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스페셜] 4.3 기획 - 뮤직 다큐멘터리, 김윤아의 제주도

[KBS 스페셜]에서 4.3 사건 57주기를 맞아 새로운 형식의 다큐멘터리를 방송할 예정으로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다큐는 특히 강희철씨 사건 등 제주도의 조작간첩 사건을 통해 4.3의 현재적 아픔을 조명하는 것을 기획의도로 밝히고 있어 더욱 주목되고 있다.

4월 3일 일요일 저녁 8~9시 KBS 1TV에서 방영될 예정인 KBS 스페셜(프로듀서 윤태호, 연출 전우성)은 4.3사건의 아픔을 가수 김윤아(자우림 보컬)의 노래와 나레이션으로 표현한 ‘뮤직 다큐멘터리, 김윤아의 제주도’를 방영한다.

   

4.3 사건으로 30만 제주도민 중 3만여 명이 사망했다. 무참한 학살의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제주도 사람들이 일본으로 밀항 길에 올랐고, 이들 중 상당수가 조총련에 흡수됐다. 문제는 제주도에 남은 이들이었다. 떠난 자들과 혈연이든 인연이든 ‘어떤’ 연관을 맺고 있던 상당수의 제주사람들이 이후 군사 독재 시기에 간첩으로 몰려 희생됐다.

역사는 영원히 반복되는가? 4.3 사건 당시에 희생자들에게 강요됐던 연좌제적 처형과 침묵, 그리고 복종이 이후 제주도의 조작간첩 피해자들에게 계속 작동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이들 조작간첩사건의 진상은 규명되지 못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감시와 규제도 여전하다. 법원은 이들의 재심청구 신청을 계속 기각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보상은커녕 제대로 된 실태조사조차 시행된 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 다큐는 이들 조작간첩사건 피해자들의 사연을 통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4.3의 현재적 아픔을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변한들 변하지 않은, 소리내듯 침묵하는 제주의 봄...가수 김윤아의 목소리에 담긴 슬픈 선율을 따라 그 침묵의 시간을 함께 거슬러 올라가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아래는 프로그램의 ‘주요내용’]

# 무기수 강희철 이야기

1986년 간첩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3년 간 옥살이를 한 강희철씨. 제주 도경은 85일에 걸친 불법 구금과 고문을 통해 그를 북한의 고정간첩으로 만들었다. 구체적인 물증은 전혀 없었다. 중요한 사실은 그가 일본의 조총련계 학교를 졸업했으며 그의 큰아버지는 4.3 당시 일본으로 밀항한 조총련계 인사라는 점이었다. 그가 큰아버지로부터 받은 만년필과 양복은 모두 북한에서 밀봉 교육을 마치고 받은 하사품으로 조작되었다. 수사당국의 눈으로 볼 때 강희철의 큰 아버지는 곧 북한이었다.

# 명월리 간첩사건의 진실

이 같은 일이 제주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1965년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소위 '혁명당 사건'. 검거된 간첩들 중 오용수, 홍성인, 오진영 3명은 같은 고향 친구 사이였다. 이들이 간첩 혐의를 받게 된 것은 일본 방문 중 만난 오용수의 형 오용범 때문이었다. 세사람에게 가족 혹은 스승이었던 오용범 역시 4.3직전 일본으로 건너와 조총련에 가입한 한 상태였다. 그를 만나고 온 사실만으로, 이 제주출신의 청년들에게 간첩죄가 씌워진 것이다. 재판 끝에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한번 덧씌워진 붉은 각인은 평생 이들을 따라다녔다. 취직도, 해외 여행도 불가능했고, 일흔이 넘은 지금까지도 그들은 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 침묵 : 제주교대 학장 김문규 사건

   
4.3으로부터 시작된 레드 컴플렉스의 기억은 오랫동안 제주 사람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197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규모 간첩단 사건, 수사발표에 따르면 제주도 출신의 국회의원, 사업가, 교육계 인사 10여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중에는 제주 교대를 설립하고, 1, 2대 학장을 역임한 김문규도 있었다. 대통령으로부터 국민 훈장까지 받은 신망받던 교육자가 하루 아침에 고정간첩으로 둔갑한 것이다. 그의 혐의는 편의제공과 불고지죄, 간첩 강우규와는 초등학교 동창사이로, 제주를 방문한 그와 단 한차례 만난 것이 화근이었다. 4개월의 재판 끝에 집행 유예로 풀려났지만, 집으로 돌아온 김문규 학장은 가족은 물론 세상과 담을 쌓고 긴 침묵 속에 갇히고 만다. 몇 년 후, 그는 스스로 세상을 등졌지만 가족들은 그의 죽음에 대해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못한다.

# 침묵하는 봄은 봄이 아니다

4.3이후 섬을 지배했던 레드 컴플렉스의 그림자가 벗겨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대초부터였다. 4.3 진상위원회가 조직되고, 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무고한 희생자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제주 사람들은 아픈 기억을 조금씩 치유해 가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씻김굿은 반세기전 4.3 당시의 피해에 국한된 것일 뿐이다.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지금도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는 강희철씨, 그러나 대한민국 사법부는 86년 자신들이 내린 판결을 다시 검토할 의지가 없다. 사법부의 판결에 의해 간첩으로 확정된 그에게는 ‘자신의 억울함을 말할 자유’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이유만으로 ‘보안관찰’ 대상자로 묶어두고 있다. 냉전시대, 적지 않은 간첩사건들이 조작되었고 수많은 제2, 제3의 강희철이 간첩으로 둔갑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들이 있는 한, 제주의 봄은 진정한 봄이 아니다'

# 그리고 김윤아

전체 프로그램에서 김윤아는 총 6차례 등장한다. 김윤아의 노래와 나레이션으로 구성될 이 단락들에서는 김윤아의 1인칭 시점으로 4.3 사건의 아픔을 그리게 된다. 각각의 단락들은 4.3 사건의 ‘발생’, ‘학살’, ‘침묵’, ‘아픔’, 등의 소주제를 가지고 구성되며 사용될 곡들은 모두 김윤아의 솔로 2집 '유리 가면' 중에서 선곡되었다. 전체 타이틀 곡으로 사용될 '봄이 오면'을 비롯,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세상의 끝', '야상곡' 등 현대적이면서 실험성이 강한 그녀의 노래를 통해 4.3 사건 당시의 아픔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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