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4.3 57주년] 4.3 연작시(3)] 강병철

                 저 청정한 하늘 아래

                                                                                                                        강병철

 

▲ 天鳴. 군 소개작전, 태워 없애고 죽여 없애는 三光 三盡 작전으로 중산간의 거의 모든 마을이 불에 타 잿더미로 변하고 숱한 인명이 살상되다. 공포에 쫓긴 민중은 산속 동굴로 또는 해안으로 피신하다.
용서치 말아다오 청청한 하늘이여
제발 우리들을 용서하지 말아다오 시퍼런 파도여, 물거품이여
황토 흙이여, 마른 햇살이여, 유채꽃 사이 날개 펼치는
노랑나비 흰나비 알몸의 역사여

낟가리처럼 쌓인 송장 밑으로 흐르던 진물이 마르고  
팥죽처럼 흐르던 시체들 흔적조차 없는데  
억장의 반세기 그 언덕으로 초록 덮이면,

유람선 색종이로 낄낄대도 되는 것일까    
물안개 너머 군살 빼는 웰빙에 느긋이 파묻히다가  
패전국 포로들 비디오처럼 수군수군 감상하다가
잠에서 깨어난 듯 촛불 밝혀도 괜찮은 것일까 

돈세탁과 땅투기 로또복권과 포르노
이지매와 불륜 에이즈 스와핑까지 가까이하지 않았으므로  
공문과 자판기 레저와 안식의 일상에 파묻히다가
이따금 복사기 뽑듯 아픈 표정 지으며
그 취한 지혜로움의 자만에 빠진

그대, 차라리 더 골 깊게 썩어다오
거품으로 흐르다 간신히 기지개 펴는 그대,
썩은 두엄더미 그 뜨거운 자양분으로 후끈하게 뚫고
마른잎들 일제히 살아나 뉘우칠 때까지
푹푹 썩어다오 절대로 용서하지 말아다오

▲ 눈속의 연락병. 민중과 유격대원의 목숨을 지키기 위하여 토벌대의 위치를 연락하는 산군.

강병철
시집 『유년일기』, 『하이에나는 썩은 고기를 찾는다』. 소설집 『비늘눈』, 『엄마의 장롱』, 『닭니』. 민족문학작가회의 대전충남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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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57주년을 맞아 제주의 소리는 제주작가회의 회원들의 4.3 추모시 작품을 강요배 화백의 4.3 역사화 '동백꽃 지다' 작품과 함께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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