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및 스페인 전훈 결산 인터뷰

(마르베야<스페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이 오는 3월3일 코트디부아르와 친선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결국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월드컵 개최국 남아공과 스페인에서 새해 첫 전지훈련을 지휘한 허 감독은 귀국 전날인 24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휴양도시 마르베야의 대표팀 숙소에서 이번 전훈을 결산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표팀은 지난 4일 출국해 남아공에서 고지대 등 현지 환경에 대한 적응 훈련을 하고 스페인으로 건너가 두 차례 A매치를 치르며 월드컵 최종참가자명단에 포함될 국내파 주축 선수들의 윤곽을 드러냈다.

대표팀은 남아공에서 잠비아(2-4 패) 및 현지 프로팀 플래티넘 스타스(0-0 무승부), 베이 유나이티드(3-1 승)와 평가전을 치렀고, 스페인에서는 핀란드(2-0 승), 라트비아(1-0 승)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벌여 총 3승1무1패의 성적표를 받았다.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 멤버가 사실상 최종 엔트리

대표팀은 오는 3월3일 A매치 데이에 영국 런던에서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국인 아프리카 신흥 강호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을 치른다. 월드컵 본선 상대국 나이지리아를 겨냥한 모의고사로 허 감독은 대표팀의 주축인 유럽파 선수들까지 모두 소집해 한판 대결을 치를 작정이다.

일단 허 감독은 "코트디부아르는 아프리카의 월드컵 본선 진출국 중 최강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나이지리아를 대비한 전술을 펼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이지리아와 코트디부아르는 팀 스타일이 다르다. 강팀을 상대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면역력을 키울 기회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허 감독은 코트디부아르와 경기를 위해 구성할 대표팀이 사실상 월드컵 본선에 나설 대표팀이 될 것임은 부인하지 않았다.

허 감독은 "마지막까지도 팀에 도움이 될 선수를 골라갈 생각이다"라고 말했지만 "이제 시간도 없다. 그런 강한 팀을 상대할 때 함께 해봐야 한다. 본선에 대비해 전력을 숨기겠다고 다른 멤버로 팀을 구성할 필요가 없다"며 사실상 월드컵팀으로 코트디부아르와 맞서보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최종 엔트리 발표 시기는 이르면 4월 말이 될 전망이다.

대한축구협회 규정에 따르면 월드컵 본선의 경우 대회 개막일 30일 전인 오는 5월11일부터 대표팀을 소집할 수 있다.

허 감독은 "규정에 따라 대표팀을 소집해야 하면 5월 초, K-리그 구단의 협조로 일주 먼저 훈련을 시작할 수 있게 되면 4월 말 엔트리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최종 엔트리 선발 기준은 `국제무대 경쟁력'

그렇다면 허 감독의 최종 엔트리 선발 기준은 무엇일까? 허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 가면 누가 더 잘 할 것인가"라고 잘라 말했다.

허 감독은 이어 "국내에서는 잘 하지만 국제 경기에서는 그렇지 못한 선수가 있다"면서 "누가 대표팀에 도움이 되고, 어느 선수가 월드컵 본선 같은 큰 무대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인지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좀 더 구체적인 기준을 말해 달라고 하자 "본선 경쟁력에는 경기력과 경기운영 능력은 물론 팀 전체와의 호흡과 조화, 기술,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90분을 뛸 수 있는 체력 등의 모든 요소가 포함된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전훈을 되돌아보면서 "해외파가 대부분 빠져 사실상 새로운 대표팀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몸 만들기에 바빴다"면서 "하지만 국제 경기를 치르면서 본선에서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 선수를 어느 정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구체적인 선수 이름을 들지는 않고 "이번 전훈에서 기대에 못 미친 선수도 있고, 생각보다 괜찮은 선수도 있었다"면서 "다음 달 일본에서 열릴 동아시아연맹선수권대회를 치러보면 국내파 주축의 윤곽은 다 나오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남아공 월드컵 로드맵 완성.."한.일전도 좋다"

허 감독은 대표팀의 구체적인 향후 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대표팀은 오는 30일 목포 국제축구센터에 재소집되고, 다음 달 6일 도쿄에서 개막하는 동아시아연맹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 3월3일에는 런던에서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5월 다시 모여 최종 담금질에 들어가며, 결전지 남아공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네 차례 더 평가전을 치를 계획이다.

허 감독은 우선 5월16일 남미 팀과 평가전을 치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대한축구협회에 요청했다.

허 감독은 "5월24일에는 일본과 평가전도 추진 중이다. 경기를 치르고 다음날 오스트리아로 떠나 훈련을 이어가면서 5월30일 현지에서 유럽팀과 친선경기를 치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됐던 월드컵 직전 한일전 추진에 대해서는 "협회 방침이라면 따를 것이다. 하지만 양국 축구 발전과 선의의 경쟁을 통한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우리로서도 나쁘지 않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또 "오스트리아에서 치를 유럽팀과 평가전은 시차 적응 등을 위해 선수들을 나눠 반 경기씩만 뛰게 하겠다"고 전했다.

이후 대표팀은 6월3일 오스트리아에서 남아공월드컵 우승 후보 중 하나인 `무적함대' 스페인과 마지막 평가전을 치르고 이튿날 남아공으로 넘어간다.

◇이동국, 좀 더 지켜봐야

허 감독은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선수로 스트라이커 이동국(전북)을 비롯해 노병준(포항)과 박주호(이와타) 등의 이름을 거론했다.

물론 "이들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을 똑같은 기준으로 볼 것이다"라는 말도 했지만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세 경기를 치른다. 주전이든, 조커든 과연 월드컵에서 통할 선수들인가를 따져야 한다. 주전도 아니고, 조커로도 어중간하면 그 선수는 아니다"라며 확실히 대표팀을 위해 제 몫을 해주길 요구했다.

멀티플레이 능력을 중요시하는 허 감독은 또 "이동국은 스트라이커 외에 다른 포지션은 소화할 수 없다. 강팀을 상대로 뭔가 해줄 경쟁력이 있는 지 다른 공격수들과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전훈 직전인 지난해 말과 이번 스페인 전훈 기간 실시한 체력 테스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이동국을 거론했다.

"회복속도가 상당히 좋은 선수들이 있었다"면서 이동국을 비롯해 노병준, 김정우(광주), 이승렬(서울)을 들었다.

하지만 허 감독은 특정 선수는 지목하지 않은 채 "회복속도가 좋은 데도 경기장에서 안 움직인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100%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습관일 수도 있고, 게을러서 일수도 있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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