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북부 예비검속희생자 유족회 '위령비 제막'

   
떠나가는 자의 소원

1950년 음력 7월7일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그날 밤
우리들은 한도 많은 이 길을
서로 얼싸 안고 떠나갔노라.

이승사는 동안
부모님께 효도 한번 못하고
무덤 하나 남겨두지 못한 채
입을 다물고 떠났노라.

우리들이 말못한 말들이사
살아있는 그대들인들 어지 모르랴
그대들의 가슴깊이 묻어두었다가
아들 손자들에게 전하여 다오.

아름다운 우리 고장 제주도가
다시는 그런 비극이 없는
진실로 평화로운 섬이 될 수 있도록
서로 손을 잡고 굳게 약속하여 다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후 7월과 8월사이에 정부는 예비검속령을 내렸다.

국가공권력에 의해 '좌익색출'이라는 명목으로 1000여명이 넘는, 제주도에서는 4.3이후 최대 희생자를 낳았다.

   
예비검속자들은 '정뜨르 비행장'에서, '송악산'에서, 망망대해 '바다'에서 총살당했거나 수장당했다.

이런 억울한 원혼을 달래기 위해 '제주북부 예비검속 희생자유족회'가 30일 오전 11시 제주시 용담동 레포츠공원에서 '위령비' 제막식을 거행했다.

예비검속으로 인한 학살로 피해 유족들은 반세기가 넘은 55년만에 비로소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한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김태환 지사, 김영훈 제주시장, 신철주 북제주군수 등 기관단체장과 4.3 유족과 백조일손 등 예비검속 유족회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북부 예비검속 희생자유족회 양용해 회장은 주제사에서 "님들이 떠나고 남은 가족들은 냉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율과 공포의 나날을 보내며 견뎌왔다"며 "오랜 세월 애태워왔던 임들의 영원한 안식처가 될 위령제단을 마련해 봉정하게 됐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양 회장은 "우리가 겪은 비극의 역사가 다시는 이땅에 되풀이되지 않도록 과거사를 정리.반성하는 것만이 역사를 바로 세우는 첩경이기 때문에 국회에 계류중안 '진상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이 제정돼야 한다"며 "잘못된 과거는 용서하되 그 진상은 반드시 규명해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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