들에게 생태문화관광의 대표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는 ‘제주올레’에 대해 소개했다.

이날 서명숙 이사장은 “오늘 저는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제주출신으로 열심히 일하고 계신, 먼 이국땅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찾아오신 여러분들을 만나고 싶어 참가했다”고 우선 인사했다.

이어 서명숙 이사장은 “저는 제주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서울로 대학을 진학하면서 다시는 고향에 내려오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떠났다”며 “그냥 제주의 바람이, 괸당문화가 싫었다. 어린마음에 좀더 나은 문명사회로 나가고 싶어서 육지로 나갔다”고 말했다.

서명숙 이사장은 “유신시절 외국 나가기가 쉽지 않아 서울에서 30년간 갇혀 살았다. 그러나 그동안도 제주를 위해서 어떤 애향심도, 제주를 위해서 뭘 해보겠다는 생각도 해보질 않았다”라며 “그렇게 산 세월이 20년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그렇게 자랑스러웠던 서울에서의 생활이, 서울에서 언론인으로 살아온 생활이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서명숙 이사장은 또 “그 이후 두달간 휴가를 얻어 스페인 산티아고의 800km 길을 걸으면서 고향 제주을 하염없이 떠올리게 됐다”라며 “산티아고를 걸으면서 제주는 왜 이렇게 아름다운 환경을 가지고 있는데 카지노에, 케이블카에, 고층빌딩 등등 그런 것들만 하려고 하는지 제주도 공무원들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다. 물론 그 속에는 해야 할 것도 있고, 하지 말아야할 것도 있다. 그래서 고향으로 내려가기로 결심하게 됐다”면서 ‘귀향’을 결심하게 된 배경을 잠시 소개했다.

그러나 서 이사장은 제주사람들이 갖고 있는 ‘배타성’에 한때 어려움을 겪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녀는 “처음엔 제주에서 올레길을 준비할 때 제주사람들의 ‘에~에~!’(부정적인 뜻으로 내뱉는 소리) 장벽에 많이 지쳤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설득한 결과 넘어설 수 있었다”라며 “그래서 지금까지 약270km의 바닷길을 연결한 올레길을 수많은 자원봉사자들과 올레지기들이 함께해 만들어졌다”고 말해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서 이사장은 “바쁜 도시생활과 쉴 새 없는 속도전에 지친 사람들이 제주 올레길에 와서 몸과 마음에 치유를 얻고 가고 있다”라며 “아무리 성공한 상공인들이다 하더라도 지치고 힘들때가 있을 것”이라면서 “현대문명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청량제 같은 제주 올레길을 찾아와 걷길 바란다”고 말했다.


▲ 김영관 전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김영관 전 제주도지사는 지난 1961년 도지사 역임 당시 수도시설과 제주 횡단도로를 건설하는 등 지금의 제주 개발의 기반 시설을 마련한 주인공이다.

그는 "제가 도지사를 역임한 지도 48년이 지났다. 이는 강산도 다섯 번이나 변할 시간이다."라고 말문을 열며 그가 제주도 개발을 처음 시작할 당시의 제주상을 소개했다.

김 전 제주도지사는 "지금은 관광 일번지로 뛰어난 관광호텔들이 많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했을 때만해도 호텔이 없어 공관에 숙소를 마련해야 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관광호텔을 많이 지어야겠다고 생각해 제주관광협회를 마련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그는 수도시설과 관련해서도 "나는 강원도에서도 지내봤지만 제주에서는 수도시설이 돼 있지 않아 허벅에 물을 길러온다 해서 놀랐다. 개선이 시급하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았다. 애월에 물이 귀한 곳에 시설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제주시를 출발해 1시간도 걸리지 않고 도착할 수 있는 서귀포시가 1960년대 초에는 하루가 꼬박 걸려 가야 했던 비포장 도로였다. 김 전 제주도지사는 박정희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한 당시 횡단도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도로를 이용할 차와 유동인구가 필요하다며 거절했다. 그러나 그의 재기있는 말이 박 대통령의 마음을 변화시켰다.

그는 박 대통령에게 "그건 육지 사정이다. 제주는 도로포장을 먼저한 후 자동차가 다녀야 한다"고 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싱긋 웃으며 "맞다. 좋다."는 답변을 했다고 김 전 도지사는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또 제주와 하와이가 24년전 자매결연을 맺은 것을 두고도 "참 잘한 일"이라며 "하와이와 같은 컨셉의 관광지 제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하와이 보다 제주가 훨씬 낫다. 하와이는 세계가 자랑하고 사랑하는 관광지가 됐다. 제주의 여건은 하와이 보다 훨씬 낫다. 하와이와 같은 사랑 받는 제주가 돼야 한다."고 제언을 했다.

마지막으로 김 전 도지사는 "'글로벌제주상공인대회'가 열리고 있다. 제주여서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글로벌은 제주만이 가질 수 있는 수식어다. 오대양 걸치고 있다. 글로벌 경상남도, 글로벌 대구가 상상이나 되나. 제주니까 글로벌 하면 바다가 생각나는 거다. 바다가 버티고 있는 제주는 글로벌로 나가야 한다."고 말하며 큰 박수를 받았다.



▲ 연기자 고두심 ⓒ제주의소리
국민배우 고두심 씨는 요즘 연기자 외에 또 하나의 삶을 살고 있다. 바로 (사)김만덕 기념사업회 공동대표로서의 삶이다.

고두심 씨는 “연기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지만 내 삶에서 연기자 외에 또 하나의 의미있는 일을 꼽으라면 김만덕 기념사업회에 참여하고 있는 일”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고두심 씨는 28일 제1회 글로벌제주상공인대회에 참석, ‘초청인사에게 듣는다’ 시간을 통해 해외 및 제주도내외 제주출신 상공경제인들에게 의녀(義女) 김만덕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널리 알릴 것을 역설했다.

고두심 씨는 “제가 세상에 태어나서 이제껏 살면서 연기자 외에 의미 있는 일을 하나 더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김만덕 기념사업회 일이다”라며 “대한민국 방방곡곡과 세계 곳곳에 제주의녀 김만덕 할머니의 정신을 널리 고취시켜야겠다고 생각해서 기념사업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두심 씨는 또 “김만덕 할머니는 너무나 숭고한 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보여 주신 분으로서, 여기에 계신 상공인 여러분의 효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흉년으로 아사 위기에 빠진 제주백성들을 구휼한 큰 발자취를 남긴 분”이라고 덧붙였다.

고두심 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0여 년 전 조선 영.정조 시대의 인물이었던 김만덕 할머니는 어려서 고아가 되어 기생집에 의탁돼 갖은 고생을 겪으면서 성장 후 건입포구 인근에 객주집을 차렸다”면서 “거기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상술을 통해 나중에는 큰 거상이 됐고, 제주에서 나는 해산물을 육지부에 내다팔면서 큰 재산을 모았지만 그 재산을 흉년으로 굶어죽을 위기에 빠진 제주백성들을 구휼하는데 아낌없이 쓰신 어른”이라고 상세하게 소개했다.

고두심 씨는 지난 10월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김만덕 나눔쌀 만섬쌓기’ 행사에 대해서도 “제주 상공인의 효시나 다름없는 김만덕 할머니가 200년전 정조 임금에게 포상을 받은 광화문 그 자리에서, 200년이 지나는 동안 만덕상을 받은 할머니들이 광화문 광장에 다함께 앉아 만섬쌓기 기념식을 갖는데 밀려오는 감동에 서로 부둥켜안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당시의 감동을 떠올렸다.

고두심 씨는 “김만덕 할머니가 언젠가는 화폐인물로 오를 수 있도록 표준영정부터 준비하고 있다”며 “특히 내년 국정교과서에도 소개가 되고, KBS에서도 김만덕을 조명한 대하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런 성과를 내기까진 여기계신 제주도민과 제주상공인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헌신이 이런 성과를 내게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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