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칼럼] 허향진 1순위 후보자의 과제는 '화합'

         I. 총장직선제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조선일보(2009년 12월 12일자)가 보도했다. ‘대학총장 간선제로 U턴’한다고. 그 하나로 경북대 사례를 제시하고 있는데, 경북대 교수회가 2009년 12월 10일 직선제 총장 선출 방식에 간선제 요소를 도입한 '총장선출규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석진 경북대 교수회의장에게 문의한 바에 따르면, 각 단과대 교수회가 추천한 교수 55명으로 총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여 여기서 총장후보자 자격을 엄격히 파악해 검증한다는 것으로 그것은 간선제로의 유턴이 아니라 직선제의 보완이다. 그렇다면 조선일보의 이 보도는 견강부회나 다름없다.  

  다시 조선일보의 기사를 보면, 총장 직선제의 폐해로 “과열 선거 운동으로 교육·연구 분위기가 흐려지고, 교수간 파벌이 형성되는 등 부작용”을 제시하고 있다. “총장 선거철만 되면 서로 밥 사주고 술 사주며 헐뜯는 모습이 정치판과 다를 바 없다”는, 확인하기가 어려운 어느 익명 교수의 말도 덧붙이고 있다. 그리곤 이제 법인화를 통해 간선제로 방향을 틀고 있는 서울대 평의원회의 박삼옥 의장(지리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서, “간선제로 바뀌면 직선제의 여러 폐단이 사라지고 외부의 능력 있는 인사를 초빙할 수 있는 등 대학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간선제 지지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다.

  서울대가 법인화로 가면서 총장직선제와 많은 특혜를 맞교환하는 방향을 틀었다고 하여, 최근 일부 국공립대학교들이 총장직선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려는 논의나 움직임을 마치 서울대처럼 간선제로 유턴하는 것으로 보도하는 조선일보의 우격다짐에 새삼 입을 다물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가 2009년 12월 18일 경북대에서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경북대의 총장선출제 개선안을 중심으로 총장 선출제도 전반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김광렬 상임회장(충북대)의 말처럼, “총장 선거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잡음을 보완하는 방법을 논의”하는 것으로서 총장직선제를 보완하려는 것이지 총장간선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총장직선제가 지난 몇 년 동안 대학 민주화에 기여한 시대적 사명은 있었지만 지금은 그 폐해가 더 심각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혹 있다고 하여, 총장직선제의 많은 장점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리더십 창출이 가능한 한 아래로부터의 의사를 반영할 때 신뢰성-정당성-책임성이 그만큼 커진다는 것 그리고 선거 과정을 거치면서 리더십이 검증되고 소통의 기회를 많이 갖게 된다는 이유에서 총장직선제는 유용성이 매우 큰 제도이다. 더욱이 주기적으로 직접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대학공동체의 미래 비전을 다듬을 수 있는가 하면 직접 선거를 계기로 후보자들이 비주류와 약자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포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총장직선제에는 장점이 많다.

  당연히 총장직선이 만능은 아니다. 총장간선제에도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공립대학에 대한 교육과학부의 입김이 매우 큰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는 한동안은 총장직선제가 간선제보다 더 유용하다고 보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어느 미래에 정부와의 관계에서 국공립대학들이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자율성과 독자성을 확보하게 되는 때가 온다면, 그 때 혹 미국식의 간선제의 도입도 검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면 아예 한국형 총장선출 방식을 정립해 나가든가.  

  보다 넓은 시각에서 보면, 이 세상에 그 무엇이 절대적으로 유용하고 선한 것이 있겠는가. 총장직선제나 간선제 다 인간이 하는 일이라 장단점이 있고 또 각각의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부작용과 시해착오가 뒤따를 터이다. 문제는 그러한 부작용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의 지혜 모음일 것이다. 매사에 그 어떤 것이든 성찰과 수정보완을 통해 부작용을 줄여나가려는 노력을 통해서 우리는 한 발작씩 진보해 나가는 것일 게다. 최근 경북대 등에서 논의-시도되는 총장직선제 보완은 바로 그러한 노력과 수고의 하나인 것으로 볼 것이다. 그렇다면 2010년대 대학들이 처해 있는 구조적 상황과 관련 행위자의 이해관계들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어떻게 총장직선제의 부작용을 줄여나갈 것인가라는 저간의 고민과 움직임에 새삼 주목하고 의미 부여해야 하는 것이 보다 정론이 아닐까.

            II. 제주대총장 1순위 임용후보자에 대한 고언

   2009년 12월 9일 말 많던 제주대총장 1위 임용후보자를 제주대 교직원들이 직접선거로 뽑았다. 패자에게는 위로를 그리고 승자에게는 축하를 드리면서, 선거전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승자에게 고언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 바로 위의 조선일보 기사 때문이다. 이제 막 어렵사리 사실상의 총장직선을 마무리하고 있는 제주대 가족의 한 일원으로서, 국공립대가 총장간선제로 유턴하고 있다는 보도가 영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총장직선제가 간선제로 바뀌었으면 하는 불순한 의도를 단 한 칼에 잘라낼 수 있는 카드는 바로 직선총장에게 달려 있다는 생각이, 승자의 휴식을 잠시 방해하더라도 ‘명품 제주대’의 비전을 보다 더 폼 나게 실현해 주었으면 바람을 전하게 되었다. 

  총장후보 토론회에서 두 후보자 모두 누누이 강조한 바 있지만, 허향진 1순위 임용후보자에 대한 제주대 가족들의 요구는 무엇보다도 화합일 것이다. 여기서 화합은 역시 ‘대학은 다르구나’의 본을 보여 주는 데서 출발할 것이다. 서로 누가 더 제주대의 발전을 위해서 온 힘을 다 바칠 것인가의 애틋한 경쟁이 이제 일단락되었다면, 앞으로 남은 4년은 승자도 패자도 없이 서로 손을 잡고 제주대사랑 마음을 모아나가는 화합이 그것이다. 화합은 패자는 물론이고 냉소하고 방관했던 사람들까지 아우르는 소통과 참여의 증진에서 올 것이다. 제주대 구성원 각각이 보유하고 있는 전문성을 최대로 존중하고 살려나가는 역량 모아 나가기가 바로 화합총장이 역점을 두어야 할 첫 사안일 것이다.

  조선일보가 비판해 마지않는 선거과열과 파벌의 부작용은 화합이면 해결될 수 있는 것이기에 더욱 화합총장을 기대하게 된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화합총장의 가능성은 승자독식에서 벗어나는 데서 시작할 것이다. 총장직선제에서 나타나는 파벌의 부작용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승자독식으로 인해 제주대 전체 역량의 반을 배제해 버리는 우를 범하리라 보기 때문이다. 다른 대학과 비교할 때 가뜩이나 제주대의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한 데 그 나마의 역량의 반을 따돌리고 방관자가 되도록 하는 대학경영 방식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그것이다. 화합총장을 통해 2010년 명품 제주대가 가야할 길은, 바로 선거과정의 승자독식으로부터 벗어나 제주대의 구성원 누구도 배제됨이 없이 각자에게 역할과 직무를 맡김으로써 제주대가 명실상부하게 제주 최대의 싱크탱크로서의 제 역할을 유감없이 발휘하도록 하는 것일 게다. 직접 제주대 구성원들로 리더십의 신임을 받는 직선총장이 화합총장이 되고 그럼으로써 총장직선제의 유용성을 빛내 주길 바라는 건 비단 제주대 가족들뿐만이 아니다.

  제주대를 사랑하고 제주대에 기대를 거는 도민들이 참 많다. 이는 아마도 제주대가 제주 유일의 종합대학이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도민들은 때때마다 혼내고 짜증도 부리지만, 그게 다 미우나 고우나 제주대와 함께 살아가야 할 도민들의 애정 표시이다. 그렇다면 제주대 가족들은 화합총장과 함께 이런 도민의 사랑에 보답을 해야 할 책무가 있다. 화합총장은 제주대와 도민들이 서로 주고받는 사랑 나누기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상아탑의 논리와 안주로는 결코 제주대의 미래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 양길현 제주대 교수
  화합총장을 기약하는 허향진 1순위 후보자에게 또 하나 고언을 드린다면, 2009년 12월 9일 이후 대학 밖의 그 어떤 선거에도 절대 개입하지 말고 거리를 두어달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화합총장의 기치를 걸고 가까스로 대학 사회내의 화합을 도모해 나가다가도 또 선거에 휩쓸리면 그간의 모든 화합이 하루아침에 깨질 것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제주 지역사회에서 제주대 총장이 갖는 권위와 위상을 생각하면, 총장은 임기 중일 때만이 아니라 임기가 끝난 후에도 선거정치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균형된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음을 재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노파심이리라 생각되면서도, 제8대 제주대 총장은 6개월 후에 닥칠 2010년 도지사 선거에 어떤 일이 있어도 손을 떼고 오직 55만 제주도민 그리고 50만 재외도민의 역량을 제주대로 한 데 모아나가는 큰 화합을 통해, 제주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데 한 몫을 하는 제주지역사회의 리더가 되길 바라는 건 비단 필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제주대 가족 한 사람으로서 다시 한 번 허향진 1순위 후보자에게 축하와 함께 행운을 빌고 싶다. /양길현 제주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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