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8일 새벽5시 해군기지 착공식 예정부지서 기습작전 펴
강동균 마을회장과 고유기 집행위원장 등 50여명 강제연행
다음 달 5일 제주해군기지 착공식이 예정된 가운데 이에 항의하는 강정마을 주민과 경찰이 18일 새벽 충돌, 강동균 마을회장 등 주민 47명이 강제 연행됐다. 또한 해군기지 강행 항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유기 군사기지저지범대위 집행위원장 등 시민단체 관계자 2명도 강제연행되는 등 제주해군기지 착공식을 앞두고 폭발물 뇌관이 곧 터질 것 같은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경찰은 18일 새벽 5시를 기해 박천화 제주경찰청장의 현장 진두지휘 아래 경력 500여명을 동원, 기습작전을 펼쳤다. 이날 경찰은 착공식 예정부지인 서귀포시 강정천 다리 인근의 경작지 입구에서 주민들이 바리케이트용으로 세워둔 차량들을 강제견인하고, 농성 중이던 주민들을 차례로 강제 연행했다.
이 과정서 강동균 마을회장과 양홍찬 강정마을회 반대대책위원장 등 마을 지도부와 주민 40여명이 경찰에 끌려갔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천주교제주교구 소속 성직자들과 제주지역 종교인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현장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열며 연행자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이날 현장에는 이른 새벽부터 해군 관계자들이 군복차림으로 현장을 지휘했고, 주민들이 강제연행되는 과정서 항의하는 주민들과 해군 일부 관계자는 욕설을 주고받으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일부 해군 관계자들은 “강정주민들이 왜 우리(국방부) 땅에 와서 방해냐, 모두 다 나가라”며 주민들에게 소리를 지르자 강정주민들은 “조상대대로 지켜온 우리 땅인데 언제부터 당신들 땅이냐”면서 울분을 토했다.
이날 제주군사기지저지범대위와 강정마을회, 천주교제주교구 평화의섬 특위,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모임 등 해군기지 반대단체 회원들은 오전 10시 작업현장에 서있던 포크레인에 ‘평화의 강정, 평화의 제주, 온몸으로 지켜내겠습니다’란 현수막을 내걸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제도와 절차를 무시하고 공권력을 동원해 밀어붙이는 제주해군기지 건설강행은 ‘폭력’에 다름 아니다”며 “강정마을주민들과 함께 그 폭력에 끝까지 맞서 단호하게 싸워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들은 특히 “현재 법원에서 해군기지 공사중지 소송과 행정행위 무효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법원 판결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공사를 강행하는 것이 말이 되나”고 항의했고 “다음 달 초 예정된 기공식에 참석할 고관대작들의 편한 걸음을 위해 평탄작업 등 사전준비에 착수하는 이 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사수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부르짖었다.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부터 ‘불법집회’와 ‘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을 들어 즉각 해산할 것을 경고방송했고, 기자회견이 끝난 10시30분 공사 포크레인 위에서 항의 중이던 고유기 집행위원장과 홍기룡 제주평화인권센터 상임활동가가 강제 연행했다.
또한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은 포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벌이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허리를 다치는 등 부상을 입기도 해 119응급차에 후송되기도 했다.
특히 천주교제주교구 고병수 신부 등 사제들과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 모임 이정훈.송영섭 목사 등 종교인들도 “공사를 강행하려거든 우리 종교인들도 모두 잡아가라”며 강력히 항의하자 한때 천주교 사제단 신부과 종교인들도 경찰에 의해 강제로 기자회견장 밖으로 끌려나와 격리되기도 했다. 이 과정서 천주교제주교구 소속 현문권 신부와 이찬홍 신부 등 일부 성직자는 서귀포경찰서로 연행됐다가 풀려났다.
현재 현장에는 남은 강정주민 100여명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경찰과 대치한 채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한편, 이날 경찰에 연행된 강정주민들은 제주동부경찰서와 서부경찰서, 서귀포 경찰서 등에 분산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현재 해군기지 착공식 예정부지에는 철조망이 두텁게 쳐져 주민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