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홍이 만난사람] 평화의섬 지정 5주년 앞둔 강영석 의장
"해군기지 갈등 서로 사과하자..남은여생 제주위해 받치겠다"

고희를 훌쩍 넘긴 강영석(73) 세계평화의섬범도민실천협희 의장. 그에겐 항상 두 가지 상반된 평가가 따라 다닌다. ‘그래도 할 말은 한다’는 소신파란 평가도 있지만, 지역사회 원로답지 않게 지나친 ‘돌출행동’으로 논쟁을 몰고 다닌다는 궂은소리도 늘 있다. 제주사회 가장 큰 논쟁 화두이자 갈등의 중심인 제주해군기지와 한라산 케이블카, 내국인 카지노 찬반논란 한 축(도입 유치 찬성)엔 항상 그가 있다. 물론 혁신도시 이전기관 선정과 APEC 정상회의 유치 등을 중앙정부와 힘든 싸움을 해야 할 때도 그는 주저하지 않는다. 다만 우회할 수 있는 것도 지나치게 ‘직설적’으로 풀어내려다 보니 오히려 갈등으로 번지고 종종 뜻하지 않은 화를 당하기도 한다.

▲ 강영석 세계평화의섬범도민실천협의회장은 <제주의소리> '이재홍이 만난 사람'인터뷰에서 정부가 인도적차원에 북한 감귤보내기 운동을 막아선 안된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한라일보 대표이사 17년, 제주상공회의소 회장 18년 등 제주사회 주류의 핵심으로 활동하면서도, 정작 메인스트림에는 잘 섞이지 못하는 특이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저돌적이고 다혈질인 그의 성격이 한 몫을 한다. 그에겐 ‘적당히...’란 없다.  하고 싶은 말, 해야 하겠다는 말은 거침없다. 그 스스로 ‘임전무퇴’라고 한다.

그는 한라일보 사장당시 구속당했던 일을 인생 최고의 불행한 일로 기억한다. “검찰은 상공회의소 회장 5~6년동안 판공비 6억원을 횡령했다고 했는데, 실제론 4만6000만 쓴 것으로 밝혀지지 않았느냐”며 억울해 했다. 자신에 대한 일부의 중상모략을 제일 괴로워했다. 정치에 뛰어들기 위해 한라일보 대표이사 회장을 그만뒀다가, 한나라당 제주도의회 비례대표 배정을 앞둬 사퇴하는 파란도 겪었다.

술 한 잔도 못하는 그의 체질은, 모든 걸 ‘술 잔’ 속에서 적당히 풀어내려는 한국, 제주사회에 쉽게 동화되지 못하게 하는 이유로 보는 이도 많다. 그는 “내가 남들처럼 술을 잘하고, 내 속 마음을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내 진면목이 드러날 수 있었을 것인데...”라고 아쉬움을 표한다. 누구보다 자신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잘 아는 그는 스스로에 대해 “외로운 인생의 투쟁”이라고 말한다.

굳이 분류하자면 보수이면서도 남북협력제주도민운동본부 이사장을 맡아 10년째 북한동포에게 제주감귤과 당근 등을 보내는 운동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민간교류협력모델을 만들며 평화전령사 역할도 한다. 뉴욕타임스로부터 ‘비타민C' 외교란 평가 속에 그도 지금까지 다섯 차례나 북한을 방문했다. 세계평화의섬범도민실천협희 의장도 맡고 있다. 제주 세계평화의섬 지정 5주년을 앞둔 지난 22일 <제주의소리>가 청암문화재단 사무실에서 강영석 의장을 만났다. 강 의장은 인터뷰 중간 중간에 <제주의소리>을 향해 “제주사회를 위해 긍정적인 기사를 많이 써 달라”고 당부했다.

▲ 외롭지만 그래도 할말은 하고 산다는 강영석 의장 ⓒ제주의소리
 다음은 강영석 의장과 인터뷰 내용.

-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모임이 많다. 신문사 대표이사, 상공회의소 회장을 관둬도 청암문화재단, 중앙대학교 동창회장, 남북협력운동본부 이사장, 제주사랑실천연대 대표, 평화의섬범도민실천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운동도 가끔 하고 친구와도 어울리며 아주 빠듯한 시간 보낸다. 남은 인생 제주, 제주도민을 위해 할 일이 있다면 몸 받칠 자세가 돼 있고, 그런 자세로 여생을 살고 싶다. 또 후배들을 도와줄 기회가 주어진다면 도와주고 싶다. 내가 이 정도 된 것은 내가 요망 진 게 아니라 주변에서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혼자 잘되는 법 없다. 시대가, 주변에서 용을 만들어준다. 자기가 되고 싶어서 되진 않는다. 후배들이나 어려운 환경에 잇는 사람에겐 ‘도전하라’고 한다. 다만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라’ ‘된다는 사고를 가지고 도전하라’고 말한다.”

- 며칠 후면 제주 세계평화의 섬 지정 5주년이 된다. 그간의 활동을 평가한다면.
“사실상 제주는 비참한 역사를 지닌 섬이다. 평화의 섬이 아니다. 1800년대만 해도 일본 왜구들이 조천 산지포구를 침탈했고, 이재수난에다 한일합방, 해방 후에는 4.3, 6.25...그전에는 98년동안 몽골의 수탈도 있었다. 진짜 비참한 역사를 지닌 섬이다. 평화를 만들어야 할 섬이다. 그 시작을 제주국제협의회에서 불을 지피기 시작했고, 감귤보내기 운동하면서 평화의 섬지정에 이르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평화의 섬 되기 위한 노력을 하나 같이 다해야 한다. 진보다 보수다 갈등 빚을 때가 아니다. 해군기지도 결정 났으니 어떻게 하면 해군기지를 기화로 도민이 화합하고 강정을 중심으로 서귀포, 나가서 제주도가 발전할 것인지 지혜를 모을 때다. 정치판에서 정치적 때문에 갈등이 해소 되지 않는 것도 불행한 일이다.”

- 5주년을 맞춰 범도민협의회에선 어떤 사업들이 준비되고 있나?
“오는 27일 유종하 전 외무부장관을 초청해서 평화 정착을 위한 말씀 듣고 토론한다. 환태평양 평화소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작업도 들어간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해 나가겠다.”

- 강 의장께서는 감귤북한보내기 운동의 첫 발판을 놓았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우리는 이념을 떠나 어차피 통일 지향운동에 누군가 나서야 한다. 제주도민은 복 받았다. 감귤이 제주도밖에 안나니 작은 돈으로 남북교류 씨앗 뿌릴 수 있는 밑천이 된다는 게 큰 자산이다. 제주도로서도 제주에서 한라에서 백두까지 상징성도 있다. 통일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

▲ 강 의장은 남북 정상회담이 제주에서 열렸으면 좋겠다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 ⓒ제주의소리
- 남북 정상회담이야기가 나온다. 개최지로 제주도 거론된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작년 연두순시 할 때도 본인도 그렇게 희망했다. 어쩌면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평양에서 안하면, 여길 원할지 모른다. 모든 여건으로 봐서...상징성도 있다. 제주도민도 그렇게 하는 게 좋다. 한미 한일 정상회담, 한 아세안 정상회담, 장쩌민 (전 중국 주석) 등 등 두루 외국정상들이 관심 있는 지역이고,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국제자유도시다. 그렇게 해 주면 좋다.”

- 남북 경색관계 때문에 감귤운동보내기가 주춤거린다.
“이명박 정부가 상생과 공존의 평화통일 정책을 쓴다. 반대할 이유는 없다. 양 정부간 상호주의 적용, 북핵문제로 경색된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남북)교류를 일시중단 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어떤 경우도 막론하고 감귤보내기와 같은 인도주의사업은 지원해줘야 한다. 막아선 안된다. 막지 않을 것으로 본다.”

- 해군기지 문제로 평화의 섬 제주가 평화스럽지 못하다. 강 의장께서 보는 제주평화는 어떤 것인지. 
“제주에 평화가 정착되기 위해선 이념적 문제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진보와 보수세력간에... 4.3문제만 해도 진보적 입장에선 민주화운동으로 보는데, 보수적 입장에선 폭동이다. 상반된다. 먼 훗날 두고두고 시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이에 대한 진솔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그 당시 시대상이 그렇다. 내 같은 경우도 작은 아버지 사촌형이 빨갱이로 몰려 (군경에 의해)죽었다. 우리 외숙은 푸르다고 해서 (산사람들에 의해) 죽창 맞아 죽었다. 양쪽의 피해자다. 이게 현실이다. 죽창 맞은 외숙입장에선 폭동이고, 진압과정에서 군경에 죽은 쪽은 군경이 죽일 놈이다. 이건 두고두고 해소하지 못한다. 화해하자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양쪽 다 동시에 ‘사실이다. 그 당시 시대상 세계정치상 문제다. 우리 도민들 잘못만은 아니다’라는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우기면 답이 안 나온다.”

▲ 강 의장은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이젠 해군기지 설치를 받아들이고, 강정마을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 가장 큰 문제인 해군기지 갈등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양 당사자가 지금까지 찬반으로 갈등 빚은 것, 서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반대한 것 사과하고, 설득도 못하면서 찬성한 것도 사과해야 한다. 해군기지는 국책사업이고, 대양해군을 지향하는 해군기지는 통일 후에도 필요하다. 박수 보내면서 받아들이고, 강정마을도 ‘좋은 마을로 만들어 달라. 지원해 달라’ ‘지원해 주겠다’는 분위기가 되면 화해가 된다. 왓싸왓싸하는 어리석음 범하지 말자. 서로 이해하지 못한 것 미안하다는 자리를 맞들어야 한다. 이제 결정 났으니 잘잘못 이야기 할 필요 없다. 서로 미안하다고 하고,  어떻게 하면 좋은 민군복합형 만들어 크루즈 많이 들어오고, 강정은 도시계획으로 살기 좋은 문화도시를 만드는 문제가 중요하다. 주민소득위해 합법적 범위 내에서 인센티브 주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강정마을을) 부촌,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 수 있다.”
 
- 제주는 다양한 갈등이 있다. 또 선거만 하면 줄 세우고 편 가르기를 하는데.
“정치인들 철학이 없어서 그렇다. 진짜 도민이라면, 제주발전 위하는 정치인 나서면 갈등 없어진다. 승자도 패자도 선거 끝나면 서로 찾아가서 화해하는 분위기 돼야 한다.  승자에게 축하하고, 패자에게 위로하는, 졸세우기 아니라 지지한 사람 중에도 좋은 사람은 같이 포용하고 써야 한다. 제주사람 그릇이 작아서 그렇다. 한라산과 바다밖에 못 봐서 좁쌀이다. 포용력이 없다.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

- 제주사회가 갈등할 때마다 원로이야기가 나온다.
“사실상 제주에 원로가 없는 건 (원로들이)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내가 잘못 (말)하면 (누군가) 욕하지 않느냐...옳은 것 할 때는 때론 욕도 먹어야 한다. 다만 사심이 없어야 하고, 편견을 가져선 안된다. 제주 발전 위한다면 눈치 볼 필요 없이 이야기 하고 모여주고, 나서주는 사람이 원로다. 내가 같은 사람 10~20명만 나오면 달라진다. 나는 욕하는 것 개의치 않는다. 느낀 것 본 것 감정 그대로 표현한다. 욕 많이 먹는 거 안다. 과거 제주유지라는 사람들은 여생을 제주를 위해 바른말 해야 한다. 갈등에 대해서도 ‘도지사 잘하라’ ‘누구 잘하라’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런데 쉬운 것 같지만 쉽지는 않다.”

- 쉽지 않는 이유는 뭔가?
“사회적 분위기가 그렇다. 종교계가 나서줘야 한다. 불교 천주교 기독교가 나서야 한다. 그래야 평화도 온다. 평화는 우리말 사전에 보면, 화합하고 고요함, 평온하고 화목함. 전쟁없이 세상을 잘 다스림, 형이상학적인데 평화를 싫어하는 사람 어디 있느냐. 하지만 쉽지는 않다. 강정 해군기지를 기화로, 평화의 섬5주년을 기화로, 도지사 도의회의장 교육감 기타 기관장 우리까지 포함한 사람이 공동주최로 강정마을 찬반대표자 몇십명 불러 위로 자리를 만들고, 거기에서 전문가들이 강정마을 발전방향도 설명하고, 갈등해소 방안도 같이 고민하고, 애로사항에 대해선 행정적 재정적 지원ㅎ라 수 있는 단계적으로 풀자는 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 자수성가한 경제인으로서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엊그제도 폴리텍대학(제주캠퍼스) 명예학장 위촉을 받아 수락했다. 국가에서 하는 재교육기관이다. 취업도 97%가 된다. 지금 (청년)취업난이라고 하는데, (청년들이) 눈높이를 한 단계 낮추면 얼마든지 있다. 우리 시대에 나도 자리 없어서...그 땐 식당도 없어 식당일도 못했지만 고학하면서 대학 다니면서 학비조달하고, 누이동생 공부시키고, 병중에 있는 아버지를 먹여 살렸다. 그 때도 했는데 (기회가 많은 지금) 왜 못하냐. 안 해서 못 하는 거다. 왜 외국인 근로자들은 몇 십 만명 (일) 하는데. 왜 (우리 청년들은) 못하냐. 눈이 높다.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 내가 어느 날 아침 상공회의소 회장, 한라일보 된 게 아니다. (돈 벌이가) 100만원짜리가 되더라고 200만원 소득, 300만원 1천만원 사업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도전의식을 가져야 한다.”

▲ 강 의장은 인터뷰 내내 격정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제는 다소 지친 듯 마지막 남은 여생을 제주와 제주도민을 위해 헌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 강 의장 인생에도 힘든 시절이 있을 것 같은데....
“제일 괴로운 것은 중상모략이다. 한라일보 사태 때 구속영장에 내가 상공회의소 회장 5~6년 동안 (공금) 6억원을 횡령했다고 했는데, 다 뒤져보니 (실제로 내가 쓴 것은) 4만6000원 뿐이었다. 그 때가 가정 어렵다. 난 없는 척, 있는 척 안한다. 비굴하지 않고 남한테 지고 싶지도 않다. 아직도 (나에 대해) 아직도 곡해하는 것 같다. 회고록 나간 후 (오해를 푸는데) 도움이 됐다. 공짜나 좋아하는 것 같지만, 약한 사람 도와주고 싶다. (내 스타일은) 좋게 말하면 순박하고, 나쁘게 말하면 건방진 거다.”

-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폴리텍대학 심부름을 해달라고 해서 (명예학장을) 승낙했다. 남은 인생은 누구든지 제주도와 제주도민 위해 필요하다면 누가 원하든지 몸 받치겠다. 73살이지만, 열정은 젊은이에 안 떨어진다. 봉사하고 싶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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