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과 어디꽈] 해군기지 관련, 고문변호사 역할을 고민하며

  천주교 제주교구 평화의 섬 특별위원회는 지난 11월 30일 ‘절대보전지역 해군기지 건설,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필자는 ‘제주해군기지 예정부지 내 절대보전지역 변경(해제) 여부에 관한 법적 검토’를 주제로 발표했는데 토론회가 끝난 후 누군가가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 제주도와는 입장이 반대인 것 같은데 고문변호사 맞아?”

  강정마을 내 절대보전지역 해제문제를 살펴보면 내용적인 면은 물론 절차적인 면에서도 위법의 소지가 두루두루 있다. 그럼에도 절대보전지역이 해제되어 해군기지가 착공되면 강정마을 주민들은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그 소송에서 만일 법원이 논란이 되고 있는 위법 요소들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하다고 판단하면 공사는 중단되고 원상복구를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해군기지사업은 사실상 좌초되고 제주도는 엄청난 후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이 때 고문변호사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 문제가 없으니 강행하라고 호언장담을 해야 할까 아니면 이런 저런 법적인 문제점이 있으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위법의 소지가 없는 방향으로 일을 처리하라고 자문을 해야 할까.

  지뢰밭이 있고 어디에 지뢰가 묻혀 있는지 모르는데 그 밭을 무작정 지나가려는 자가 있다면 말리는 것이 당연한 처사이다. 재수가 좋으면 지뢰를 밟지 않고 지나갈 수 있으니 가보라고 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고 무책임한 짓이다. 필자는 그런 차원에서 제주도에게 조언을 하였다.

  그러나 제주도는 필자의 조언을 외면하고 있다. 지뢰를 밟아 ‘꽝’하고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지뢰밭을 지나가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또한 도의회에게 함께 지나가자고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참으로 답답하고 자괴감마저 든다.

  한편 지금처럼 강정마을 내 절대보전지역 해제를 강행하는 것은 법위반 여부를 떠나 명분이 없다. 절대보전지역은 자연보전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이다.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절대보전지역을 해제할 수 있다면 자연보전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 더군다나 제주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 유치를 계기로 세계환경수도로 자리매김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 곳에서 어떻게 자연보전체계를 흔드는 일을 할 수 있는가.

▲ 신용인 변호사
  국가안보상 제주에 해군기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들어와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평화의 섬 제주를 갈등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생태보물섬의 자연보전체계 근간을 흔들어 버리는 방식으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 해군기지가 이대로 들어오게 되면 제주의 상징가치인 평화와 생태를 삼켜버리는 괴물이 될 것이다.

  고문변호사의 입장일 뿐 아니라 도민의 한 사람 입장에서도 제주도의 현명하고 신중한 처사를 거듭 부탁한다.  /신용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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