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밀어주고 끌어 주는 한라산 등반

▲ 한라산 사제동행 앞에서 이끌어 주고 뒤에서 굑려한 사제동행 ⓒ 김강임

'일곱 번 넘어지면 여덟 번 일어나는 칠전팔기 정신으로 2010학년도가 되시기 바랍니다.'

 2010년 2월 19일 10시, 한라산 어리목 탐방안내소에 함박눈이 내렸다. 재용이(아라중)를 비롯하여 22명의 학생들이 대형버스 안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어리목광장은 온통 하얀 눈밭이다.

아이젠 아이젠 끼워주는 선생님 ⓒ 김강임

등산화에 아이젠을 메는 수홍이는 아이젠이 잘 채워지지 않았다. 이때 선생님 한 분이 다가 가더니 수홍이에게 아이젠을 채워주었다.

 "눈이 많이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부니, 완전무장을 하고 조심해서 올라가시기 바랍니다."

 진영부(아라중 교장) 선생님의 당부 말씀이다. 여느 교장선생님 같으면 교문 앞에서 '잘 다녀 오라'고 손이나 흔들었을 텐데, 이날 진영부 교장선생님은 폭설의 눈을 제치고 몸소 한라산 산행에 동참했다.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에 이렇게 함박눈이 내린다니..."

 함께 한 선생님들은 다소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 사제동행 앞장 선 선생님, 맨 뒤는 교장선생님. ⓒ 김강임

▲ 어리목 계곡 산행에 참가한 학생들과 선생님 ⓒ 김강임
  
깃발 눈길 등반로 깃발 ⓒ 김강임

설원의 한라산 눈보라가 몰아 치는 사제비 동산 ⓒ 김강임

드디어 눈 속 한라산 산행이 시작되었다. 진통은 어리목 계곡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어리목 계단은 폭설로 비탈길이 된 것이다. 다소 경사가 있는 내리막 등반로는 밧줄을 잡고 내려가야만 했다. 이때 앞장 선 홍영순(아라중 교육복지전문가) 선생님은 맨 앞에 서서 밧줄을 잡더니, 한발 한발 등산로를 내려갔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발자국의 밟으며 밧줄을 잡고  내려갔다. 어리목 계곡은 온통 흰 눈속 신비의 세계였다.

윗세오름 끌어 주고 밀어주는 사제동행 ⓒ 김강임
  
사제동행 눈속에 함께 등반한 스승과 제자 ⓒ 김강임

이날은 아라중학교에서 실시한 교육복지투자사업 즐거운 학교 만들기 사제동행 한라산 기행 날이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인원은 학생 20명과 선생님들이다.

 한라산 어리목 광장에서 사제비동산까지 2.4km, 등산로가 밋밋한 것 같지만 제법 가파르다. 따라서 지루하면서도 힘든 코스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날 발목까지 눈이 빠지는가 하면 겨울산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때문에 몸이 허약한 학생들에게는 다소 힘겨운 산행이기도 하다.

몸이 허역한 재용이 재용이의 보디가드는 선생님들. ⓒ 김강임

특히 재용이는 한라산 산행이 힘이 부치는 모양이었다. 이때 재용이에게 목도리를 메어주는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스틱을 건네주는 선생님, 넘어지면 일으켜주는 선생님이 있었다. 재용이의 보디가드는 선생님들이었다. 아마 선생님의 격려와 배려가 아니었더라면 재용이의 한라산 기행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먹는 컵라면은 학생들에게 최고의 간식이었다. 모자에 고드름이 열린 세윤이도, 손을 덜덜 떨며 컵라면의 국물을 후루룩 마시는 수홍이도, 선생님들과 함께 한 산행은 아마 잊지 못할 것이다.

사제동행 진영부 교장선생님(사진 가운데 파란 마스크를 낀 분)과 학생들 
ⓒ 김강임  한라산
 

"등산복을 벗으면 감기 걸린다!"며 격려를 하시는 교장선생의 선글라스에는 학생들의 꿈과 희망이 아른거렸다. 한라산 윗세오름 광장은 사제간의 정이 피어나 듯 흰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기사 입니다.

<제주의소리>

<김강임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