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농업연구원 정은주 박사 “미국 ‘벚꽃축제=일본문화’ 아쉽다”
제주시축제위원회 ‘19회 왕벚꽃축제’ 앞둬 24일 특별강연 개최

매년 봄이 되면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을 연분홍으로 물들이는 왕벚꽃나무가 미국 워싱톤에도 핀다. 워싱톤을 비롯한 미국 곳곳에서 사랑받는 축제로 벚꽃축제도 열리고 있지만 왕벚꽃나무의 원산지가 제주라는 사실을 알리는 노력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제주시관광축제위원회는 오는 26일 개막하는 제19회 제주왕벚꽃축제의 일환으로 '왕벚나무 자생지-제주' 특별강연을 제주상공회의소 컨벤션 홀에서 24일 오후 개최했다. 이날  강연에서 ‘워싱턴 봄의 상징-왕벚나무 그리고 벚꽃축제’란 주제발표를 맡은 정은주 박사(미국 농업연구원 벨츠빌지역 국립유전자원부)는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제주의 보물 ‘왕벚나무’를 우리 것으로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 1935년부터 워싱턴디씨에서 열리는 ‘National Cherry Blossom Festival’은 일본 문화를 알리는 장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워싱턴 벚꽃축제에서 일본 여성들이 기모노 복장을 한 채 자국의 춤과 문화를 알리는 공연을 펼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는 제주가 원산지로 알려진 왕벚나무가 미국의 심장부 워싱톤을 비롯한 미국 각 지역에서 사랑받고 있다니 가슴 벅찰 일이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제주 한라산이 아닌 일본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벚꽃축제=일본문화’로 이해하고 있는 ‘슬픈 현실’에 대해 정 박사는 중앙정부와 제주도의 적극적인 홍보 노력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정은수 박사에 따르면 워싱턴디씨에는 대표적 관광지인 ‘Tidal Basin’을 중심으로 ‘National Mall’ 주위 공원에 왕벚나무가 많이 식재돼 있는데, 이처럼 워싱턴디씨에 많은 벚나무가 심어지게 된 배경이 100년 전인 지난 1910년 일본 유기오 오자기 동경시장이 2000여 그루의 벚나무류를 기증한 것이 시초가 됐다는 것.

▲ 미국 샌프란시스코 일본 거리 모습. ⓒ제주의소리
그러나 당시 기증받은 벚나무들이 병해충에 감염된 것이 발견돼 모두 소각 처리되고 이후 1912년 유기오 오자기 동경시장이 벚나무를 재기증 하기로 해 그해 2월 14일 요코하마항을 출항한 12종 3020그루의 벚나무들은 시애틀을 거쳐 3월 26일 워싱턴디씨에 도착한 후 3월 27일 퍼스트레이디 탯프트와 미주재 일본대사 부인 친다(Chinda)는 처음으로 왕벚나무(Yoshino cherry trees) 2그루를 조류연못(Tidal Basin)의 북쪽 강(Independence Avenue, SW)에 심은 것이 본격적인 기원이 됐다.

이후 1935년부터 워싱턴디씨에서 ‘National Cherry Blossom Festival’을 시작, 매해 벚꽃축제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올해도 이달 27일부터 4월11일까지 2주간 계속된다. 특히 워싱턴디씨에서는 지속적인 벚나무 관리와 증식으로 고사목을 대체 식재하고 식재구역도 확대하는 등 오는 2012년 벚나무 기증 100주년 기념의 해에는 어느 해보다 화려한 워싱턴 벚꽃축제가 될 전망이다.

▲ 정은주 박사(미국 농업연구원 벨츠빌지역 국립유전자부) ⓒ제주의소리
정 박사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 워싱턴의  ‘National Cherry Blossom Festival’을 자신들의 문화를 알리는 행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디씨 외 일본 이민자들이 다수 있는 곳에서도 벚꽃축제가 열리는데 동부의 필라델피아, 뉴저지 등이다. 이곳에 보유하고 있는 벚나무의 종류와 수도 워싱턴디씨를 능가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남부의 조지아주, 서부 샌디에고, 워싱턴주의 시애틀, 하와이 벚꽃축제 등이 유명하다고 전했다. 정 박사는 “이들 미국내 대부분의 벚꽃축제는 물론 전 세계에 전해진 왕벚나무의 종의 명명부터 일본인에 의해 이뤄지고, 다른 벚나무류와 함께 일본에 의해 알려졌기 때문에 일본문화를 대표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또 “일본은 현재도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제주도라는 사실을 부정하고자 하는 연구와 함께 다양한 교잡종을 만들어 현재도 전 세계에 보급하며 일본을 알리려는 노력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와 자생지인 제주도는 살아있는 보물과도 같은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한라산과 제주임을 알리는데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끝으로 정 박사는 “제가 만난 다른 지방 사람들은 경남 진해 군항제와 여의도 벚꽃축제는 알지만 제주 왕벚꽃축제는 잘 알지 못한 것이 현실이더라”며 “제주 왕벚꽃축제는 천편일률적인 행사를 지양하고 제주의 향토문화가 중심이 되고 제주가 자생지임을 알리는 진정한 의미의 왕벚꽃축제가 되었으면 한다”고 방점을 찍었다.

한편 이날 정 박사의 발제에 앞서 김찬수 박사(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는 ‘왕벚나무는 제주도 특산종이다’란 주제발표를 통해 ‘왕벚나무의 기원 학설’로 거론되는 △오오시마 섬 자생설 △잡종기원설 △이즈 반도 발생설 △제주도 자생설 등을 비교 설명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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