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패 한라산 '사월굿 헛묘' 동광마을 현장공연…잃어버린마을 표석제막식도
불을 놓아 화전을 일구며 살아가던 이들이 다시 불(소개령)로 인해 흩어진다. 흩어진 사람들과 영혼들은 바람처럼 구름처럼 떠돈다. 돌아가려고 해도 돌아갈 곳이 없다. 이제는 그 옛날 마을 형체만 가능해 볼 수 있는 폭낭(팽나무)과 올래터, 그리고 대나무만이 무성한 잃어버린 마을 남제주군 안덕면 동광리 '삼밭구석'.
놀이패 한라산의 '사월굿 헛묘' 동광마을 현장공연이 그것.
이날 공연은 잃어버린 마을 동광리 '삼밭구석' 표석제막식에 앞서 동광 주민들과 학생들을 4.3이 일어났던 그 시대로 이끌었다.
'사월굿 헛묘'의 연출을 담당한 윤미란씨는 "공연을 보면서 어르신들이 '맞아, 그땐 정했주. 경허멍 살아서(맞아, 그때는 저랬어. 그렇게 하면서 살았지).'하며 공감해 주시는 것을 보고 감사하고 또 기쁘다"며 공연소감을 밝혔다.
윤씨는 이어 "이제는 그 고통과 한을 가슴속에 담아두지만 말고 풀어헤쳐 한바탕 신명으로 풀어내야 할 때"라며 "어르신들의 뒤이은 세대에서 4.3의 올바른 의미를 되새기고 잘 살려내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으니 슬픔과 아픔을 갖고 있지만 굳건히 살아가시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놀이패 한라산의 '사월굿 헛묘'는 "우리가 과거를 떠올리고 기억하고 더듬어보는 것은 다시는 이런 아픈 과거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고 보다 나은 미래를 건설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취지를 갖고 인류의 보편타당한 가치인 생명, 평화,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실천하는 장이 됐다.
책을 통해 4.3이 '제주사람들이 무수하게 죽어간 사건'이라는 정도로 알고 있는 이새봄양(서광교 5)은 "재미있는 부분도 있지만 슬프고 무섭다"고 말했다.
송길호군(서광교 4)은 "군인들이 자기네 땅으로 만들기 위해 동광마을 사람들을 다 쫓아낸 것 같다"며 "죄도 없는 마을사람들이 많이 죽은 것 같다"고 말해 막연하게 나마 4.3이 잘못된 국가공권력에 의한 희생이었음을 짐작하는 듯 했다.
4.3 당시 본인은 목수인 남편을 따라 강정마을로 가서 다행히 화를 면했지만 고향 동광마을에서 어머니와 남동생을 잃었다는 신영춘 할머니(83·남제주군 안덕면 동광리).
"더 이상 울어봐도 소용없고 하지만 여전히 가슴속에는 아픔이 있다"고 말한 후 "어린 아이들은 얘기해도 믿지도 않고 지금 이런 공연을 보면서도 장난으로 알 거"라며 "우리 손자 손녀들도 말해도 몰라. 당헌 사람만 가슴 아픈거주"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으신다.
이날 공연은 관객과 배우가 하나가 되어 4.3의 아픔을 풀어내고 화해와 상생의 길을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