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주 11개 단체 참여, 총 인원 130명 발기인 등록

1월 29일 저녁 7시 뉴욕 플러싱 소재 서울플라자 영빈관에서 북미주 대책위 발족식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송두율 교수 석방 탄원서를 채택하고 서명운동에 들어가기로 결의하였다.

이 자리에는 문동환 목사(83세, 뉴져지 거주)가 나와서 격려사를 했다. "과거사를 털털 털고 가자"면서 국가보안법 철폐의 당위성을 설파하였다. "국보법이 철폐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몰락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북미주(미국, 케나다 포함)내 11개 단체가 참여했으며 총 인원 130명이 발기인으로 등록하였다.

탄원서 낭독은 한성수 목사(멘하탄 한인교회)가 했는데, 한 목사는 송두율 교수와 서울대 동기 동창으로 박정희 독재시절 소위 '6.3사태'때 데모에 김지하 시인과 함께 가담하기도 하였다.

멀리 캐나다 토론토에서 최종수 신부가, 그리고 '남이랑 북이랑' 편집장 이재봉 교수도 자리를 함께 했다.

필자는 탄원서 초안을 기초했으며, 이 모임의 사회를 맡았다.

송두율 교수의 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 운동은 국보법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적으로 투쟁해야 할 것이라는 결의를 다졌다.

[송두율 교수 석방 탄원서]

존경하는 재판장님!

송두율 교수는 해외거주 37년 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통일을 철학적 사회학적 관점에서 그 나름대로의 특유한 접근방법으로 기여해왔습니다. 국내에서든 국외에서든,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어느 정도 의식있는 지식인들이라면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송 교수의 입국은 오랫동안 그가 염원해온 조국의 민주화와 자유화가 상당히 진척되었다는 믿음에 기인한 것입니다. 그가 귀국하기 직전 뉴욕을 방문했을 때에도 밝혔듯이, 그는 자신이 당할 고통이 언젠가는 거쳐야 할‘통과의례’라고 여기며 입국을 강행하였습니다. 그러나 공안 당국은 이른바 ‘조.중.동’을 포함한 수구 언론과 기득권 세력들의 ‘여론재판’에 휘둘려 그를 구속하고 온갖 강압적 수사를 자행했습니다.

대외적으로 대한민국 공안당국은 아직도 과거 20세기의 전형적인 분단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냉전의 종식이 아니라 새로운 냉전의 부활을 실감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죽은 국보법이 산 송두율을 죽인다’고 아우성입니다. 국가보안법은 일본 제국주의가 한반도를 점령하여 민족 지도자와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선총독부의‘치안유지법’에 근거한 것임은 법의 문외한들조차 잘 알고 있습니다. 유엔 인권위에서도 폐지를 종용했던 최악법이며 반인륜적이고 반민족적인 법입니다.

과거 이승만 정권과 그 후 연속된 군사독재 정권은 정권안보를 위한 정적 제거의 수단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오늘날 ‘참여정부’ 하에서도 이런 최악법이 ‘살기’가 등등하게 ‘인권’을 침해하고 유린하고 있으니 기가 막힙니다. 어찌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 나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와 ‘왕래와 거주의 자유’ 그리고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몇 해전 7천만 민족과 전 세계인들을 감동시킨 ‘6.15 남북 공동선언’의 취지는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그는 ‘경계인’을 자칭하면서 내재적 접근법으로 북과 남을 모두 이해하려고 애를 써왔습니다만, 북쪽은 수 차례 방문할 수 있었던 반면, 남쪽은 입국 자체가 거부당함으로써 37년 동안 단 한번도 직접 방문해보지 못하고 유랑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심지어는 부친의 위독함을 연락 받고도 임종을 지켜보지 못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가기밀이나 국내 사정을 접해 보지 못한 그가 어찌하여 ‘거물간첩’이 될 수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단순한 남쪽과 북쪽 사이의 민족적인‘경계인’일뿐만 아니라 학문세계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경계인’이라고 자칭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세계화’(동시성)와 ‘민족자주’(비동시성) 사이의‘경계인’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좌냐 우냐를 선택하길 강요하지 말아야 하며 그 중간도 얼마든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관용을 베풀어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그가 진정 ‘친북인사’가 되었다면, 그것은 남쪽 입국을 불허하고 그를 북쪽으로만 내 몰아온 남쪽 공안당국의 책임이 아닐까요? 마치 과거 공작 공포 정치 시절 ‘관제 빨갱이’들을 많이 생산해 낸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는 ’관제 빨갱이’었음이 틀림없다고 결론 내릴 수가 있습니다.

‘반공’ 이데올로기의 잣대로 송 교수의 학문적 사상을 송두리째 재단해 버린 것이지요. 그리고 ’전향각서’나 ‘준법서약서’같은 것이 법적으로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공안당국이‘사상전향’을 강요했다는 것은 또 다른 인권유린이라고 봅니다.

그가 추구하고 강조하여 온 민족통일담론은 바로 ‘긴장적이고 생산적인 제3’이란 것이지 그 어느 한쪽에 의한 ‘흡수통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우린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그의 글과 강연 어디에서도 북쪽의 ‘주체사상’을 지지하거나 배포하려고 한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는 우리 민족의 삶을 대나무 밭에 비교했습니다. 대나무는 그 어느 하나가 죽으면 모두 죽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대나무들은 지하에서 모두 한 뿌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송두율 교수를 국가보안법에 입각하여 구속 재판하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는 해외 동포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분노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론몰이 거물간첩’하나를 잡아 가둬서 얻어지는‘국익’과 ’수구냉전의 희생자’하나를 석방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인권 선진국이란 명예를 회복함으로 얻어지는 '국익’가운데 어느 것이 더 크리라 보십니까?

존경하는 재판장님과 재판부 판사님들께서 현명한 판결을 내려 주실 줄 믿고 외람되나마 우리들의 소견과 소망을 모아 이 탄원서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바입니다.

2004년 1월 29일

국가보안법 철폐 및 송두율 교수 석방을 위한 북미주 대책위원회(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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