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영의 뉴욕통신] 1951년 1.4후퇴를 연상케하는 폭설

어제(2월 5일) 오후부터 그리고 오늘 저녁 8시까지 내린 눈은 워싱턴 디씨에 20인치(1인치=2.54Cm),웨스트 버지니아 30인치,...그리고 나의 농장은 약 2피트(약 60Cm)...강풍을 동반하는 바람에 눈을 뜰 수가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미국인들이 옹고집이 몇 가지가 있지요. 특히 도량형 척도에서...인치(피트, 야드), 에이커, 마일, 파운드, 그리고 온도는 화씨로...]

6일 저녁 8시경에 폭설은 끝이 났습니다. 내일은 밝은 태양이 뜰 것이고요...적막만이 가득합니다.

어젯밤 3시경에는 아주 짧은, 1초미만, 정전이 3차례 있었고요...경보장치가 작동하는 바람에 진눈깨비 속을 통과하여 수백 미터를 행진해야 했답니다. 다행이도 장시간 계속되지는 않았습니다.

나의 농장에는 자가발전기가 있긴 한데, 디젤 연료를 탱크에 채우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어제와 오늘 바짝 긴장한 가운데 지냈답니다. 정전 사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자가발전기가 백업 해주지 못하면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되지요. 치명타를 입습니다.

메릴랜드 주에서만도 어제 오늘 약 15만 가구가 정전사태로 곤경에 빠졌다는 뉴스입니다. 나의 농장은 메릴랜드 주 동쪽 끝 해안가 Ocean City 가까이에 있습니다.

메릴랜드 주를 비롯해서 인근 4-5개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입니다. 워싱턴 디씨의 모든 관공서는 화요일까지 휴무에 들어 갔고요. 주방위군이 동원되어서 경찰들을 돕고 있답니다. 지난 주에도 그랬지만, 천만다행인 것은 주말에 폭설이 내렸다는 것이지요. 주중에 그랬다면 대혼란이 일어납니다. 금요일(5일) 일과종료 4-5시간 이전에 모두 조기 귀가를 했고요...

인터넷 <뉴욕 타임즈>는 고속도로에서 고장난 차를 돌봐주던 아들과 아버지가 트렉터 트레일러에 치여서 죽는 불상사도 발생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1922 년 소위 'Knikoboker Snow Storm'이라고 일컬어 지는 역사적인 폭설은 워싱턴 디씨에 28인치 적설량을 기록했는데, 당시 니커버커 극장의 지붕이 내려 앉는 바람에 98명이 죽고 158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있었다네요. 그때의 기록은 갱신하지 못했다고 하는데...디씨 인근에 사는 지인들 얘기론 3피트가 넘는다고...강풍을 동반했기 때문에 적설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무척 곤란한 상태였지요...

백악관은 흰눈으로 지워져 버렸고...오바마 대통령은 시카고 출신이라 이 정도의 눈은 눈도 아니다고 농담하고 있고요...

나는 오후 늦게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보급로를 확보하기 위해서 길을 뚫는 작업을 4-5시간 했답니다.
마지막 순간에 눈을 치우던 트렉터가 눈속에 빠지는 바람에 작업은 중단되었답니다.

내일 또 하루 종일 눈과의 전쟁을 해야 합니다. 보급로를 최우선으로 확보해야 하니까요.
현재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간신히 인터넷과 손전화만 외부와 닿고 있습니다.

▲ 이도영 편집위원 ⓒ제주의소리
1951 년 1.4 후퇴를 연상하고 있습니다. 압록강까지 밀고 올라갔던 미군과 국군은 중공군의 인해 전술로 밀리고 밀려서 후퇴를 했는데, 혹한과 폭설로 동사한 수가 부지기 수였지요. 멕아더의 코가 납작하게 되고 결국은 트루먼 대통령의 명령불복종으로 군복을 벗었습니다.

입춘대길...입춘 선물이 풍성합니다. 밀과 보리가 잘 여물 것입니다.

모두의 건안을 기원하면서...

머리도 얼어붙었는지 오작동...횡설수설을 마칩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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