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15)

지난 번에 소개해 드렸던 '참나리'와는 사촌격인 '땅나리'입니다. 누가 더 아름다운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땅나리는 그 아름다운 꽃임에도 고개를 숙이고 땅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겸손함의 미덕을 담고 있는 꽃입니다.

이 꽃은 세화송당온천개발지구로 개발되고 있는 곳에서 만난 꽃이라서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이미 지난 여름 꽃을 피우고 있던 곳까지 포크레인으로 밀어부쳐 올해는 그 곳에서 땅나리를 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캐다가 화단에라도 심을것을 너무 예뻐서 보듬어주기만 했던 일이 후회스럽습니다.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던 그들에게 누구 하나라도 허락을 맞고 허가를 내주고 허가를 받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여기저기 제주의 땅이 멍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렇게 망가뜨리는데는 몇 년 걸리지 않지만 다시 복원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복원이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인데 인간의 더러운 몸 씻는 것이 뭐 그리 대수라고 이 예쁜 꽃들을 죽이고 있는지 답답합니다.

이제 그 곳에서는 피우지 못하겠지만 사람의 발길이 한적한 그 어딘가에서 묵묵히 피어날 것을 믿습니다.

땅나리는 땅을 보고 피기에 지어진 이름입니다. 하늘을 보고 피는 나리꽃은 하늘나리라고 합니다. 물론 하늘나리가 고개를 들고 있으니 교만한 꽃은 아닙니다.

요즘 얼짱이니 몸짱이니 난리들입니다.
외모와 과정이 생략된 결과, 그래서 결국은 짱이 되기 이전의 모든 모습은 안좋은 것으로만 비춰지는 세태가 안타깝습니다. 속된 말로 여기저기서 짱짱하니 짱납니다.

땅나리.
오만한 인간들의 삶의 행태를 꾸짖는 듯, 아니면 우리들에게 교훈을 주려는 듯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그들에게 가하는 폭력까지도, 뿌리까지도 죽여버리는 폭력도 감내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자연의 일부이면서도 우리 인간은 폭력적으로 자연을 대할런지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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