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술생 개인전 '무당벌레 꽃이 되다'…첫 행사 '점에서 시작되는 생명'
따스한 햇살이 내리비치는 식목일 아침.
엄마 손을 잡고 먼지 나는 흙길을 종종걸음으로 걷는 아이들이 있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길옆의 이름 모를 풀꽃을 관찰하기도 하고 밭에 나와 뭔가를 파종하고 있는 할머니께 "뭐 심는 거예요? 많이 심으세요!" 인사도 잊지 않는다.
서양화가 강술생씨의 다섯번째 개인전 '무당벌레 꽃이 되다'는 4월5일 화창한 식목일 오전 9시30분에 대장정의 출발을 알렸다.
'무당벌레 꽃이 되다'는 6개월간 아이들의 생태체험과 생태미술을 통해 자연을 배우고 삶의 지혜를 얻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괭이로만 꽃밭을 일구고 농약을 쓰지 않고 손으로 잡초를 제거했다.
호미로, 부삽으로 열심히 땅을 파고 아주 작은 꽃씨를 행여 다른 곳에 흘리기라도 할까 조심조심 놓고 다시 땅을 소복소복 덮는다.
"전에 아빠랑 같이 집에서 화단을 꾸며 봤는데 그 때 내가 뿌린 작은 꽃씨가 자라서 예쁜 꽃을 피웠을 때 정말 기뻤어요" 민경이(제주북교 4)는 이번과 같은 생태체험 프로그램 참가가 처음이어서인지 더 열심이다.
민경이 엄마 김동진씨(40·제주시 삼도2동)는 "평소 생태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참가할 기회가 없었다"며 "이번 행사는 생태체험뿐 아니라 생태미술활동도 할 수 있어 더욱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이번 행사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6개월간 아이들이 심은 꽃씨가 싹을 틔우고 자라는 모습을 계속 관찰할 수 있어 교육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재현이 어머니는 "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자연의 섭리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작은 점에 불과했던 씨앗이 땅속에서 싹을 틔우고 자라서 꽃을 피우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나름대로 언제 파종을 하고 언제 꽃이 피는지 등을 깨우쳐 간다. 무엇보다 자신이 직접 뿌린 작은 씨에서 하나의 생명체가 탄생하는 것을 보며 대단히 큰 자부심과 애정을 갖는다"며 연신 생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렇듯 파종을 하는 팀을 벗어나 자연관찰을 하는 팀을 살펴봤다.
문 팀장의 설명에 아이들은 한껏 몸을 낮춰 여러가지 풀꽃과 곤충을 관찰한다.
꽃잎이 몇 개인지, 잎 모양은 어떻게 생격는지, 촉감은 어떤지, 맛은 어떤지, 냄새는 어떤지…. 아이들이 바쁘다. 궁금한 것도 많다.
"와~!!" 갑자기 관찰팀이 술렁거린다. 한 아이가 도마뱀과 비슷하게 생긴 장지뱀을 잡았다. 벌써 기겁을 하고 저 멀리 도망가 있는 어머니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호기심에서인지 도마뱀에 대해 설명하는 문 팀장의 주위를 몇 겹으로 에워싸고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보려고 연신 목을 뺀다.
배춧잎으로 조심스럽게 장지뱀을 싸고 아이들에게 관찰할 시간을 주는 문 팀장은 "장지뱀은 몸이 차가운 동물이라 우리가 직접 손으로 잡으면 화상을 입는다"며 "이 친구의 손 발이 어떻게 생겼는지, 눈이 얼마나 예쁜지 한 번 보라"고 한다.
화가 강술생씨는 "이번 프로젝트는 아이들이 볼 수 있는 것이 제한되지만 보다 깊이 있는 관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의 다섯번째 개인전 '무당벌레 꽃이 되다'는 꽃씨 파종을 시작으로 씨앗이 자라는 과정을 관찰하고 이를 미술로 표현하는 작업을 오는 10월까지 전개한다.
매월 한차례씩 주제별 행사를 갖고 9월에는 그간의 생태체험을 미술로 표현해 전시하고 10월에는 실내에서 작가의 작품과 아이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한다. 문의=011-282-3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