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 칼럼]늑대 피하려다 호랑이 굴에 들어갈 수도...

학교운영위를 통한 교육감 간선제의 대안으로 교총 등 일각에서 제시되고 있는 주민직선제 주장의 요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학운위원을 중심으로 한 선거권자들이 주민대표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거권자를 대폭 확대하면 금전매수 담합 등 비리 여지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직선제는 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직선제 자체가 그것을 당연히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간선제 자체가 반드시 불법 비리로 직결되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운영의 묘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닐까? 간선제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빚어진 터무니없는 결과에 놀란 나머지, 그 대안으로 물불 가리지 말고 직선제로 가자고 하는 것은,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굴로 뛰어드는 어리석음과 같은 결과를 빚어낼 수도 있다.

현행 간선제가 애초부터 주민대표성을 무시한 것은 아니다. 학부모, 교원, 지역위원 등 각 영역별로 정원을 분배함으로써 그에 대한 배려를 했다. 문제는 그 선출과정에 있다. 요번 제주지역의 경우에 예비교육감후보들 혹은 그 측근들이 개입하여 도교육청 간부부터 시작하여 자치단체, 지방의원, 학부모, 교원 들 중 상당수가 사전담합하면서 불법 비리는 잉태된 것이다.

언감생심, 교육감 선거에서 그와 같은 불공정경쟁을 시도한 것은 지탄받아 마땅한 일인데 그러한 ‘불공정경쟁의 심리’는 이미 고질적인 선거문화-교육감선거만이 아니라 초등학교 반장선거까지-가 되어버렸다. 과연 직접선거가 그것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혹시 규모만 더 커지고 그에 따라 사회적인 파문과 그 후유증이 심화, 증폭되고 마는 것은 아닐까?

대통령제의 미국은 국민직접선거가 아니라 선거인단을 통해 대통령을 뽑는다 - 현재의 부시 대통령은 유권자 총투표수에서는 고어에게 졌으나 주별 선거인단수에서 이겼다 - 그것은 그들의 지리적 역사적 환경의 특수성에 유래한다. 교육감 불법선거의 충격에 빠진 우리에게, 불법비리를 낳게 되는 간선제의 결함에만 주목하여 신중한 검토 없이 서둘러 직선제로 바꿀 게 아니라, 간선제를 보완하고 개선하여 시행해야 하는 사회적 특수성은 없을까?

우리는 4년마다 교육감선출방식을 바꿔왔다. 관선제에서 7명의 교육위원 투표제로, 다시 180여명의 학교운영위원장 선거인단제로, 그리고 요번에 1900여명 학교운영위원 선거인단제로... 그 명분은 주민대표성과 공정선거였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고 충격은 갈수록 커졌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교육위원 7표제일 때 3:3 상황에서 1표를 끌어간 현교육감의 승리로 귀결되었는데 그 배후에서 진행된 협잡의 양상은, 선거인단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고스란히 반복되어 궁극 바로 오늘의 파국적 상황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그러면 주민직선제는 그 비리의 악순환을 단숨에 결딴내어 줄 것인가?

주민직선인 대통령 도지사 시장 군수 의원 선거의 경우를 보자. 그것들은 법 테두리 내에서 진행되었는가? 아니다. 교육감선거는 다만 그 축소판일 뿐이다. 현재와 같은 선거풍토에서는 교육감직선제를 하면 다만 돈이 더 들고 탈법은 만연하게 될 것이다. 무엇이든 “올인”하고 마는 한국인의 정서상, 그리고 특히 공동체적인 성격이 강한 제주지역에서는 온도민이 사돈의 8촌까지 동원되어 제도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한계를 넘나들면서 잠재적인 범법자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선거에 매달리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당 저 당 해도 괸당이 최고다라는 말은 비유이면서 정곡을 찌른다. 그것은 학교교육의 안정성을 결정적으로 무너뜨리고 말 광풍이 될지도 모른다. 교장 교감 평교사를 아우르는 불법선거조직으로 교육감 선거운동에 매진했던 “희망연대”의 사례를 보라. 그들은 게다가 절망을 기획하면서 감히 “희망”이라는 미명을 붙였다. 섣부르게 시행되는 직선제는 학교교육을 망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작금의 우리의 학교는 매우 불안정하다. 더 이상 흔들면 결딴나고 만다. 우리의 선거는 정책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김학준의 우리는 이어도로 간다 designtimesp=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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