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 도로천국 제주(5)] 개발패러다임에서 녹색패러다임으로

제주의 도로개발. 환경운동가뿐만 아니라 많은 도민들, 심지어 관광객들도 너무 심하다고 이야기한다. 객관적으로도 제주의 인구대비 도로면적은 전국 최고이며 북제주군은 전국 최고의 도로포장율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왜 지금도 제주의 도로개발은 쉬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것일까? 그리고 무분별한 도로개발로 인해서 어떤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가? 특히, 그동안 도로개발과정에서 행정기관과 주민, 환경단체의 갈등사례를 통해서 향후 도로개발정책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물음을 가지고 총 5회에 걸쳐 기획기사를 연재하고있다. 그동안 제주지역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 도로개발의 배경과 도로개발로 인한 문제점, 5.16도로확장과정에서의 갈등, 조천우회신설도로 계획과정에서의 갈등을 다뤄왔다.  이번 회는 제주도의 교통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총5회의 기획시리즈를 마무리하고자한다. [필자:제주환경운동연합 교육팀장]


   
# 알작지 해안도로계획에서 볼 수 있는 제주시의 도로정책

제주시는 최근, 내도 알작지 해안도로의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밀물이 들어왔다가 썰물이 되어 내려갈 때 자갈 구르는 소리가 일품인 알작지는 제주시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하여 작년에 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한 곳이다. 제주도에서도 해안도로의 문제점을 인정하여 해안도로계획을 축소하도록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시는 아름다운 자연유산이 있는 곳을 파괴하면서까지 해안도로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당국은 해안도로의 관광성을 이야기하면서도 도리어 소중한 관광지를 없애버리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이미 일주도로가 확장되어 그곳의 교통소통은 문제가 없는 상태이며 해안도로가 굳이 없어도 관광객이나 시민들은 불편함이 없다. 그럼에도 굳이 아름다운 자연유산을 파괴하면서까지 해안도로를 개설한다는 것은 결국 기존의 개발패러다임에서 아직도 제주시당국이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유럽의 아름다운 도시들은 좁고 허름한 골목길과 옛 건물을 보존하여 관광지화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제일의 관광지라는 제주도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옛날의 골목길과 돌담, 아름다운 해안까지 파괴하면서까지 새로운 도로를 수없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아직까지도 녹슨 개발패러다임에 매몰되어 있는 행정당국의 교통정책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될 것인가?

# 도로개발로 인해 일어나는 사회적 비용의 과학적 산출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자동차 중심의 도로교통이 가져오는 문제들이 축소 지향적으로 취급되어 왔다. 하지만 도로교통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다양하고 심각한 것이어서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도로교통은 세계적으로 볼 때 교통사고로 해마다 50만명이상을 희생시키고 있으며, 천문학적인 재산손실을 낳고 있다. 그리고 대기오염, 수질오염, 생태계파괴, 문화유산 파괴, 소음, 침수피해 등의 비용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사회적비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거나 매우 적게 산출되어왔다.

하지만 도로개발 지상주의자들의 논리는 기존 주류학자들의 정교한 뒷받침을 받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도로를 개발해야한다는 논리는 대세로서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 늘어날 교통 수요 예측과 이로 인한 경제효과를 그들은 과학적으로 산출하면서도 개발로 인한 비용에 대해서는 너무나 축소하여 발표하여왔다.

그러므로 앞으로 도로개발로 인해 일어나는 다양한 사회적 비용을 산출하는 과학적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과다한 교통 수요예측을 비판하고 교통시스템관리를 통한 교통량 절감을 할 수 있는 정책들이 제안되고 실행되어 도로공급을 줄일 수 있는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 불합리한 환경영향평가의 개선

현재 이뤄지고 있는 도로개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도시지역에서 폭25미터 이상으로서 4km이상 신설시, 그리고 2차로 이상으로서 10km이상의 경우에만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받도록 되어있다. 교통영향평가는 고속국도, 일반국도, 특별시도, 광역시도, 지방도, 시도, 군도, 구도 등 모든 경우 5km이상이면 환경과 교통영향평가를 받도록 되어있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이것을 악용하여 해안도로를 부분적으로 개설하면서 5km미만씩만 발주하여 교통영향평가를 피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해안이라는 특수성에 근거해서 모든 해안도로에 대해서는 환경 및 교통영향평가가 실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해안도로 이외에도 도로자체가 생태계를 단절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도로개설을 계획할 경우, 단일도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넘어서 기존 도로와의 관계, 주변 생태계단절의 문제를 포함하는 권역별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 자가용과 도로중심 교통투자의 탈피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교통정책은 도로중심의 정책이었다. 즉, 도로신설과 확포장을 중심으로 예산집행이 이뤄져왔던 것이다. 1988년 도로사업 특별회계 및 1994년 교통시설특별회계의 도입으로 강화돼 왔던 도로에 대한 집중투자는 1996년부터 2000년까지 5년 동안의 도로부문 투자는 교통부문에 대한 총 투자의 56.8%를 차지하는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자동차산업의 로비로 추정되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전체 교통투자의 70% 정도가 도로부문에 집중되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특별소비세인 교통세는 그 쓰임새를 규정한 교통세 배분에 관한 시행규칙에서 도로에 67.5%, 철도에 18.2%, 항만에 0.4%를 사용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이것은 정부와 거대 자동차산업과의 끈끈한 공생관계 때문이기도 하다. 도로가 더 많이 만들어질수록 자동차는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자동차산업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도로개발을 해줌으로써 자동차산업의 기반을 닦아주고 있다.

심지어 지방자치단체도 대중교통을 살리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도로투자에만 예산의 대부분을 쓰도록 강제하는 규정 때문에 대중교통을 살리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통세 배분규정을 고쳐 도로 부문에 쓰는 돈을 크게 줄이고, 도로와 철도의 균형을 맞추도록 해야 하며, 대중교통에도 교통세의 10% 정도를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교통투자의 합리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 녹색교통으로의 전환

자가용 교통량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교통부문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자동차 오염 물질의 총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 자동차 이용을 절대적으로 줄여야 한다.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요관리의 항목들을 나열해서 하는 척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교통량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고, 실행전략과 그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본 원칙과 방법을 세워야 한다. 현재와 같이 ‘몇 년도에 얼마나 교통수요가 늘어나니까 그 수요에 맞는 도로를 공급해야 한다’는 식의 수요추수형 접근방식에서 자가용 승용차 교통량을 줄이겠다는 교통수요감축에 대한 전략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정책적 의지가 필요하다.

   
이러한 강력한 정책이 시행되면 도로공급의 명분은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자동차 총량규제 등의 방법이 도입될 수 있을것이다. 즉, 제주지역 자동차의 전체총량을 규제하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세계적으로 가장 대표적으로 자동차 총량을 규제하는 국가인데 시행이후 자동차 증가율이 둔화되었다.

그리고 대중교통, 자전거, 보행 등 녹색교통으로의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교통투자가 도로 등 각종 건설 투자에만 집중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현재와 같이 구호 차원에 머무른 대중교통 우대정책이 아니라 실제로 대중교통 서비스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제주시 지역의 비수익노선에 대해 공영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시내뿐 아니라 시외버스 노선에 대해서도 공영버스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근본적인 버스회사의 재정악화의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일본이나 유럽에서 자전거가 시민들의 사랑 받는 수단으로 정착되고 보행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보행자 전용공간이 늘어나는 등의 교통개혁은 정부와 시민의식의 변화도 있었지만 오일쇼크 시기와도 맞물려 있다.

우리나라 또한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교통의정서에 의해 이산화탄소감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개인이나 가정은 물론, 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 교통을 보고 풀어가는 사고방식을 친환경적으로 바꾸어 지속가능한 도시교통체계의 토대를 차근차근 쌓아나가야 하는 시점에 있다.

역시, 문제는 자가용중심의 교통에서 대중교통, 자전거, 보행 등 녹색교통으로의 전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도로의 무분별한 공급과 자가용의 증가는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녹색교통으로 전환하기 위한 비용은 과도하게 이뤄지고 있는 도로부문에 대한 투자를 줄임으로써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널리 알려진 브라질의 꾸리찌바시를 보자. 서울 지하철의 수십분의 1에 불과하는 예산을 들이고도 도시안에 완벽한 녹색교통시스템을 구축하여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친환경도시로서 인정받고 있다.

제주도 또한 꾸리찌바시를 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다하겠다. 도로개발에 쓰이는 수많은 예산을 녹색교통구축에 투자함으로써 친환경적인 도시의 첫걸음을 걸을 수 있는 것이다.

# 녹색패러다임에 기반한 대안적인 개발로

농업과 어업이 점점 몰락함에 따라 지역에서는 개발주의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농업과 관광이라는 두 축에 의지하고 있는 제주로서는 이제 관광에 모든 것을 걸게 되었고 관광개발은 대규모의 개발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도로개발은 관광개발의 전위대로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민들도 도로개발을 통해 지역의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낡은 믿음을 굳건하게 갖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지역발전의 그림이 개발 패러다임 안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지역주민들은 행정당국과 개발업자가 제안하는 계획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녹색패러다임에 기반한 대안적인 개발의 방식이 진행되어야 한다. 결국, 지역주민들도 살 수 있고 지역의 자연과 문화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모델이 제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지역에 신설도로를 개설하지 않아도 도로를 확장하지 않아도, 대규모 위락시설이 들어서지 않는다 해도 충분히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제주도민이 가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결국 녹색교통으로의 전환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개발패러다임에서 녹색패러다임으로 변화하지 않고서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끝)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교육팀장]

* 그 동안 좋은 글 연재해 주신 양팀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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