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영 칼럼] 개발의 리더십 교체가 진정한 '세대교체'

김태환 지사 불출마 선언 직후, ‘세대교체’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그런 의미에서 김태환 지사의 불출마는 어쨌든 지난 민선 15년을 주도해 온 이른바 ‘신-우-김’시대의 마감과 새로운 정치리더십에 대한 논의의 기폭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후 전개되는 ‘세대교체론’의 양상은 ▲ 띠동갑론(나이 교체론), ▲ 현도정 발전계승을 명분으로 한 대리 출마론 등의 왜곡된 수준이다. 여기에 하나 더 붙이자면, 이른바 ‘무임승차’론이다. 재출마에 나서면서 단지 상대적으로 젊다는 이유로 세대교체론을 끼워 넣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거론되는 도지사 후보들은 이미 도지사, 시장, 공기업 등의 경험을 통해 검증이 사실상 이뤄진 인물들이다.

# 세대교체론의 두 가지 전제

진정한 세대교체론은 명확히 두 가지 지점이어야 한다.
첫째는 지금껏 제주를 이끌어 왔던 리더십과는 다른, 새로운 발전리더십으로의 교체가 되어야 한다. 제주는 지난 민선 15년 동안 신구범, 우근민, 김태환 세 지사가 번갈아가며 도정을 끌어 왔다. 그리고 그것을 관통하는 발전전략은 ‘국제자유도시’로 상징되는 개발전략이었다.

그러나 지금 제주는 어떤가. GRDP(지역총생산) 전국 최하위, 재정자주도 전국 최하위, 영세자영업 전국 최고 수준에다 비정규직 전국 1위 등 단순 지표 만으로도 매우 암울한 결과로 드러나 있다. 국제자유도시 전략은 이제 ‘실패’로 규정해야 한다. 도민들도 이를 체감한다. 지난 제주사회를 큰 갈등과 혼란으로 밀어 넣었던 영리병원, 카지노, 케이블카 등의 정책도 비단 현 도정의 그것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를 추진했거나 심화시킨, 혹은 이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한 면면들을 놓고 조금 젊다고 ‘세대교체’의 적임자라고 할 수는 없다.

진정한 세대교체는 지금의 표류하는 제주를 새로운 비전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발전 리더십’의 교체가 되어야 한다. 외자유치, 규제완화로 상징되는 발전전략을 대체하는 새로운 발전비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제주의 격을 제고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발전리더십이 어떤 것이냐 하는 내용적인 문제가 세대교체론 논의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둘째, 도민사회의 참된 통합을 위한 ‘도덕 정치’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민선 15년 동안 도지사들은 하나 같이, 선거법 위반, 친인척 비리, 뇌물비리, 성희롱 등으로 중도 하차 하거나, 간신히 직을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체제에서 제주도민들은 당당할 수가 없다. 도덕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도지사가 도민통합을 역설하고 자치역량을 요구하는 아이러니 앞에서 도민사회가 선선히 응할 리 없다. 관변 중심의 동원구조만 지속,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도민사회는 도지사 편에서 혜택을 보는 도민과 그렇지 않은 도민으로 나뉜다’는 자조감만 확대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투명한 ‘도덕 정치’가 세대교체론의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

 # 민주당, 세대교체론에 대한 입장 분명히 해야

지난 8년간 우리나라의 지방정치는 한나라당이 대부분 독점하였다. 그런데 8년이 지난 지금 나타난 결과는 ‘지방의 위기’로 표현되는 지역발전의 침체, 주민 삶의 피폐화, 지역자원의 황폐화이다.

지금 전국적으로 ‘연합정치’에 대한 모색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도의 배경에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심판도 있지만, 지난 8년간 한나라당의 독점 하에서 위기에 직면한 지역을 살리자는 절박함도 있다.

문제는 민주당이다. 왜 민주당인가. 스스로 연합을 강조하면서도, 몇몇 지역에서는 이에 역행하는 모습을 또한 스스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의 민주당은 이미 연합의 상대가 아니라, 대결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작년 11월, 제주 방문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는 당 충성도와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지난 4일에는 논란이 되는 영리병원과 관련해, 당대표라는 사람이 스스로 당론과 배치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샀다. 이에 앞서, 1월 7일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지방선거 기획단장)은 공천기준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도덕성 논란이 있는 후보에 대해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복당요건을 갖췄다, 경쟁력 갖춘 분”이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도덕성을 강조한 당대표와의 발언과 엇나가도 한참 엇나간 수준이다.

▲ 허진영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정당의 인물 선택은 당의 이해관계를 넘어선 성숙한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더구나 힘이 센 정당 일수록 그렇다. 당이 인물을 선택하는 순간, 그 인물의 도덕성과 리더십이 바로 당을 대표함은 물론, 제주의 리더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금 제주에서 불기 시작한 세대교체의 바람 앞에서 민주당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보는지, 필요하다면 그것의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밝힐 때다.  민생정당, 개혁정당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민주당의 노력, 도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그것이 책임정치다./허진영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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