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4.3 57주년] 4.3 연작시 : 민 영

▲ 젊은이들을 둔 부모들은 도피 입산한 자식들을 대신하여 추궁당한 끝에 죽임을 당한다. ⓒ 강요배 화백. 동백꽃 지다
      서부두에서

                                                                                민 영

抗拒하는 몸짓 하나로
이 바다는 이룩되었다.

수평 잃은 갈매기는
바람에 휘몰려 허위대지만
물결은 방파제에 부딪쳐
人爲를 초월한다.

유황불 토하며 토하며
아우성치는 파도.

물머리에 어지러운
계집 새끼들의 떼울음.
산에서 대지르다가
철쭉 꽃밭에 숨진 사내들.

검은 바윗등 베개하고
나자빠진 가슴패기에
멍쿠슬랑* 열매가 흩어진다.


* 멍쿠슬랑은 제주의 산야에서 자생하는 나무 이름. 방언이다.

민 영
1934년 강원 철원 출생. 1959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단장』, 『용인 지나는 길옐, 『냉이를 캐며』, 『엉겅퀴꽃』, 『바람 부는 날』, 『유사를 바라보며』, 『해지기 전의 사랑』. 시선집 『달밤』 등.

-----------------------------------------------
4.3 57주년을 맞아 제주의 소리는 제주작가회의 회원들의 4.3 추모시 작품을 강요배 화백의 4.3 역사화 '동백꽃 지다' 작품과 함께 연재합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