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비오름과 비슷한 높이 풍력발전 경관 훼손 우려

며칠 전 도내 일부 언론에는 “정부의 국산화풍력발전실용화사업 방침에 따라 제주도가 추진 중인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공동목장의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에 제동이 걸렸다”는 기사가 실렸다.

제주타임즈는 지난 26일자 보도를 통해 “제주도 건축위원회가 지난 24일 표선면 가시리목장 부지에 조성되는 풍력발전단지에 대한 고도완화 심의를 벌여 논의 끝에 보류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심의는 제주특별법에 의해 수립된 제주특별자치도 종합개발계획상에 정해진 비도시 지역내 건축물 고도기준(15m)보다 높은 시설물을 설치하고자 할 경우 도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규정한 데 따른 것으로, 제주타임즈는 “건축위원회 위원 15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날 심의에서 위원들은 풍력발전기 설치로 인한 주변경관 훼손과 무분별한 개발 우려로 보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가시리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 추진에 차질이 예고”된다고 하면서, “향후 건축위원회의 재심의 등 남은 절차를 감안하면 제주도가 당초 목표로 한 내년 2월 풍력발전단지 완공 계획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밝혔다.

다음날 관련 부서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담당자는 “건축심의위원회는 열리지도 않았는데 무슨 소리냐”며 반문하면서 “어떻게 이런 보도가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직 심의신청도 하지 않은 내부 검토 단계라는 것. 어디서 혼선이 발생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내부검토든 공식적인 심의위원회에서 제기됐든 가시리 풍력발전 시설에 대한 경관상의 문제가 제기된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뭐가 문제가 됐을까?

아다시피 녹산로 주변 경관은 정부에 의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두 번이나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대록산과 따라비오름 등 빼어난 오름을 배경으로 광활한 중산간 목장 경관과 함께 멀리 바다경관까지 어떠힌 인공 구조물 장애없이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몇 달 전 발표된 ‘제주특별자치도 경관 및 관리계획 수입 연구’ 용역 보고서에는 다른 동부지역 오름의 경우 오름 경계선으로부터 1.2km 구간의 인공구조물의 높이를 해당 오름의 3부능선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한 반면, 이곳은 특별히 “녹산로 변 조망권을 보전”하기 위해 건축물의 높이를 무조건 4m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보고서 399쪽)고 강화된 방침을 제시하고 있다(이 계획에 근거하여 제주특별자치도는 경관조례를 입법예고했다).

   
풍력발전기가 설치될 경우를 시뮬레이션한 상상도

그런데 가시리 공동목장의 풍력 발전 시설은 이 빼어난 아름다운 경관을 심각히 저해하는 지역에 입지 예정돼 있다. 대록산과 따라비오름 사이 가시리 68번지 일원에 녹산로와 평행으로 건설될 계획인 것. 그 높이만 해도 1500kW급은 높이가 105m에 달하며, 750kW급은 높이가 72m에 달한다. 1500kW급 7기와 750kW급 6기 등 총 13기가 세워질 계획이다.

당국은 이 정도 높이면 삼달리에 세워져 있는 것보다는 작고 행원에 조성된 것보다는 약간 큰 규모라고 역설하지만 이건 단지 상대적 비교에 불과하다. 다른 지역과 달리 일정한 거리마다 줄을 세워 조성하여 나름의 경관미를 도모할 예정이라 하지만, 이로 인해 훼손이 불가피한 자연경관은 어떻게도 보상 받을 수 없다.

따라비오름의 비고가 107m인데 이와 비슷한 높이의 풍력발전기가 그 주변에 세워지는 것을 상상해 보시라.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불행 중 다행인지 그 동안 도비 부담분을 확보하지 못 해 착공이 연기되었으며, 비로소 그 경관문제가 공론화되게 됐다. 이번 기회에 그 적지를 다시 재검토하여 경관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역으로 변경했으면 좋겠다. 당초 지역주민들이 원했던 곳은 이곳이 아니라 녹산로 서쪽부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당국은 정석비행장의 훈련에 차질을 줄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그 타당한 근거가 제시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는 누구보다도 제주도가 ‘에너지 자립의 섬’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러기에 풍력발전이나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 단지가 제주에 성공적으로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하한 화폐가치로 매길 수 없는 경관을 훼손하면서까지 무분별하게 이곳 저곳에 풍력발전기가 세워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관계당국은 총 436억(국비 255억, 도비 181억)이 투입되는 이 풍력단지 공사로 연간 35억원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으며, 이를 유치한 마을에는 수익의 10%를 배분해 주는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매년 3억 5천만원이라는 적지않은 돈이 마을 수입으로 들어오게 되니 마을로서도 안타깝지만 해당 부지 선정에 양보한 것이라 이해한다.

해당 부지 선정에 주민들이 선뜻 동의해 줘 버려 그동안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으로만 안타까워 했다. 차제에 해당 부지를 재검토하여 풍력사업과 마을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을 찾기를 기대한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 세계유산지역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경우 10km의 이격거리를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지훈 사)지역희망디자인센터 상임이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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