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이 김홍구, 오름속으로 10] "둔지오름" "돗오름"

오름에도 길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발아래 사근거리는 풀의 느낌과 발목을 스쳐 지나가는 억새의 소리, 발길 닿는대로 휘어진 자그마한 길이 오름의 길이아닐까.  둔지오름의 완만하게 이어진 만서쪽으로 오르는 능선은 잘 다듬어진 길이 아니다.  그저 사람들이 걸으면 길이 되는 능선은  잡초가 우거져 있었다. 오랫만에 오르는 이 아름다운 능선길이 정비로 하여 대로가 되었다.  폐타이어가 깔리고 주변의 억새가 모두 베어지고 그야말로 길이 아닌 도로가 되었다.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길을 누가 도로를 만든다는 것인가.  길이 있어 즐겁고 도로가 있어 편리한 것이다.  오름의 길은 도로가 아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길을 살리고 싶다.

▲ 북쪽으로 난 등반로 ⓒ 김홍구 객원기자

둔지오름은  해발 282.2m 비고 152m 이다.  이 오름의 북쪽으로는 괴살메와 삿갓오름이 있고 동쪽으로는 저 멀리 지미오름이 있을 뿐이다.  북동쪽으로는 해안가까지 오름이 없다.  평지보다 조금 올라온 곳을 제주어로 둔지라하는데 오름 주위에 이러한 둔지가 많아서 둔지오름 또는 주변에 오름이 없어서 오름이 둔지처럼 보인다 하여 붙혀진 이름이다.

▲ 둔지오름 ⓒ 김홍구 객원기자

오름에 오르다 바라보는 남과 서쪽 방향은 오름의 천국이다. 수많은 오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다랑쉬를 비롯하여 돗오름, 높은오름, 안돌, 밧돌, 어두름오름, 뒤꾸부니, 체오름등 숫자를 헤아리기도 벅차다.  그앞에 펼쳐 보이는 수많은 둔지가 있다.  끊어질듯 이어지며 생사의 경계를 타고 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안에 편안히 잠들어 있는 수많은 묘들이 둔지와 잘 어우러져 이곳이 명당터임을 직감하게 한다.  둔지오름의 굼부리 남쪽으로는 묘들이 많다.

▲ 다랑쉬-돗오름-높은오름 ⓒ 김홍구 객원기자

둔지오름을 오르는 길에 외국의 산을 다녀온 분과 동행하게 되었다.   외국의 산을 다니면서 제주의 아름다움에 반했다면서 외국의 산은 거대한 자연의 아름다움만이 있고 인간적이지 못하다고 한다.  하지만 제주의 자연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며 살 수 있는 최적의 곳이라며 정작 제주인들은 이러한 좋은 자연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자연과 오름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사람이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다면서 훼손되어 가고 있는 오름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었다.

▲ 돗오름-높은오름 ⓒ 김홍구 객원기자

제주의 자연은 외국에 다녀 온 사람이 먼저 느낀다.  이러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필자도 외국에 다니면서 제주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제주사람들이 먼저 제주의 자연을 인식하여야 한다.  보존과 개발이라는 양갈래 길에서 서로가 공존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여야 한다. 

둔지오름 정상에 선다.  시야가  상당히 좋지 않다.  바람과 희미한 안개가 조망을 방해하지만 가슴을 내밀어 바람을 품어 본다.  이것이 내가 느끼는 제주의 자연이다.

▲ 둔지오름 ⓒ 김홍구 객원기자

둔지오름에서 남쪽에 보이는 돗오름으로 향한다.  겨울의 중심에 서있는 오름은 모든 것을 갈색으로 물들여 놓는다.  오름의 아랫자락에서 느끼는 바람이 오를 수록  세어진다.  비자림이 뿌옇게 보인다.  오늘은 정말 좋지 않은 날씨다. 

▲ 다랑쉬와 돗오름 정상 ⓒ 김홍구 객원기자

천연기념물 제 374호로 지정보호하고 있는 비자림은  500∼800년생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밀집하여 자생되고 있다. 비자림은 거목들이 군집한 세계적으로 보기드문 비자나무 숲이다.  옛부터 비자나무 열매인 비자는 구충제로 많이 쓰여졌고,나무는 재질이 좋아 고급가구나 바둑판을 만드는데 사용되어 왔다.비자림은 나도풍란, 풍란, 콩짜개란, 흑난초, 비자란 등 희귀한 난과식물의 자생지이기도 하다. 녹음이 짙은 울창한  비자나무 숲속의 삼림욕은 혈관을 유연하게하고 정신적, 신체적 피로회복과 인체의 리듬을 되찾는데 도움을 준다.

▲ 비자림 ⓒ 김홍구 객원기자

정상은 원형분화구이며  해발 284.2m  비고 129m 이다.  돗오름은 오름의 모양새가 제주어로 돗(돼지)을 닮았다하여 붙혀진 이름이다.  정상의 능선을 따라 걸어보면 둔지오름에서 보는 것과 같은 오름의 군락을 볼 수가 있다.  다랑쉬오름이 동쪽으로 위용을 자랑한다.  둔지오름이 북쪽으로 보인다.  흐린 날씨로 인하여 더 이상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서 오름산책을 접어야 할 것 같다.

▲ 돗오름 굼부리 ⓒ 김홍구 객원기자

오름에 사람이 자연과 더불어 다닐 수 있는 길이 있었으면 좋겠다.  야생화가 있고 잡초속에 생태계의 보물이 있는 곳, 둔지가 있고 사람의 삶이 묻어 있는 길이 있기를 바란다.
                                          

▲ 다랑쉬 ⓒ 김홍구 객원기자
▲ 돗오름 능선과 둔지오름 ⓒ 김홍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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