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운 후보 "아이들 생각에 일주일전부터 사퇴 고심"

허경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주일전부터 (거취를)고심하다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금에 와서 내가 한 행동이 부도덕한 행위임을 뼈져리게 느꼈다"며 "교육자로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아이들 낯을 볼 것이냐"고 말해 사퇴하기 까지 고심이 많았음을 내비쳤다.

이날 오전 11시40분께 기자실을 찾은 허 후보는 '제주도민 여러분께 머리숙여 사죄드립니다'는 글을 읽은 뒤 20분가량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기자실을 나왔다.

허 후보는 이날 새벽 금품및 향응 제공 혐의로 긴급체포된 동생과 관련 "잘은 모르지만 형님을 도와주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회견 도중 간간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경찰은 허 후보가 몸담고 있는 제주일고 교장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허 후보는 '사죄의 글'에서 "인사비리로 얼룩진 제주교육의 척결을 기대하면서 지대한 관심속에 치러진 제11대 교육감 선거가 도리어 허탈함과 참담함을 준데 대해 교육감 후보로 출마했던 한 사람으로서 제주도민께 참회의 심정으로 머리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40여년동안 교육계에 몸담아 오면서 가졌던 교육철학과 소신을 바탕으로 제주교육을 혁신하고 민주적인 교육행정을 펼쳐 제주국제자유도시와 세계화 시대에 대응해 나갈수 있는 경쟁력 있는 인재를 육성, 제주의 밝은 미래를 개척해 보려는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교육감 후보로 나섰으나 그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고 출마배경과 선거기간을 회고했다.

그는 이어 "후보로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유권자를 만나 얼굴을 알리고 때로는 식사도 해야하는 선거운동 과정이 불법임에도 그 유혹을 떨쳐버릴수 없었다"고 향응 제공사실을 일부 시인하기도 했다. 경찰에서도 허 후보는 향응제공과 관련한 일부 혐의를 시인했었다.

허 후보는 "다른 선거도 아니고 학생들에게 민주시민으로서 자세를 가르쳐야 할 교육계의 수장을 뽑는 교육감 선거야말로 모범적으로 법질서를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후보자 등록, 소견발표회, 그리고 언론사 주최의 토론회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현행 선거법을 탓하기도 했다"고 선거제도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그 모든 것들이 결과적으로 저의 과욕과 부덕의 소치임을 가슴깊이 느끼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드러나겠지만 이번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저의 모든 불법선거행위에 대해 법적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또한 다시는 이런 불법타락선거가 이뤄지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애초부터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법의 가능성을 안고있는 현행 선거법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보완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거듭 선거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 후보는 특히 "그동안 저는 많은 생각을 하면서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며 "한평생 교육에 몸담아 오면서 함께 교육을 고민하고 사랑했던 동료교사들,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꾸며 학업에 정진하는 학생들, 그리고 교육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학부모님들과 지역사회의 여러 인사들을 떠올리며 교육자로서, 그리고 현직 교장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는 길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고 사퇴 결심의 일단을 드러냈다.

그는 "이제 모든 미련을 버리려 한다. 선거과정에서 있었던 저의 행위에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하여 교장직을 사퇴하겠다"며 "저의 잘잘못을 떠나 이를 계기로 제주교육의 위상이 재정립되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고 밝혔다.

허 후보는 이와함께 "우리 아이들의 꿈과 희망, 그리고 제주의 미래와 국가의 장래를 생각할 때 교육은 어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결코 중단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성스러운 과업"이라며 "지금 제주교육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나 대다수 선량한 교직원들이 아직도 교단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다시한번 제주교육을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이전과 같이 변함없는 신뢰와 성원을 보내 주실 것을 제주도민 여러분께 간절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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