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 문화유적100] (12) 큰 물은 큰 인물을 키운다 - 신촌리 큰물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제주여성과 그들의 삶이 젖어있는 문화적 발자취를 엮은 이야기로, 2009년말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펴냈습니다.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2008년에 이미 발간된 『제주여성 문화유적』을 통해 미리 전개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필진들이 수차례 발품을 팔며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제주가 있도록 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의 협조로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을 인터넷 연재합니다.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제주의소리

▲ 여성전용 큰물 ⓒ김은희

신촌리 큰물은 대수동 포구에 위치해 있는 물통들이다. 이 물통을 중심으로 신촌리가 만들어졌다. 포구 주변으로 물통이 여러 개가 있어, 여름엔 남성들은 목욕도 하고, 여성들은 빨래나 야채를 씻으러 오고 간다. ‘남탕’, ‘여탕’큰 글씨로 씌어져 구분되어 있다. 처음에 남탕인줄 모르고 기웃거리다 남성이 목욕하고 있어 놀라 얼른 숨었다. 그곳에선 종종 있는 일이다.

여탕의 물통 규모가 다른 마을보다 훨씬 크며 남쪽에 칸막이된 곳은 식수로, 그 외 빨래나 목욕용으로 사용되었다. 큰물 주변 상가도 ‘큰물’자가 많이 들어가 있다. 큰물은 보호시설 및 관리가 잘 되고 있으며, 1일 용출량도 6,000~17,000㎥이다. 여름철이 되면 어린이들에게는 천연풀장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담수욕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때 어떤 중국인이 이곳 물을 진드르 지경으로 끌어내어 논을 만들려고 하다가 실패한 바 있다고 한다( 『디지털제주시문화대전』).

큰물은 신촌초등학교 총동창회의 회지의 명칭일 정도로 신촌리의 상징이다. 큰물에 대한 추억들도 가지가지, 어린 시절에 포구에서 자릿배가 돌아올 때면 차롱, 솔박, 낭푼이를 들고 한 작박이라도 사 볼 요량으로 기다리던 일, 배가 들어오면 잽싸게 뛰어들어 "혼작박 줍서!”해서 사면, 큰물에 가서 씻으며 자리 한 마리 씹어보는 맛을 잊지 못한다는 회고담도 있다.

신촌리 물통은 바닷물이 들기 시작하면 물이 더 달다. 이 때 빨리 가서 길어야 한다. 물 긷는 도구에는 물허벅과 물구덕, 질 수 있는 베, 헝겊으로 만든 등받이, 물바가지가 있다. 큰물의 수량은 허벅을 담가서 퍼 올릴 정도였으며, 얕을 때는 바가지로 떠서 담았다.

물과 관련된 속담에 ‘정월 초싱에 빈 허벅 만나민 재수엇다.’는 말이 있다. 이는 정초에 빈 허벅을 지고 집 밖을 나다닌다는 것은 새해를 맞이하는 준비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음을 나무라는 말이다. ‘물항아리 비는 집 빨리 망한다.’ 그 만큼 그 집이 잘 살고 있는가 아닌가를 물항아리로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항아리가 비는 집은 게으르거나 문제가 있는 집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제주여성들은 물항아리를 항상 점검하며 언제쯤 물을 길어 와야 되는가를 가늠하며 살아왔다. 보통 여덟살이 되면 물을 길러 다니는데 그러다가 한번쯤 넘어져서 아프고 서러웠던 일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 김은희

찾아가는 길 : 신촌리 신촌초등학교→서쪽 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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