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여인을 만난 곳 '원물오름'
사랑하는 여인을 만난 곳 '원물오름'
  • 김홍구 객원기자 (-)
  • 승인 2010.02.26 09: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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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생이 김홍구, 오름속으로 11]"원물오름" "감낭오름"

오름에 오르다 보면 자신만의 추억이 깃든 오름이 있다. 그 추억이 작든 크든 자신에게는 소중한 기억이며 시간이 지나면 빙긋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기도 한다. 또한 그 추억이 지금까지도 연결되어 있다면 더욱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이러한 오름이 나에게도 있다. 그 오름이 바로 원물오름이다.  원물오름은 안덕면 충혼묘지를 기슭에 두고있는 서쪽으로 난 말굽형분화구를 가진 오름이다.  해발 458.5m, 비고 98m 이다.

▲ 원물오름 ⓒ 김홍구 객원기자

제주시에서 서귀포로가는 평화로를 타고가다 보면 노꼬메, 바리메, 새별오름과 북돌아진오름을 지나고 저멀리 당오름과 도너리오름, 그리고 정물오름이 보이면 원물오름에 다다른다.  감낭오름과 사이좋게 기슭이 맞대어 있는 아담하고 포근한 오름이다.

▲ 금오름-정물오름-당오름 ⓒ 김홍구 객원기자

원물오름은 조선시대에 출장가는 관리들을 위한 숙식시설이 있었던 원(院)이 있었다하여 붙혀진 이름이며 이곳에 샘물이 있어 원물이라 했다. 지금은 그곁에 안덕면 충혼묘지가 있다. 1999년 봄에 원물오름으로 묘역을 단장한 충혼묘지를 지날때마다 묵념도 제대로 하지못하는 나를 질책하기도 한다.  오름길에 나서는 이에게 이들을 기리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 충혼탑 ⓒ 김홍구 객원기자

충혼묘지에는 강방영님의 "헌시"가 있다.   "...이제는 삶에서 싸움으로/멀찍이 떨어져/이곳 원수악 기슭에/임들은 누워/부는 바람과 새소리/저 들에는 무리지어 피어나는 작은 들꽃들/여름 풀 시들어 가면/다시 새 잎  돋는 자리에 세월은 흘러서 가고..."  영혼이 깃들어 있는 삶을 따뜻하게 그리고 있는 헌시는 원물오름의 자락에 누워있는 영령들에게 한줄기 위안이 될 것이다.

▲ 원물오름 ⓒ 김홍구 객원기자

오름을 아끼는 이들에게 소중한 것은 아름다운 자연과 오름에 있는 자신일 것이다.  올라온 길을 뒤돌아보면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광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앞만 보고 가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볼 수 없는  것이 자신이 걸어온 길인 것이다. 이곳에서 보는 광경은 대단하다. 가까이 감낭오름, 조근대비오름에서 한라산까지, 산방산, 군산, 당오름, 금오름까지 시원스레 조망이 된다.  조그마한 것은 그 존재조차 모를 정도로 넓은 광야가 펼쳐져 있다.

사람과 자연의 조화가 이루어 지는 곳이며 마음의 평온함이 깃드는 곳이다.  제주의 풀밭이 발아래 사각거리고 고고리바위가 멋적게 미소를 짓고 그 위로 파란 하늘이 넉넉한 마음으로 다가선다.  마음이 여유로와서일까 오늘은 발걸음에도 여유가 있다.

▲ 금오름-정물오름-당오름 ⓒ 김홍구 객원기자

이곳에는 일제강점기에 관동군 111사단의 지휘본부가 있었다.  일본군 진지동굴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자취는 희미해져 가고 잊혀져 가고 있다.  역사는 살아 있어야 되풀이 되지 않는다.  과거를 잊고 미래를 향해 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제주의 오름에 이러한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지만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곤 한다.

산정상에는 새로 경방초소를 지었다.  벽돌로 만들어진 옛 경방초소가 볼썽사납게 허물어져 내리고 있다.  새로 지을 때 치웠버렸으면 좋았을 것을.

▲ 경방초소 ⓒ 김홍구 객원기자

그 누구나 추억이 있는 오름, 필자는 원물오름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났다.  나의 옆지기로서 항상 내곁에 머물러 있고 서로를 이해하며 같이 오름을 공유하며 지내고 있다.  생각하는 것이 같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할 줄이야. 오름을 가슴속에 느끼고 서로의 감정을 마음속에 같이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 더없는 행복이다.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옛말이 떠오른다.  오름과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은 이렇듯 나에게 새로운 삶을 주었다.  오름을 오르는 모두에게 진하게 추억을 머금고 있는 오름이 있었으면 한다.  정상에 서면 끝없는 자연에 그저 나를 맡길 뿐이다.  제주의 바람과 향기는 나를 존재하게 하고 지금 말라버린 초원은 봄을 잉태하고 아지랑이 사이로 여린 풀들이 올라올 것이다. 

▲ 원물오름 ⓒ 김홍구 객원기자
▲ 고고리바위 ⓒ 김홍구 객원기자

발길을 돌려 동쪽에 있는 감낭오름으로 향한다.  감낭오름은 해발 439.8m, 비고 45m 이다.  북사면은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정상에는 풀밭으로 덥혀 있다.  옛날 이 오름에 감나무가 많이 있다하여 붙혀진 이름이지만 지금은 보이질 않는다.  평화로가 감낭오름의 일부를 잘라 이루어졌지만 건너편에 족은대비오름과 믜오름, 골른오름이

보인다.  원물오름과 감낭오름은 교통의 중심지가 되어가고 있다. 왕이메, 고수치, 돔박이오름도 보인다. 

▲ 감낭오름 ⓒ 김홍구 객원기자

그리고 필자가 외국에 잠시 머물러 있어 오름 연재를 잠시 미루 것에 대해 심심한 양해를 구하며 언제까지나 제주의 아름다운 오름이 영원하길 바래본다. 

▲ 원물오름과 소 ⓒ 김홍구 객원기자
▲ 원물오름 바위 ⓒ 김홍구 객원기자
▲ 원물오름 ⓒ 김홍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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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동이 2010-04-02 10:27:25
원물오름 앞길을 가끔은 지나간다. 충혼묘지에 보면 항상 태극기가 걸려있다. 문제는 태극기가 광복절등 경축일에 게양하는 방법이다. 충혼묘지에는 현충일과 같은 조기형태의 게양법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112.***.***.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