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돈 칼럼] "우 전지사 복당 민주당, 도덕성과 개혁의 대의 동시에 잃을 텐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향 각지에서 후보와 정파 간에 행보가 바빠지고 있다. 기성정치에 때 묻지 않은 뉴페이스도 보이고, 때마다 나타나는 식상한 구시대의 인물도 보인다. 야 5당의 선거연합 논의도 그런대로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특히 각별한 의미를 두는 데는 이번 선거가 집권 3년차인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란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 초기 광우병 의혹 쇠고기 수입에서부터 용산철거민 참사, 언론법 날치기 통과와 노골적인 언론장악 시도, 한반도 운하의 대타로 나온 4대강 개발사업, 대북관계 경색, 최근의 세종시 문제 등에서 확인했듯이 MB 정권은 일련의 정책에서 철저한 반민생, 반민주, 반인권, 반환경적 정치로 일관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용산 참사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듯이 없는 자들의 고통과 설움을 외면하고, 종부세의 사실상  폐지와 감세로 친기업, 친재벌, 부유층 위주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간 종부세로 충당해오던 지방교부세가 없어지면서 지방정부의 재정은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부족한 재정으로 노인과 저소득 소외계층의 복지예산이 대폭 축소되고, 심지어 직원들의 인건비 지급도 곤란한 처지다. 6월 지방선거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언론장악 음모는 그 방법과 절차에서 저열함의 극치에 이르렀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구속과 피디수첩 제작진 구속 등 비판적 여론에는 단단히 재갈을 물리고, KBS와 YTN 사장을 모두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으로 갖다 앉혔으며, 최근 MBC 사장에 골수 친MB 인사를 임명함으로써 방송을 정권 홍보의 나팔수로 개편할 마무리 수순을 밟았다. 안정적인 체제구축에 걸림돌이 된다 싶으면 임기가 보장된 공 기관의 장도 마음대로 갈아치웠다. 이런 일련의 폭거에는 검찰과 경찰, 국정원, 감사원 같은 사정기관과 권력기관이 총동원되었다.

민주적으로 교체된 권력은 전임 정부의 공과를 잘 헤아려 잘한 일은 더욱 신장시키고 바르게 계승해나가야 하거늘 ‘잃어버린 10년’에 포원이 진 이명박 정부는 10년에 걸친 전임정부의 치적을 죄다 쓰레기통에 내다버리고 있다. 그래야 하는 것을 마치 시대적 소명이라도 되는 양 오만과 착각에 빠져있다. 고문과 투옥, 의문사로 얼룩진 고난의 연대기를 마감하고 피땀 흘려 다시 쓴 민주화의 10년 역사가 부도덕한 반민주 정권에 의해 겁탈당했다. 부자 감세와 용산참사 등은 이 정권이 반민중적 정권임을, 언론법 날치기와 방송장악, 전교조 탄압, 일제고사 거부교사 해임 등은 이 정권이 반민주적임을,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개발등은 이 정권이 반시대적, 반문명적 정권임을 백일하에 증명한 셈이다. 이것이 집권 2년에 이른 현 정권의 성적표다.

집권 초기 전국 방방골골에서 타오른 촛불시위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의 지지율 추락의 위기국면을 ‘친서민 중도실용주의’란 상징조작으로 해소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린 MB 정권은 6월 지방선거의 승리로 집권 중반 이후의 정치권에서 헤게모니를 잡아 권력 재창출의 확고한 기반을 다질 것이 분명하다.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가 MB 대 반 MB 정치연합의 대결구도로 가야 하는 필연적 이유이다. 야권의 분열 상태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역주행하는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을 방도는 없다.

범민주세력의 정치연합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당위적인 요청은 기성 야권과 진보적 시민세력 간에 이념적 차이와 정파적 이해를 떠나 반 MB 단일전선을 구축하는 일이다. 도덕성이 검증된 범민주단일 후보를 내세워 반 MB 성향의 유권자를 결집시켜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가장 큰 기득권을 가진 민주당의 역할이 참으로 지대하다. 민주당은 후보자 선정과정에서 원칙을 저버리고, 파당적 이해에 묶여 당선 가능성을 저울질해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모든 양심적 민주세력과 연대해 반 MB라는 대승적 원칙에 기꺼이 승복해 제1야당의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하려는 뼈아픈 자기결단이 앞설 때라야 국민 앞에 차기 수권정당으로서의 성숙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제주도 우근민 전 지사의 복당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선거법 위반으로 임기중 중도 하차했고, 성희롱 추문으로 대법원 화정판결을 받은 인물을 당선가능성이란 하나의 잣대로 복당을 추진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민주당을 지지해준 전 제주도의 유권자들과 양심적인 민주세력을 우롱하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김현돈 ⓒ제주의소리
전국의 여성단체들과 진보개혁 시민단체가 발끈하고 나섰다. 당연한 일이다. 중앙당의 복당 기자회견장에서 주요 당직자들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나와 당사자를 추켜세우고 반기는 장면은 씁쓸하고 보기 민망했다. 그 자리에는 한나라당의 언론법 날치기 사태에 격분해 의원직 사퇴서를 쓰며 결기를 세운 의원의 얼굴도 보였다. 이런 꼴로 민주당이 한나라당과의 도덕적 차별성을 내세운다면 그야말로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광역단체장 1석을 더 얻는데 급급하여 범민주세력의 신의는 물론 개혁과 진보의 대의를 잃기 원하는가. 부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 김현돈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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