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4.3 57주년] 4.3 연작시 : 김수열

▲ 始原 ⓒ 강요배 화백. 동백꽃 지다
                                     그 할머니

                                                                                    김수열


4·3 행사 햄시메 잊어불지 말앙 참석허영
곧고 싶은 말 속 시원히 고르렌 허난,
원통허게 죽은 우리 아바님 말을 골아사 내가 살아짐직허연,
물어물어 촞아와신디 왕보난 소나이 어른들만 고득허고
나 닮은 할망은 눈 벨랑봐도 없고,
골아사 헐건디 골아사 헐건디 허멍도 여자라부난 나사지 못허연,


우리 아바님, 사태 나난 군인경찰덜 들이닥쳔
조사 헐 거 있덴허멍 돌앙간게마는 그걸로 끝,
지서에 강 물으난 주정공장 가라,
주정공장에 강 물으난 우린 모른다,
이 일을 어떵허리 요 노릇을 어떵허리,
영 안 돌아올 중 알아시믄 조반이라도 허영 안네컬,
입성이라도 곱게 허영 보네컬,
나중에야 들은 소문인디 우리 아바님 대구형무소에서 죽었덴 헙디다,


전쟁 나난 서울형무소는 문이 열련 몬 풀려났젠 허고
대구형무소에 이신 사름덜은
군인들이 몬 심어당 와다다와다다 골견 어디 굴헝에 데껴부렀덴 헙디다, 나쁜놈들,
경허고 죽여시믄 죽은 몸은 돌려줘사 헐 거 아니우꽈?
경해사 식게멩질이라도 촐리주,
그놈, 이승만이가 경허렌 골았젠 헙디다, 이승만이가 마씀.


이 말을 곧젠, 조반 촐련 나산 와신디,
소나이어른덜만 고득허고 그 사름덜만 마이크 심엉 말 곧고,
나같은 할망은 어떵허는 건지도 몰르고, 가심은 탕탕 뛰고,
아이고 아바님, 억울헌 우리 아바님 허멍도 어떵헐 줄도 몰르고,
누게신디 들어보카 허당이라도 할망이라부난, 여자라부난 

▲ 토벌대의 포로. 미군철모,미군복,미군화,미군 총, 비가 오면 그 위에 미군우장을 쓴 키 작은 이 나라의 병사들이 종족의 섬멸에 동원되어, 돌보는 이 없이 누렇게 우거진 보리밭이 한 줄기 비에도 썩어 가는데 광대뼈 불거진 늙은 농민들을 끌어갔다. ⓒ 강요배 화배. 동백꽃 지다

김수열
1959년 제주 출생. 1982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어디에 선들 어떠랴』(1997년), 『신호등 쓰러진 길 위에서』(2001년). 산문집 『김수열의 책 읽기』(2002년).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제주민예총 회장. kimsy9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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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57주년을 맞아 제주의 소리는 제주작가회의 회원들의 4.3 추모시 작품을 강요배 화백의 4.3 역사화 '동백꽃 지다' 작품과 함께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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