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4.3 57주년] 4.3 연작시 : 김수열
김수열
4·3 행사 햄시메 잊어불지 말앙 참석허영
곧고 싶은 말 속 시원히 고르렌 허난,
원통허게 죽은 우리 아바님 말을 골아사 내가 살아짐직허연,
물어물어 촞아와신디 왕보난 소나이 어른들만 고득허고
나 닮은 할망은 눈 벨랑봐도 없고,
골아사 헐건디 골아사 헐건디 허멍도 여자라부난 나사지 못허연,
우리 아바님, 사태 나난 군인경찰덜 들이닥쳔
조사 헐 거 있덴허멍 돌앙간게마는 그걸로 끝,
지서에 강 물으난 주정공장 가라,
주정공장에 강 물으난 우린 모른다,
이 일을 어떵허리 요 노릇을 어떵허리,
영 안 돌아올 중 알아시믄 조반이라도 허영 안네컬,
입성이라도 곱게 허영 보네컬,
나중에야 들은 소문인디 우리 아바님 대구형무소에서 죽었덴 헙디다,
전쟁 나난 서울형무소는 문이 열련 몬 풀려났젠 허고
대구형무소에 이신 사름덜은
군인들이 몬 심어당 와다다와다다 골견 어디 굴헝에 데껴부렀덴 헙디다, 나쁜놈들,
경허고 죽여시믄 죽은 몸은 돌려줘사 헐 거 아니우꽈?
경해사 식게멩질이라도 촐리주,
그놈, 이승만이가 경허렌 골았젠 헙디다, 이승만이가 마씀.
이 말을 곧젠, 조반 촐련 나산 와신디,
소나이어른덜만 고득허고 그 사름덜만 마이크 심엉 말 곧고,
나같은 할망은 어떵허는 건지도 몰르고, 가심은 탕탕 뛰고,
아이고 아바님, 억울헌 우리 아바님 허멍도 어떵헐 줄도 몰르고,
누게신디 들어보카 허당이라도 할망이라부난, 여자라부난
김수열
1959년 제주 출생. 1982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어디에 선들 어떠랴』(1997년), 『신호등 쓰러진 길 위에서』(2001년). 산문집 『김수열의 책 읽기』(2002년).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제주민예총 회장. kimsy9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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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57주년을 맞아 제주의 소리는 제주작가회의 회원들의 4.3 추모시 작품을 강요배 화백의 4.3 역사화 '동백꽃 지다' 작품과 함께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