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이 김홍구, 오름속으로 9] "사라오름"

경인년 호랑이해 첫날 사라오름에 오른다. 해돋이의 장관을 보며 제주 자연의 아름다움과 새해의 소망, 그리고 모두에게 행복한 꿈이  영원하기를 기원하기 위한 산행이다.  이른 새벽 빙판길을 헤치고 달려와  머문 곳이 성판악등반로 입구이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정상을 향해 출발을 하였다. 매년 첫날은 해돋이를 보기 위한 야간 산행이 가능하도록 한라산국립공원에서 배려를 해주기 때문이다.  겨울철 야간산행은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체력관리와 체온관리다. 그리고 겨울등반 장비를 반드시 구비해야 한다.  성판악코스는 한라산을 동쪽에서 오르며 정상에 갈 수 있는 코스다. 등반로가 평탄하여 걷기에는 수월하지만 등반로가 긴만큼 등반시간이 더 걸린다.  입구를 출발하여 사라대피소를 지나  진달래밭대피소에 이를 때까지 울창한 숲길이며 여기에서부터 정상인 백록담까지 시원한 조망과 함께 수많은 오름과 제주 한라산의 비경을 보며 오를 수 있다.

▲ 성판악 등반로 숲 ⓒ 김홍구 객원기자

어둠이 깔린 등산로는 구름사이로  달이 비추면서 어슴프레 보이기 시작한다.  이미 지나간 등산객으로 인하여 등반로는 어느정도 다져진 상태라  걷기에는 편안한 상태다.  야간산행을 하는 등반객과 어울려 오르다 보니 벌써 사라대피소다.   잠시쉬면서 이것저것 점검한 뒤에 다시 출발한다.  사라오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라오름은 성판악입구에서 약 6km 못미처 있다.  등반로를 벗어나 사라오름 입구로 접어 들자 쌓인 눈속에 발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허리아래까지 눈속에 파묻힌다.  러쎌을 하며 전진한다.  러쎌이란  눈이 쌓인 곳을 헤치고 다지며 나아가는 것을 말하는데 선두에  서는 사람이 힘들기 때문에 교대로 러쎌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도 어두운 밤이라 방향을 찾는데 애를 먹는다.  결국은 길을 잘못들어 해돋이를 사라오름 기슭에서 나무틈사이로 보고야 말았다.  여명이 밝아오고 그 빛이 한라산을 향하여 나아간다.  숲속에서 보는 것이 아쉽기는 해도 그 장엄함은 가슴에 설레임으로 남는다.  사라오름 서쪽능선으로 오르자 드디어 한라산 백록담이 보인다. 

▲ 한라산방향 ⓒ 김홍구 객원기자
                                       
사라오름은 해발 1,324.7m, 비고 150m 이며 정상에 산정호수를 아늑하게 품고 있다.  얼어붙은 산정호수를 간직한 사라오름은 아득한 태고의 전설이다. 보일듯이 보이지 않고 햇볕에 눈꽃은 일렁이는 바람에 눈가루를 날려 마치 반짝이는 물결처럼 대기를 흔들어 놓는다. 순백의 겨울은 사라오름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허리까지 쌓인 눈에서 삶의 깊이를 느낀다.  백록담의 단아한 자태에서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겸허함을 배우고,  바닥까지 얼어버린 산정호수에서 내 가슴에 투영된 마음을 보며 나무마다 피어 있는  눈꽃에서 순수한 사랑을 느낀다.  이 모든 것이 아름다운 백색의 향연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사라오름의 눈꽃 ⓒ 김홍구 객원기자

사라오름은 제주의 풍수에서 제1음택혈지로 알려져 있다.  한라산 백록담에서 발원한 맥이 사라오름을 거쳐 성널오름을 지나 동쪽의 수많은 오름을 거쳐 우도로 간다고 한다.  한라산의 생동하는 기운이 오름에서 대자연의 기를 받고 호흡하며 살아가는 만물에게 땅의 기운을 순환시켜 생동감을 갖게 한다.  이러한 한라산의 기가 있는 제주는 그 어느곳 모두가 명혈의 기운이 있다.  한라산 그림자에 몸을 맡겨보면 알 수 있다.  사라오름에 생각을 맡겨 보면 안다.  자연의 품안에서 행복과 감동의 꿈이 있다는 것을.

▲ 사라오름의 눈꽃나무 ⓒ 김홍구 객원기자

사라오름 남쪽 절벽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일품이다.  서쪽으로는 백록담을 위시하여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라산의 웅장함을 보여준다.  남쪽 저멀리 서귀포 바닷가가 보인다.  제지기오름과 섶섬이 마치 형제처럼 보인다. 남동쪽으로 성널오름과 논고오름, 보리오름, 동수악이 보인다.  동쪽으로는 물장오리와 어후오름, 불칸디, 테역장, 쌀손장오름이 보이고 개오리오름도 흐리게 보인다.  북쪽으로는 흙붉은오름과 돌오름이 위치하고 있다.

▲ 사라오름에서 바라본 성널오름 방향 ⓒ 김홍구 객원기자
▲ 사라오름과 한라산 ⓒ 김홍구 객원기자

1988년에 이곳 사라오름의 남동쪽 사면에 산불이 발생하여 수많은 산림이 불에 탔다. 지금은 조릿대만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사라오름은 사계절이 아름다운 곳이다.  봄에는 연초록 색의 자연이 산정호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자연의 태동을 선물한다.  여름에는 짙푸른  녹음에서 느껴지는 풀빛과 구름의 모습이 호수의 물빛과 어우러져 시선을 쉽게 돌리지 못한다.  가을은 자연대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흔적들을

호수에 담그고 그들이 살아온 길을 되짚어 보곤 한다. 겨울은 모진 생명을 잉태한 자연을 지키며 자연속에서 살아야 할 모든 것들에 하얀 입김을 불어 넣어 호수 속에 넣어 둔다.  얼어버린 호수는 그지없이 평온하다.  이러한 자연을 느끼고 볼 수 있고 알 수 있게 해준 사라오름에 감사한다.   그저 오름은 신비롭고 아름답게 언제나 그 곳에 있다.

▲ 사라오름 굼부리 ⓒ 김홍구 객원기자

짧은 생을 살다간 기형도시인은 "가장 위대한 잠언은 자연속에 있음을 지금도 나는 믿는다" 라고 하였다.  말없이 인간에게 삶의 지혜를 주고 정도를 알려주는 것이 자연의 가르침이리라.  사라오름이 영원한 삶의 안식처이 듯이 나에게 내마음속 자연이 영원한 안식처이기를 경인년 첫날에 바래본다.  같이 동행하여 주신 나의 연인 김연숙님, 그리고 마음의 벗 고창만님과 동료 오재룡님, 눈쌓인 한라산을 처음 오른 김미경님, 아름다운 자연의 영상을 담으려 애쓴 제주의소리 이미리기자님께 감사를 드리며 경인년 호랑이해에 모두가 행복하고 따스한 미소가 가슴에 잔잔하게 퍼지기를 기원한다.

▲ 성널오름 ⓒ 김홍구 객원기자
▲ 사라오름에서 바라본 한라산방향 ⓒ 김홍구 객원기자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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